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가공업계의 위기감은 제강사의 수주 중단 이후 더욱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가공물량 감소와 경쟁심화, 단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부작용의 결과다.

안타깝게도 위기감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7월부터 5~49인 이하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있고, 철근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철근가공업계가 마주한 과제들이 원만히 해결하지 않으면 향후 이해당사자 모두에게 후폭풍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관련 업계 모두가 간과해선 안 될 것으로 보인다.

1년여 앞둔 주 52시간 근무제
가공 생산원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은 두말 할 것 없이 인건비다. 업계에서는 가공 단가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로 빠져나간다는 견해를 내비칠 정도다.

가공업계의 인건비 비중은 내년 하반기에 더욱 가중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내년 7월 1일을 기점으로 5~49인 이하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다.

현재 대부분의 가공업체가 주 68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간단한 산술식으로 계산해보면 내년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적어도 23% 이상 근로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근로 시간이 줄어든 만큼 불가피하게 가공단가상승이 요구되지만 수많은 전문가들이 철근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경쟁이 심화된 현 시장에서 단가 인상이 쉬운 길로 여겨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낮은 진입장벽, 과잉 시설
정확한 실태조사는 현재 한국철근가공협동조합(이하 가공조합)이 진행 중이지만 가공업계의 가공능력도 수요대비 너무 많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과거 호황기 시절에 너도 나도 가공업계에 진출했고 낮은 진입장벽 탓에 현재도 업체수가 줄어들기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낮은 진입장벽을 넘어 진출한 영세 가공업체들이 업계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가공업체는 설비와 기술 투자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기술적 경쟁력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시되는 시장을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

가공조합이 철근과 가공 단가를 분리하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자 조합 모집 활동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시장 단가를 무너뜨리는 건 수백, 수천 건의 거래가 아니라 몇 건의 저단가 거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외부환경도 극복해야 하지만 가공업계 내부의 주체적인 노력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돌아갈 수 없는 현장가공, 가공업 무너지면 피해 일파만파
가공업계는 스스로를 갑을병정 중 ‘정’의 위치에 놓여있다고 한탄하지만 따지고 보면 철근 가공업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철근의 강종과 규격이 늘어났으며, 다양하고 복잡한 공법이 새롭게 등장한 만큼 현장 가공은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가공업체 없이는 수월하게 공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 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가공업체 간 경쟁심화로 저단가 거래가 고착화되면서 가공업체의 부실화, 가공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를 비롯한 수요자들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경쟁 입찰을 통해 저단가 거래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을 비유하자면 아슬아슬한 외나무다리를 튼튼하다고 믿고서 모두가 올라타 있는 셈이다.

다가오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하고 표준단가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업체 간 경쟁완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등 이해당사자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지 않으면, 관련 업계 가 모두 극단적인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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