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쁘게 달려온 올해도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 태풍 힌남노의 냉천 범람으로 사상 초유의 사태를 입었던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올 초 업계 예상을 깨고 빠르게 조업 정상화에 돌입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건설경기의 극심한 침체 등이 이어지며 국내 철강업계는 여전히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각 철강사들은 코일철근 시장에 진출하거나 강관 사업을 분리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10대 뉴스를 통해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는 철강사들의 변화와 노력들을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 스틸데일리 선정 2023년 철강 업계 10대 뉴스 -

1)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135일 만에 조업 정상화

2) 건설경기의 극심한 침체

3) 포스코 코일철근 시장 진출

4) 강관 떼는 현대제철, 현대스틸파이프 출범

5) 포스코 창사 첫 파업 위기 넘겨

6) 수입산 열연의 공습...6년 만에 최대치

7) 스크랩 수요 감소와 전세계 최저가 하락

8) 동국제강그룹 지주사 전환

9) 대구경 STS 조관 라인 갖춘 세아제강, 세아윈드와 시너지 기대

10)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제철 STS 인천공장 위탁생산 중단

 


1)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 135일 만에 조업 정상화

◇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복구 현장
◇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복구 현장

2022년 9월 6일 태풍 힌남노에 따른 냉천 범람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모두 침수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으나, 지난 1월 침수 135일 만에 제철소를 완전 정상화시켰다.

침수 초기 제철소를 다시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도 있었지만, 전 임직원과 민·관·군을 포함한 연인원 약 140만여 명의 헌신적인 노력과 명장 등 전문 엔지니어들의 축적된 조업정비 기술력이 힘 합쳐 포항제철소 내 17개 모든 압연공장 복구를 완료하고 완전 정상 조업체제로 돌입했다.

 

2) 건설경기의 극심한 침체

작년부터 이어진 부동산 PF 위기로 건설경기는 최악의 침체를 맞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설공사 계약은 작년 4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감소했고 3분기까지의 착공면적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4% 줄었다. 건설 현장이 돌지 않으면서 봉형강과 강관 등 건설용 철강자재 시장이 극도로 위축됐다.

문제는 이 같은 침체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PF 대출 규모는 134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보다 4조 원 이상 늘었다. 2020년 말에 비해선 42조 원이나 증가한 셈이다. 연체율은 2.42%까지 늘어났다. 2021년 말에 비교하면 6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금융권은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어 높은 연체율의 부동산 PF 시장은 지속적인 붕괴 위기에 노출된 상황이다. 여기에 경제성장률 전망이 계속 하향 조정되는 등 건설경기의 회복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3) 포스코 코일철근 시장 진출

◇ 포스코 전경
◇ 포스코 전경

올해는 국내 굴지의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사실상 철근 시장에 진입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포스코가 코일철근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포스코가 생산한 코일철근은 와일드타입이다. 기존 생산업체인 동국제강과 대한제강이 생산하는 컴팩트타입 제품과 비교했을 때 단위중량이 적어 생산효율성이 떨어지고 보관이 어려운 단점이 존재하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의 선호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내년에는 품질 안정성을 높이고 규격을 다양화해서 좀 더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4) 강관 떼는 현대제철, 현대스틸파이프 출범

◇ 10월 현대제철은 강관 사업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 설립을 공식화헀다.
◇ 10월 현대제철은 강관 사업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 설립을 공식화헀다.

​​올해 여름 무렵, 시장에는 ‘현대제철이 강관 사업을 분리할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현대제철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었지만, 10월 17일 마침내 현대제철은 강관 사업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 설립을 공식화헀다.

현대스틸파이프 신임 대표이사에 채봉석 강관사업부장을 공식화했으며, 현대제철은 자회사 설립에 140억 원을 현금 출자하고 현대제철의 지분 비율을 100%로 설정했다. 현대제철은 강관 자회사 설립 명분으로 ‘강관 사업의 독자 운영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현대스틸파이프 출범 이후 내년 내수 강관 시장 점유율을 놓고 업계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5) 포스코 창사 첫 파업 위기 넘겨

지난 가을 포스코가 1968년 창사 이후 첫 파업 위기에 봉착했었다. 지난 9월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5월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사측과 임금단체교섭회의를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지난 10월 포스코노동조합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통해 쟁의권 확보에 나서는 등 파업 위기가 고조됐으나, 11월 포스코 노사가 극적인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내며, 임단협 무분규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주요 합의안 내용으로 기본임금을 정액 10만 원 인상하고 비상경영 동참 격려금 100만 원을 지급, 주식을 400만 원 한도로 지급하고, 200만 원 상당의 일시금 지급 등이 포함됐다.

 

6) 수입산 열연의 공습...6년 만에 최대치

◇ 중국 본계강철 작업 모습 
◇ 중국 본계강철 작업 모습 

올 한해 수입산 열연에 대한 선호도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수입된 열연 누적 물량은 전년 대비 27.8% 늘어난 336만 8,575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입량인 288만 톤을 넘어서 물량으로, 2017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입량이다. 국내 열연 내수 시장의 규모(하공정 소재 제외)는 1,100만 톤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30% 넘게 수입산 열연이 점유하게 된 셈.

이처럼 수입산 열연이 늘어난 가장 큰 배경은 지난해 국내 고로사들의 악재 이후 수입품과의 가격 경쟁에 소극적이었다는 점 그리고 엔화 및 위안화 약세 속 국제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가들의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공급처 다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7) 스크랩 수요 감소와 전세계 최저가 하락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봉형강 제품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철스크랩 수요도 덩달아 감소세에 들어섰다. 애초에 철스크랩 수요는 2017년에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다. 2020년 코로나 19 사태로 급감한 수요가 이듬해 다소 회복한 것을 제외하곤 꾸준한 감소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4년 10월 현재까지 제강사가 구매한 철스크랩은 모두 2,118만 톤가량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90만 톤가량 많지만, 연말의 구매량이 많지 않아 역대 최소 구매량을 기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최소 구매량이 아니어도, 2020년과 2022년의 구매량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저조한 구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구매 감소세는 특히 수입량에서 두드러진다. 한국 스크랩 가격은 연초 전 세계 최고가였으나 연말에 이르러 전세계 최저가로 하락했다. 수요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이다. 낮은 가격이 급감한 수요 감소와 맞물려 하반기 이후로는 수입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10월 현재 수입량은 290만 톤 가량으로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이다.

 

8) 동국제강그룹 지주사 전환

◇ 동국제강은 지난 5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분할 계획서 승인의 건’ 등 의안을 모두 승인했다고 밝혔다.
◇ 동국제강은 지난 5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분할 계획서 승인의 건’ 등 의안을 모두 승인했다고 밝혔다.

동국제강그룹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체제로 공식 전환됐다. 기존 동국제강을 ‘동국홀딩스’로 변경하고 열연사업부문 ‘동국제강’과 냉연사업부문 ‘동국씨엠’ 등 신설법인을 설립해 지난 6월 1일 3사로 분할 출범했다.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이 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동국홀딩스에서 그룹의 미래 성장전략을 구상하고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의 대표이사로 각각 최삼영 부사장과 박상훈 부사장을 선임해 각 부문별 독립적 성장 전략 추진과 경영 효율성 확대 등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후 공개매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사 요건을 충족한 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 전환 신고서를 제출, 최근 전환 신고가 최종 수리되며 체제 전환을 공식적으로 완료했다.

 

9) 대구경 STS 조관 라인 갖춘 세아제강, 세아윈드와 시너지 기대

◇ 세아제강은 세아윈드와의 사업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강관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 세아제강은 세아윈드와의 사업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강관 경쟁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올해 4월 세아제강은 순천 공장에 대구경 STS 24인치 조관 설비 준공식을 마치고 양산을 본격화했다. 신규 설비 설치 이후 연산 1만톤의 생산 능력이 증대된 세아제강은 LNG 프로젝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내년 세아윈드와의 사업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세아윈드는 영국 내 유일한 해상풍력 모노파일 하부구조물 공급 업체로, 현재 영국 북동부 티스사이드 지역에 생산 공장을 구축 중에 있고, 2025년 상반기 상업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에 세아윈드와 세아제강은 양사의 시너지 구축으로, 글로벌 강관 경쟁력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10)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제철 STS 인천공장 위탁생산 중단

현대비앤지스틸이 장고(長考) 끝에 23년 9월 말로 현대제철 인천공장 위탁생산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대비앤지스틸의 인천공장 위탁생산은 10월부터 중단되며, 인천공장 내 스테인리스 설비는 폐쇄 혹은 매각으로 결정날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현대비앤지스틸은 자사 휴동 설비와 기존 설비를 활용하여 인천공장에서 임가공 해온 물량을 대체한다는 계획이며, 올해 4분기부터 일부 물량이 대체 공급되어 진행 중이다. 일부 물량 공백 등이 발생하고 있지만 시장 내 공급 부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의 위탁생산 종료로 대다수의 생산능력이 현대비앤지스틸의 창원과 송악 공장으로 이관된 가운데 3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현대제철 스테인리스 인천공장은 사실상 구조조정이 되며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자리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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