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용 철 스크랩 유통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품질 대비 제값을 못 받을뿐더러 수요가 크게 줄어 조달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철근용과 특수강용 철 스크랩은 같은 등급이라고 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2만 원 이상 벌어졌다. 특수강 업체들이 품질 관리를 까다롭게 요구해 특수강용 납품을 위해선 품질 관리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품질 편차에도 불구하고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기준으로 운반비 보조금을 제외한 제강사의 중량A 구매가격은 영남권 철근 제강사가 톤당 29만 5,000원~30만 원 정도이다. 반면 세아베스틸은 29만 5,000만 원, 세아창원특수강은 30만 원 수준이다.

특수강용이 철근용보다 낮은 경우가 생긴 것이다.

다른 등급도 상황은 비슷하다. 철근 제강사는 생철A를 중량A와 같은 가격에 매입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30만 원, 세아창원특수강은 30만 5,000원 정도에 구매 중이다. 가격만 놓고 보면 특수강업체들이 품질 격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량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량류는 불순물 등을 이유로 특수강 업체들이 까다롭게 관리하는 등급인데 철근 제강사는 27만 5,000원~28만 원 수준에 사지만, 세아베스틸은 24만 5,000원, 세아창원특수강은 27만 원 정도에 구매 중이다. 특수강업체들의 매입가격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결국 특수강 업체에 납품하는 납품사들은 운반비를 고려해 세아베스틸로 갈 것인가 철근용으로 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영남권과 수도권의 철 스크랩 가격이 엇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어렵게 쌓아 올린 품질 관리도 흔들리고 있다. 특수강에 납품을 해 왔던 유통업체들이 생철과 경량을 혼합해 철근 제강사에 납품을 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철근 제강사들은 생철 가격과 중량 가격이 같아 혼합할 경우 중량 등급 납품이 가능해 납품사에게는 단일품으로 관리하는 것 보다 이익이다.

유통업체들을 더욱더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납품 제한이다. 세아베스틸의 경우 8월까지 한 달에 4만 톤 정도를 구매할 예정이다. 납품사들은 평소 납품량의 1/4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세아베스틸이 어렵게 만들어 놓은 매칭 업체와 납품사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납품사 관계자는 “가격도 싸고 매출량도 적어 회사 운영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납품사들은 오히려 9월 이후를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세아베스틸의 구매량이 적어 지금은 유통망이 흔들린 것이 보이지 않지만 3개월 넘게 구매량 4만 톤 정도로 줄여 하부상들의 이탈이 구매가 정상화되면 눈에 띄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특수강에 특화된 납품사들도 상당히 이탈한 것 같다”라며 “특수강업체들의 철 스크랩 조달 시스템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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