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 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철근가공업체들의 위기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4월 제강사의 가공 수주 중단 선언 이후 가공물량의 감소가 이어졌으며, 줄어든 물량을 가지고서 가공업체 간 경쟁이 과열 되면서 가공단가는 4만 원 초중반 대까지 내려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역대 최장기간 장마는 물량의 감소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나아가 가공수주 중단 이후 건설사들의 행보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게 가공업계 관계자 대다수의 반응이다. 어떻게 보아도 실로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

이에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이하 조합)에서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통해 톤당 5만 4,000원의 표준단가를 제시하고 시장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조업중단 등의 의지표명 행동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이번에 조합이 제시하고 있는 표준단가 5만 4,000원은 한참 전인 지난 2019년에 제정한 지침으로 예정대로라면 이미 시장에 관철됐었어야 하는 단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마저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쉽사리 뭉쳐지지 않는 가공업체들의 특성이 발목을 붙잡는 형국이다. 상대적으로 영세한 가공업체들이 매출압박과 과열경쟁으로 인해 가공단가를 끌어내리는 주범이라는 건 업계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 중에서는 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들도 상당수다. 공식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지만 업계에서 추산하는 국내 가공업체의 수는 약 180여 곳. 이 중 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업체는 약 60여 곳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조합은 이들의 목소리를 시장에 전달하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합과 이사회의 적극적인 의지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업체뿐만 아니라 가공업계 전체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을 비조합업체들에게 알리고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세를 규합해나가는 노력을 펼쳐야하지 않나 싶다.

많게는 연간 수 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제강사와 건설사 사이에서 가공업체 각각의 덩치는 한 없이 작은 게 맞다. 과열경쟁 상황에서 갑을병정 중 ‘정’의 위치에 놓이게 된 것도 쉽게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가공업계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뭉쳐야 한다. 약하면 모여야 하고 모여서 몸을 비비며 뜻을 관철해야 한다. 여러 가지 악재로 인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가장 어두울 때 가장 빛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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