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규모를 떠나서 많은 CEO의 고민은 "어떻게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인가?"이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가 않다. 대부분 기존 방식에 대한 고정관념이거나 두려움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편견이나 주변의 시선을 무시하고 신념과 노력으로 확실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업체가 있다. 엠스틸 유한회사(대표 한길수)가 주인공이다. 그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국내 철강업계에서 가장 먼저 브랜드화를 시작했고, 심지어 경쟁사와의 협업체계 구축을 통해 서로 상생하는 모범사례를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길수 사장을 만나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그에게 철(鐵)은 무엇인지?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편집자주]

■ “물류 창고도 패션이다”.. ‘패널은 값싼 가건물’ 이미지 벗고, 고급화로 승부해 성공(成功)
경기도 평택시 서해로 길, 소위 39번 국도길이다. 서해안고속도로가 생기기전까지 당진을 가려면 반드시 이 길을 가야했던 길이다. 현재 이곳에는 도로 양 옆을 따라 많은 철강 유통업체가 들어서있다. 발안IC를 벗어나 39번 국도로 접어들어 7분여를 달리면 우측에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엠스틸 모델하우스 겸 전시장이다. 주변 건물이 대부분 창고 겸 매장인데 반해 이곳은 전시를 목적으로 세웠다. 특히 외벽을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보이는 카멜레온 컬러강판을 사용 오고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사장은 국내 컬러강판 유통의 산 증인이다. 40년 가까이 컬러강판 유통을 하고 있는 그런 그가 왜 매장이 아닌 전시장을 세웠을까? 한마디로 ‘차별화 때문’이다.

당시 국내 샌드위치 패널용 컬러강판 시장은 동신특강의 프린트강판이 독점적 지위를 누리다가 유니온과 동부 등이 가세하면서 경쟁시장으로 바뀌었다. 다양한 색상이 나오면서 수요확대에는 기여를 했으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패널업체도 고객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가짓수를 늘리다보니 재고가 늘어나고 이는 채산성 악화로 작용했다.

“초창기에는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했습니다. 카탈로그와 샘플을 들고 설명을 하고.. 그런데 건축주 입장에서는 카탈로그에서 봤던 색상과 건물을 다 지어놓고 보이는 색상이 차이가 많아요. 그래서 불만으로 연결되기 일쑤고.. 때로는 건물 전체 클레임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파트는 모델하우스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데, 샌드위치 패널도 모델하우스를 지어서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D사가 ‘푸르지오’라는 브랜드로 아파트를 분양하던 시기였다. 한 사장은 패널로 지은 건축물은 값싼 가건물이라는 인식을 없애자고 마음먹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같은 전시장을 지어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외벽을 바꾸고,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하기로 했다.

전 직원이 두 달간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레보엠이다. ‘회사를 혁신적으로 바꿔보자’는 뜻의 ‘Revolution M-Steel’의 합성어다. 2002년 브랜드마케팅을 시작했으니 철강업계에서는 가장 빠른 셈이다. 이와 함께 디자이너를 채용했다. 건축주와 미팅 시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건물 전체에 맞는 색상, 크기 등 소위 컨설팅을 해주었다. 그러자 고객의 색상 불만이 사라졌다.

◇ 엠스틸 레보엠 시공 사진

타깃은 신축시장과 리모델링 분야로 잡았다. 신축의 경우 김포 검단 산업단지에 샘플하우스를 지었고, 리모델링은 구미 섬유공단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건축물 숫자가 늘면서 레보엠(Revo-M)의 인지도도 함께 올라갔다.

성장세를 구가하던 사업은 또 한 번 벽에 부딪쳤다. 이번에는 수입이 문제였다. 시장이 개방되면서 2004년부터 중국산 수입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사장의 관심은 내수업체간 경쟁이 아니라 수입재, 중국산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로 옮겨졌다.

단순 유통이 아닌 전문업체를 만들자는 생각에 엠스틸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이와 함께 전국에 500평 규모 직영 매장 10개, 5개의 샌드위치 패널 공장을 세웠다. 현재 전시장은 이렇게 탄생했다. 자체 소화물량이 늘면서 바게이닝파워도 생겼고, 전 메이커를 거래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평택은 4개 고속도로(서해안, 경부, 중부, 동서)가 인접한 물류 중심이다. 엠스틸은 이곳을 전국 영업본부로 삼았다.

■ 품질 우선주의와 신뢰가 경쟁사와 윈윈(Win-Win)전략을 만들었다
한사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문은 품질(品質)이다. 경쟁사 대비 가격은 5% 정도 비싸지만 두께(0.5mm)와 도금량을 고수한다. “좋기는 한데, 가격이 비싸다”고 말하는 수요가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격. 철학, 자부심이 없으면 이 제품(레보엠)을 사용할 자격이 없습니다. 10년 전에는 5,000평 규모의 냉동 창고를 건설하는데 100억원이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500억원이 들어갑니다. 값싼 제품을 사용하면 당장은 이득인 것 같지만 3년 후에는 보수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이 제품은 불소수지강판으로 내식성 20년을 보장합니다. 뭐가 이익입니까?”

이러한 고급화 전략은 통했다. 건축주의 입소문을 타고 시공사, 설계, 인테리어, 패널 업체까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결과를 낳았고, 최대 장점이 되었다. 현재 엠스틸은 소재 주문시에도 메이커 코드가 아닌 레보엠으로 주문을 넣는다. 메이커가 유통업체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인 사례로 매우 의미가 크다. 코카콜라나 나이키가 자체 공장이 없이 OEM생산과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평정했듯이, 시장에서 레보엠은 고급 프린트강판으로 통한다. 한 사장은 “시장에서 엠스틸은 몰라도 레보엠은 안다”고 말한다.

엠스틸은 ‘레보엠’이라는 통합 브랜드 아래 다양한 컬러강판을 취급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빛 각도에 따라 색깔 변하는 카멜레온 강판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가 공을 들이고 있는 포스맥 소재를 사용한데다 특허 기술인 다이아몬드 성형을 통해 빛의 굴절과 보는 각도에 따라 한 가지 색으로 5~6가지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 레보엠 프리즘 패널(RevoM-PP) 각 층에 따른 빛의 굴절이 달라져 보는 방향에 따라 제품의 색상이 달라진다.

이미 백화점, 호텔, 상가 주택 등 전국에 200여개 이상 건물에 이 제품이 사용됐다. 덕분에 이 제품은 포스코 이노빌트에 등록됐다. 입소문을 타고 먼저 전화가 온다는게 한사장의 자랑이다. 이제는 카탈로그 대신 카멜레온 강판을 사용한 가까운 건물을 안내하여 직접 보게 한다.

■ 성실·협업·차별화가 성공 비결
엠스틸 성공 뒤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본인이 직접 한다는 점, 소재업체부터 경쟁사, 수요가에 이르는 협업 시스템 그리고 기술 차별화다.

“20여년 전에 일본 도요타 시찰을 간 적이 있습니다. 시찰을 마치고 행사를 기획했던 증권사 임원이 무엇을 느꼈느냐고 물었어요. 많은 사장님들이 이런 저런 느낀 점을 얘기하면서 돌아가면 직원을 다시 보내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증권사 임원이 ‘그래서 안 되는 겁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사장님이 직접 해야 회사가 변하고, 직원이 따른다는 겁니다.”

이 경험은 한 사장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후 신제품 개발과 고객미팅은 직접 챙긴다. 협업은 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한 사장은 “경력이 많은 것도, 돈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적당한 경쟁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철학은 무엇일까? ‘관계된 모든 사람이 협업을 통해 함께 윈-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업체끼리 왜 싸웁니까?” 엠스틸은 운송비 절감을 위해 구매도 고객에게 가까운 업체(경쟁사)에서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패널업체 80%가 저희와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얘기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처럼 한결같은 행동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근면, 창조, 홍익’이라는 사훈에서도 잘 나타난다.

엠스틸은 향후 리모델링 전문회사로 거듭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국내 인구와 고령화 등을 감안할 때 신축보다는 리모델링이 비전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성형기를 추가 도입했다. 이동형 성형기는 길이 24m 이상의 패널을 현장에서 제작 설치할 수 있다.

엠스틸이 특히 눈여겨보는 시장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도시형 주택 개량 시장이다. 강서구 염창동 나이아가라호텔 인근에 카멜레온강판을 사용하여 시범적으로 지은 주택이 호평을 받고 있다. 과거 샌드위치 패널이 단순한 색상 때문에 공장이나 물류창고에 국한됐다면, 다양한 색상과 가공기술, 품질 향상에 힘입어 주택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게 됐다는게 한사장의 설명이다.

확실히 한 사장의 철학이나 영업방식은 독특하다. 사실 필자가 한 사장을 만난 것은 전직장에서 유통담당 기자를 할 때다. 25년 만에 만난 첫마디는 “이 건물을 지어놓고 당신을 18년이나 기다렸습니다.”였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그는 처음 만났을 때 건냈던 명함을 사진으로 다시 보냈다. 그것은 내게도 설레임이자 새로운 각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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