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이 이번 폭등장에서 가장 적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지역의 철 스크랩 가격 상승률은 63.7%(이하 미국 제외)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은 40.6% 올라 평균보다 23.1% 4만 4,000원 덜 올랐다

상승 폭으로 보면 한국이 40.6%로 가장 낮고, 한국의 일본산 수입이 65.4%로 뒤를 이었다. 대만이 68.7%, 터키는 68.3% 올랐다. 달러나 엔화 표시의 국제 가격은 대체로 63.7% 정도 올랐지만, 원화 강세로 원화 기준 국제가격은 54.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기준 국제가격과 비교하면 한국 내수 가격이 14.3% 정도 덜 오른 것이다.

한국의 내수가격 상승 기간은 국제가격 상승 기간과 비슷한 11주였지만 국제가격 상승을 상승의 동력으로 삼은 탓에 실질 폭등 기간은 12월 한 달에 불과했다. 반면 단기 고점은 먼저 맞이하면서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다.

가격 변화의 이면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 한국 내수 가격이 덜 오른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1) 단기 급상승에 따른 불안감 2) 유통업체들의 재무적 체력 부족 3) 제강사의 시장 지배력 강화 4) 판매처 다변화 실패 등을 꼽고 있다.

1월 국내 철 스크랩의 결정적 장면은 현대제철의 인상과 인하의 동시 발표일 것이다. 현대제철이 1월 초 인상과 인하를 동시에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제강업계 내부에서조차 인하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던 분위기였다. 국제가격과 6만 원 넘게 차이가 나고, 국제가격의 하락 조짐이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한국특수형강이 현대제철의 인하 발표에 호응하자 차익실현 매물이 터지기 시작한 것.

특히 방통 차량 부족에 따른 납품 병목 현상과 제강사의 입고 통제로 시장이 커졌다. 유통업체들은 소폭 조정을 예상하고 위험 분산 차원에서 일부 재고 방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제강사의 입고 통제 강화와 국제가격 하락이 시작되면서 전면 재고 조정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한국의 내수 가격이 덜 오른 또 다른 이유는 재무적 체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시중 재고가 쌓이고, 매입 가격이 상승하면서 자금력에 한계를 드러낸 유통업체들이 늘어난 것. 여기에 해가 바뀌자 세무 부담이 줄어든 유통업체들이 차익 실현에 들어가면서 유통량이 급증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 제강사의 시장 지배력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중상까지 납품 채널을 강화하면서 가격 상승 시기에도 최소한의 유통량이 이어졌으며, 제강사의 계절적 요인에 더해 수익성 악화에 따른 감산이 더해지면서 철 스크랩 수요가 줄어든 것. 특히 1분기 철근 가격이 톤당 3만 원 상승에 그치자 제강사의 높은 철 스크랩에 대한 가격 저항이 커졌다.

유통업체들의 판매처 다변화 실패도 한가지 요인으로 지목됐다. 즉 한국의 철 스크랩 판매업체들은 제강사외에 수요처가 없다. 제강사의 수요가 줄고, 철근 가격 상승이 억제되면서 수요처의 반발이 커진 상황을 뚫을 힘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거의 없다 보니 국제가격과의 연동은 제강사의 수입과 국제가격의 변화라는 심리적인 요인 외에는 없다. 수출과 국내 시장간의 낙차가 크더라도 판매처가 단순해 심리적 요인만으로 갭을 모두 메울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철 스크랩 가격이 국제가격보다 덜 오른 것은 구조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어 재무적 체력 강화와 판매처 다변화와 같은 구조적 변화가 없다면 국제가격과의 강한 연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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