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동부제철이 11일 KG그룹 합류 1주년을 기념하여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의 성과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곽재선 KG동부제철 회장이 참석해 기자들의 물음에 직접 답했다. 아래는 간담회 간 오고 간 질의응답 전문이다. [편집자주]

Q> 회사를 인수한지 1년이 지났다.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곽재선 회장)
재작년부터 동부제철 인수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산업은행은 적자가 지속되는 동부제철의 청산가치와 계속가치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시기였다. 그러다 점차 회사를 청산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기울었다. 그때 우리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 분명히 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간 2조원이 넘는 매출이 발생하고, 그 중 절반이 수출인 기업. 그리고 그곳에 종사하는 1,000여명의 직원들을 생각하면 분명 수요가 있고 존속 가치가 있는 회사라고 판단했다. 지금으로선 그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성과를 발표할 수 있어 기쁘다.

개인적으로 작년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한 말이 있다. ‘근 20년 간 세금을 안 낸 회사를 반드시 세금 내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국민의 세금으로 버텨온 동부제철이 이제 곧 세금을 내는 회사로 변모할 수 있을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
곽재선 KG동부제철 회장이 1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곽재선 KG동부제철 회장이 1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Q> 실적 개선 이유 중 하나로 조직체계 변화를 꼽았다. 어떤 내용인가?

A>
신문이나 잡지에 보면 ‘숨은 그림 찾기’ 코너가 있다. 이 코너를 볼 때 숨은 그림이 있다는 걸 인지하면 정답을 찾을 수 있지만, 숨은 그림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한 상태에서는 숨겨진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없다. 정답을 찾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회사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KG동부제철은 오랫동안 제조업 마인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토대로 일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에서 벗어났다. 여러 복합적인 상황에 얽혀있어 찾기 어려웠던 장애물을 없애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업을 바라보게 됐다.

기본적으로 제철은 제조업보다는 철강 가공유통업에 더 가까운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제품판매와 원료구매가 시너지를 이뤄야한다. 이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창출해야하는 구조다.

그런 점에서 기존 판매‧구매 형태는 비효율적이었다. 원료팀의 구매가격과 영업팀의 판매가격이 제각기 따로 놀았다. 그래서 과정 자체를 확 바꿨다. 현재는 원료를 구입하는 가격부터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 판매하는 비용 일체를 모든 부서 직원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런 체계가 직원들이 목표 의식을 갖고 영업이익을 내는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Q> 구매와 판매를 통합한다는 개념이 생소한데, 조금 더 설명을 부탁드린다.

A>
크게 어렵거나 복잡한 개념은 아니다. 제품 생산에 드는 비용을 모두 공유하고, 그에 따라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형태다. 일반적인 회사의 경우 각 부서에서 결정된 사안을 다른 부서에 통보하는 식인데, 그것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원료팀이 자재를 구입한 가격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판매팀이 그것을 리얼타임으로 확인하고 영업이익을 어떻게 맞춰올 수 있을지를 판단하게 되는 구조다. 시장 대응이 한층 빨라지고 간결해졌다. 직원 개개인의 책임감이 높아지는 효과도 거뒀다.

덧붙이자면 KG동부제철은 이런 구매‧생산‧판매 코스트와 관련한 움직임을 더욱 기민하게 해나갈 방침이다. 그동안 대처가 시속 50km 수준이었다면, 이를 시속 80km, 90km, 100km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시장 대응이 늦어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업스트림(상공정) 투자는 지향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다운스트림(하공정) 영역에서 고객 중심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곽재선 KG동부제철 회장이 1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곽재선 KG동부제철 회장이 1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Q> 국내 컬러강판 시장은 공급 과잉이라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신규 설비 증설 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국내 컬러강판 시장은 아직 포화 상태로 보기 어렵다. 중국산이 굉장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산 컬러강판이 차지하고 있는 저가 시장을 점진적으로 고급화 시켜나간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세계 시장은 아직 기회가 더욱 열려있다. 점진적인 수출 비중 확대전략을 바탕으로 한국산 컬러강판의 세계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내년까지 전체 판매의 60%를 수출로 채우는 것이 목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공격적인 설비 투자가 필수다. 최근 컬러강판 시장의 트렌드는 ‘고급화’다. 현재 보유한 재래식 설비로는 갈수록 고급 컬러강판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아래 신규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고급 컬러강판 수요에 목마른 세계 시장을 선도적으로 잠식하겠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Q> 최근 당진공장 CCL 증설과 함께 내년 총 6기의 컬러설비를 운용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당초 계획인 4기보다 늘어난 것인데 사실인가?

A>
당초 계획했던 4기 가동보다는 운용 폭이 조금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공급을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인천공장 내 노후 설비 1기는 폐쇄할 계획이며, 나머지 1개 라인을 탄력적으로 가동할 방침이다. CCL 총 5기를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KG동부제철 공장 전경
▲ KG동부제철 공장 전경
Q> 신규 컬러설비가 들어올 부지가 전기로 열연 설비 공간과 일부 겹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년 3월 예정대로 핫런(Hot run)에 돌입하는 데 지장은 없는가?

A>
전기로 열연 설비가 신규 컬러설비가 들어올 부지와 일부 맞닿아있는 것은 맞지만, 계획된 핫런에는 문제가 없다. 접촉점이 조금 있는 수준이다.

Q> 앞서 매각을 추진하던 전기로 열연 설비 소식이 궁금하다.

A>
전기로 열연 설비 매각작업은 코로나19 이슈로 다소 지연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매각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다수의 외국 업체가 매입의사를 밝혔고, 현재도 여러 곳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사 등이 어려워지면서 매각작업이 딜레이 되고 있지만, 사태가 진정 되는대로 마무리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Q> KG그룹은 다양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KG동부제철에 기대할 만한 시너지 효과는?

A>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왕에 무언가를 구매해야한다면 계열사 제품을 구입하면 좋겠지만, 시너지를 내기 위해 무언가를 인위적으로 한다는 건 의미가 없다. KG그룹 계열사는 ‘각자도생’이다. 각자가 고군분투하여 각자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Q> 끝으로 회장님의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A>
‘가치를 만들어내고 대가를 받자’는 것이다.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고 대가를 바라는 건 사기꾼이고, 충분한 가치를 만들어내고도 대가를 받지 못하면 바보다. 어느 방향이든 기업이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는 저마다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KG동부제철에서도 가치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