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의 숙원인 건재용 냉연도금재 품질 강화가 또 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천 물류창고 참사 등 대형 화재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관련 법안 도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봤지만, 기대만큼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 전면 도입이 되리란 기대감도 옅어졌다. 담당 부처인 국토부 직원이 몇 차례 바뀌기도 했고, 시험방법에 대한 의견서 제출이 늘며 다소간 시간이 걸리는 분위기다.

한 가지 더 우려되는 건 정부와 사회의 관심이 샌드위치패널을 구성하는 ‘단열재 성능’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발의되는 법안이나 정부가 제시한 대책 모두 단열재의 성능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샌드위치패널의 한 종류인 메탈패널로 시공한 건축물.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에스와이)
▲ 샌드위치패널의 한 종류인 메탈패널로 시공한 건축물.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에스와이)
최근 연이어 발표된 관련 법안을 살펴봐도 공통점이 많다. 화재에 취약한 스티로폼이나 우레탄으로 만들어진 단열재의 난연 성능을 ‘준불연’ 등급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6월 17일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발의한 ‘생명존중 안전한 일터3법’ 내용 중 하나를 살펴보면 건축법 관련 개정안으로 “공장과 창고, 다중이용시설 등에 사용하는 마감재와 단열재, 복합자재 심재를 준불연재료 이상 등급 사용을 의무화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음날인 18일 정부가 밝힌 대책도 대동소이하다. 이 날 국토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에 따르면 샌드위치패널의 최소 난연 성능 규제가 준불연 이상으로 확대됐다. 대규모 현장에만 적용하던 의무화 범위도 모든 공장과 창고로 확대됐다.

문제는 이처럼 샌드위치패널 단열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동안 패널을 감싸는 철강재 품질 강화 움직임은 제자리를 걷고 있다는 점이다. 입법 계류 기간이 더욱 길어지는 모양새다.

냉연도금 업계로서도 답답함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1월 25일부터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건축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철강재 품질에 대한 기준 강화가 급물살을 타는가 싶더니만, 흐름을 단열재 성능 강화에 넘겨줬기 때문.

더군다나 정부의 이번 대책 발표로 건축법 개정안의 의미는 더욱 빛이 바랠 전망이다. 그동안에도 ‘난연재(난연 3급)’에만 적용되는 제한적인 대상 범위 탓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준불연재 등급 이상의 건설용 자재 사용이 의무화되면 사실상 없는 규제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강화된 철판 두께와 도금량 기준이 준불연재와 불연재로 확대 적용되기 전까지는 그 어떤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단열재의 난연 성능을 강화하는 것 못지않게 철강재의 품질 기준 강화가 필수적임을 강력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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