작년 한 해, 국내 스크랩업계는 이해당사자들 간의 줄다리기로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올해는 어떨까. 2020년의 출발 선상에 선 한국철강자원협회 임순태 회장을 만나 올해 스크랩 시장을 미리 살펴봤다.

◇ 한국철강자원협회 임순태 회장
Q. 정황상 올해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스크랩업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A.(임순태회장) 올해 각 제강사 신년회 발표 내용을 읽어봤다. 그 중 국내에서 스크랩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현대제철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체 생산량을 미리 정해 놓고 생산하는 ‘풀생산’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정생산’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스크랩업계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긴장되는 이야기다. 경기에 따라 스크랩 사용량이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특히, 스크랩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제강사가 수입 스크랩의 비중을 과연 줄일 것인지가 관건이다. 아마도 전체적인 시장의 파이가 줄어들었으니 제강사 쪽에서는 수입과 국내 스크랩업계를 적절히 견제하며 스크랩가격 하향화 정책을 쓰지 않을까 생각한다.

품질에 대한 부분도 주목해야 한다. 스크랩업계가 지속적으로 품질향상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스크랩 공급이 원활해지다 보면 작년보다 높은 수준의 품질 수준을 요구하는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판단이다.

이밖에 포스코가 베트남 자회사인 ‘포스코에스에스비나(POSCO SS VINA)’의 생산 책임권을 일본 ‘야마토그룹’에 일부 양도함에 따라 원료공급에 대한 요구가 까다로워질 수도 있다.

이전에는 국내 포스코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이 포스코에스에스비나에 수출됐지만 앞으로 야마토그룹이 요구하는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 물건이 다시 국내로 들어올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국내 스크랩 공급이 추가로 증가되면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Q. 올해 스크랩 가격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A. 스크랩 가격은 앞서 언급한 대로 수요가 줄고 추가적인 외적 요인 때문에 작년 대비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작년의 경우 수입과 국산 스크랩 가격 갭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올해는 국산 스크랩 가격이 수입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Q. 스크랩 가격 저하가 유통업체들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A. 국내 스크랩업계는 제강사에 납품하는 가격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업체 간 과다경쟁이 이뤄지다 보니 제살깎아먹기 식의 영업 형태가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스크랩 수요와 가격이 모두 떨어지는 시장이니 경영환경이 작년보다 나아지기 어렵지 않겠는가?

Q. 자원순환기본법이 2년 전에 발효됐는데 아직까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정부의 유인책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예컨대 자원순환을 위해서는 수질과 대기질 등 환경개선을 위한 설비들을 마련해야 하는 데 이런 부분에 대한 환경부의 지원이 전혀 없다. 나아가 설비를 모두 갖추고 순환자원 인증업체로 선정되어도 이에 상응하는 지원이나 혜택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자원순환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비율도 낮아 사실상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뒷문을 정부가 열어둔 셈이다.

Q. 일각에서는 자원순환기본법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스크랩업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A. 자원순환기본법을 만드는 데 3년이 걸렸다. 하지만 스크랩업계의 의견은 거의 반영이 안 된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서 자원을 공급하는 쪽(스크랩업계)보다는 사용하는 쪽(제강사)의 의견을 더욱 많이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Q. 지난해 제강사의 스크랩 구매량을 살펴보면 국산은 줄어들고 수입산은 되려 늘었다. 제강사와의 상생을 논하기가 어려운 상황 같은데...
A. 수입 증가는 제강사만 탓하기는 어렵다. 제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국산 스크랩의 경우 입고량의 편차가 크지만 수입 스크랩은 수급 안정을 위해 미리 계약을 해 두는 것이어서 시황변동에 따라 수입을 갑자기 줄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국내 스크랩업체들도 제강사가 원하는 양을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만 있다면, 판매량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제강사의 재고부족에 맞춰 가격상승을 노리고 물건을 거둬들이는 일부 스크랩 업자들의 행태 때문에 제강사도 어쩔 수 없이 재고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입 스크랩을 선구매하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제강사도 제강사지만 철 스크랩 업체들의 영세성이 상생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보인다. 영세한 철 스크랩 업체 입장에서는 생계가 걸려 있으니 작은 단가 변동에도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이다. 스크랩산업의 산업화, 대형화를 통해 많은 양을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스크랩업체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강사들도 스크랩업체들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바닥에 있는 원료공급처가 성장하지 못하면 제강사들도 성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Q. 작년 한국철강자원협회에서 펼친 사업을 평가한다면?
A. 업황 자체가 어렵다 보니 협회에서 먼저 업계를 리딩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을 만한 성과는 스크랩업계의 2세대, 3세대들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기 역할을 하는 연대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나아가 정보 교류채널을 확대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성과다. 스크랩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정보의 중요성은 크다. 기존에는 미국이나 일본 시장의 정보만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지만 작년에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시장이나 중국시장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정보 교류채널을 확보했다.

Q. 올해는 어떤 사업을 구상 중인가?
A. 3D업종 기피 현상에 따라 국내에 집게차 운전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집게차 운행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에서 취득한 관련 면허를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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