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S Bank Analyst 이은영
▲ DBS Bank Analyst 이은영
◆철광석 폭등 –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견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긴장했던 3~4월 중 철광석 가격은 연초 톤당 86달러에서 80달러까지 하락한 후 횡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수요보다는 공급에서 먼저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특히 주요 광산이 위치한 남미 지역으로의 바이러스 확산은 해상 수송(Seaborne) 철광석 시장의 가장 큰 공급자인 발레(Vale)의 생산량을 1분기 중 24%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따라 발레(Vale)는 2020년 생산량 전망치를 3억4,000만~3억3,500만 톤에서 3억100만~3억3,000만 톤으로 하향 조정하였다. 2분기에는 당초 목표치인 6,760만 톤을 달성하였지만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보수공사의 지연 등으로 향후 조업에 잠재적 리스크가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호주의 생산량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전세계 철광석 생산량은 2019년 수준인 3,000만 톤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은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였다. 중국의 재정 부양책 규모는 GDP 대비 9.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해 10조 위안 규모의 특별 정부 채권을 발행하였으며,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 한도를 16조 위안으로 상향 조정하였다. 중국정부가 철도 및 도시화 프로젝트 등 사회간접 자본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발표하면서 철강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자 중국 철강사들이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5월 이후 중국의 조강생산량 증가세가 확대되어 7월 조강생산량은 전년동기대비 9.5% 증가하였으며 1~7월 중 조강 생산량은 3.3% 증가한 5억9,600만 톤을 기록하면서 2020년 연간 조강 생산량이 10억톤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중국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철강 순수입국으로 전환되어 중국 철강수요의 빠른 회복을 대변하기도 하였다. 이 같은 수요 공급이 동시에 견인, 철광석 가격은 9월 현재 연초대비 46% 상승한 톤당 12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Source: Bloomberg Finance L.P., DBS Bank
▲ Source: Bloomberg Finance L.P., DBS Bank


◆패닉(Panic)이 불러온 분광 가격의 강세

이번 철광석 가격의 강세는 특히 분광 가격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중국 철강사들이 분광을 선호했던 이유는 낮은 석탄 가격과 완화된 환경규제 때문이었다. 그런데 브라질의 철광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을 성수기를 대비하여 재고를 축적하려는 중국 철강사의 철강 생산증가가 고품위(high grade) 분광의 수요 확대를 유발하였다.

비록 이론적으로는 괴광이 소결공정이 필요하지 않아 프리미엄 제품이지만, 중국 고로의 경우 괴광을 투입하려면 고로 가동을 일시중지해야 함으로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져 철강사들의 분광 선호는 지속되었다.

이 와중에 호주산 철광석 수입의 세관 통과가 지연되자 시장은 패닉(Panic)상태로 빠지면서 철광석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급기야 8월 중순 괴광이 분광보다 가격이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최근 괴광은 분광보다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으나 프리미엄은 톤당 단 1달러에 불과한 상태다.

◆석탄가격 약세. 인도의 수요 부진이 원인

2019년 평균 톤당 178달러(강점탄 기준/FOB 호주)였던 석탄 가격이 8월 톤당 108달러까지 하락하였다. 2~3월 경 호주의 사이클론으로 인한 공급 축소, 코로나19로 인한 광산 조업의 축소 등이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가격을 지지하는 듯 했으나 호주의 생산량이 빠른 시일 안에 정상화 된 반면, 중국을 제외한 지역의 철강 수요의 약세가 석탄 가격의 하락을 유발했다.

특히 가격 약세의 가장 큰 이유는 원료탄의 주요 수입국인 인도의 철강 경기 급락이다.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인도의 조강생산량은 2020년 1~7월 중 전년동기대비 24% 감소한 5,000만 톤을 기록했다. 4월부터 인도의 원료탄 수입은 급감하여 1~7월 중 인도의 호주산 원료 수입량은 전년동기대비 30% 감소하였다.

또한 주요 석탄 수입국인 한국 일본의 철강 수요 약세와 생산 축소도 석탄 가격 약세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중국의 철강 수요 및 생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철광석은 강세, 석탄은 약세를 보인 것은 중국이 풍부한 석탄 보유국으로 상대적으로 수입 의존도가 낮으며, 중국 정부에서 석탄수입을 규제해 왔기 때문이다.
Source: Bloomberg Finance L.P., DBS Bank
▲ Source: Bloomberg Finance L.P., DBS Bank


◆석탄가격, 반등 시작

최근 철강 가격의 강세에 따른 원가 부담을 그나마 완화해 주었던 석탄 가격의 반등이 시작되고 있다. 8월말 톤당 108달러에서 불과 2~3주 만에 톤당 131달러까지 상승하였다. 이 같은 상승 이유는 인도의 철강 수요가 반등하면서 가격이 상승하자 인도 철강사들이 생산량을 확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도의 해양 운송업계가 호주 퀸즈랜드(Queensland)로 석탄 운송을 위해 많은 선박으로 보내고 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중국 원료탄 시장이 타이트해짐에 따라 업계는 석탄 수입 쿼터 확대 및 통관 절차 전에 석탄을 항구에 하역할 것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공급불안 요인도 시장에 부각되고 있는데, 연말 호주의 날씨도 석탄공급의 복병으로, 태풍 라니냐(La Nina)가 발생할 확률이 70%로 예상되면서 퀸즈랜드와 뉴 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에 연말 폭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원료탄 생산량도 2020년 전년 대비 24% 감소한 5,800만 톤으로 추정되고 있어 그 동안 시장에서 미처 감지하지 못한 가격 강세의 요인들이 속속 부각되고 있는 상태다.

◆향후 철광석가격은 약보합, 석탄격은 강세유지 예상

철광석 가격 급등은 철강사의 마진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중국 철강사들도 괴광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자각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철광석 가격의 급등이 대련 상품시장에서 투기적 수요를 유발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 당국은 거래 비용을 인상하는 등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시작했다. 또한 코로나19 발생이후 통관절차가 길어진 것도 가격 강세에 한 몫 한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중국 항구에서의 자가격리 규정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철강 수요 상승에 대비하기 위한 생산 증가로 시장에 철강 재고도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는데, 만약 가을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다면 철강 가격 및 철광석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중국 철강 생산 증가가 예상되고 있고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서도 점차 생산량을 확대할 것으로 보여 큰폭의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철광석가격은 추가적인 상승보다는 약보합 정도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석탄 가격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 특히 인도에서 철강 생산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이어서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Source: Bloomberg Finance L.P., DBS Bank
▲ Source: Bloomberg Finance L.P., DBS Bank


◆광산회사들의 이익은 급증, 철강사들의 이중고에 직면

올해 광산회사들의 수익성은 팬데믹이라는 상황이 무색할 만큼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발레(Vale)의 철광석 톤당 캐시코스트는 톤당 15달러, BHP와 리오틴토(Rio Tinto)는 톤당 20달러 추정되고 있다. 이들 주요 광산업체의 EBITDA 마진은 50%를 상회할 전망으로 10% 미만으로 추정되는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EBITDA 마진과 크게 대비되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를 제외한 대부분의 철강사들은 수요 감소, 판매 부진, 코로나19로 인한 생산차질, 원재료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 고통분담의 자세를 보였던 국내 철강사들이 최근 원가 상승을 반영하기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으나 사실상 마진의 개선이라기보다는 적자 탈출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한 시각인것 같다.

상반기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으로부터 얻은 교훈은 적절한 생산량 및 가동률 확보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이었다. 적절한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적정 판매량의 확보일 것이다. 우선적으로 국내시장을 잘 지키는 전략이 다각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가령 반덤핑제소나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다양한 방식의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팬데믹의 시작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가장 건실한 경기와 철강 수요 확대로 순수입국으로 전환된 중국에 대한 수출확대 전략을 제안해 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중국 정부의 부양책을 근간으로 한 생산능력의 확대가 이후 세계 철강산업의 심각한 공급과잉을 유발했던 것을 돌이켜 보며, 중국의 철강생산 능력확대와 생산량 확대를 경계한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수익성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적절한 가동률 유지와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을 제약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제 역할은 다 한 것은 아닐까?

Source: Bloomberg Finance L.P., DBS Bank
▲ Source: Bloomberg Finance L.P., DBS Bank



[약력]
1992.02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본대학원 졸업
1993.01 대우경제연구소
1994.03 포스코 경영연구소
1999.10 LG 투자증권
2005.01 미래에셋 증권
현, DBS Bank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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