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종사자 백이면 백, 스테인리스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포스코의 내수 판매가격은 전 세계 최저가격을 형성했으며, 여러 다양한 이유로 국제 가격은 널뛰기를 한 상태다. 여기에 AD 최종 판정 결과도 나왔고 일정 물량 제한과 넘어가는 물량에 대해 관세가 붙을 것이라는 건 업계 관계자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지막 남은 불안요인 하나는 중국의 수출관세 부과 가능성이다. 이것마저 현실화 될 경우 중국산을 중심으로 해외 오퍼가격은 더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장은 지난 4월 말 중국의 스테인리스 수출증치세 환급 취소로 가격 급등을 몸소 경험했다.

4월 말 5월 초를 기점으로 중국과 대만, 인니 등 주변국들의 오퍼가격은 종전대비 400달러 가까이 뛰었으며, 7월 중국 정부의 강력한 감산 조치에 따른 내수가격 급등과 니켈 등 원료 강세 영향으로 또 다시 오퍼가격은 종전대비 300 달러 이상 올랐다.

유통시장을 중심으로 AD 조사 영향 등으로 지난해 연말부터 AD에 대비한 안전 재고 확보 움직임이 거셌다. 특히 국내외 가격인상에 불을 지폈던 4월 말 중국의 수출환급세 취소 결정 이후 내수 시장에서 가수요는 5~6월 정점에 도달하기도 했다. 여기에 6월 수입재는 8만톤 이상 유입됐다. 7월 수입재는 역대 최대치인 13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포스코는 내수 시장에서의 공급 안정을 위해 수출물량을 줄이면서 실제로 내수 물량을 월 6만톤에서 8만톤 더 나아가 9만톤 이상까지 늘렸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현재 시장 내에 물량은 상당히 넘쳐나야 한다.

실제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6월 말부터 7월 내내 시중에 재고들이 많아서 판매가 이전만큼 잘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6~7월 국내로 유입된 수입재고만 21만톤이다. 포스코와 냉연사들이 월 10~11만톤 정도 내수에 판매했다고 가정한다면 시장에 6월과 7월 합쳐서 40만톤 이상되는 물량이 깔린 셈이다.

그러나 국내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많아져서 인지 유통시장에서는 빠지는 사이즈들이 많아져 실제로 판매할 물건이 없으며, 주문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불만을 자주 토로하고 있다.

이쯤이면 의아해지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델타 변이 확산으로 6~7월 실제 바닥시장의 수요는 크지 않았고 재유통 시장을 중심으로 물량이 움직였다고 가정하면, 실수요에서 해갈된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밀려 들어온 수입재고와 국내 메이커들이 판매한 재고는 다 어디에 몰려있는 것일까?

항간에서는 인천항과 부산항에 밀려들어온 스테인리스 수입 재고가 한 가득이라는 소문도 있다. 수입재고가 부두 창고 뿐 아니라 가공집들에도 빼곡히 차 들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금 유통시장에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AD와 중국 정책 변화에 대비하여 한껏 물량을 준비한 업체들과 그렇지 못한 업체들로 나뉘어지는 모습이다. 재고의 부익부 빈인빅 편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하듯 가격은 점점 올라갈 것이고 이에 상당 물량은 잠궈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자금 회전 문제 등으로 일부 물량들은 오래 잠궈지진 않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2~3달이면 재고 소진이 이뤄질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관계자들은 유통마진 폭이 이전보다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스테인리스 시장은 다른 철강재 시장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시장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장도 아니게 되어 버렸다. 유통시장의 마진이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부담이 커지는 건 스테인리스 소재로 완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실수요업체들일 것이다.

스테인리스 400만원 시대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소재가 다 올랐다고 해도 높은 단가는 결국 수요단에서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단순히 300계 소재 사용이 좀 더 싼 200계로 돌아서는 문제가 아니라, EGI나 컬러강판 혹은 SUS like 같은 아예 다른 제품으로의 수요 전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장사하면서 몇 년 동안 벌 돈을 다 벌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박마진이었던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의 시황은 스테인리스 업체들에게 단비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의 호시절이 앞으로 계속 보장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듯이, 업계 모두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 하는 매우 중차대한 시기에 도달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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