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대한제강의 YKS(YK스틸의 물적분할 법인) 인수 소식은 철강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 4월에는 영흥철강이 냉간압조용강선 제조업체인 한영선재의 주식 매입을 통해 85%의 지분을 확보하며 한영선재를 인수를 확정지었다.

철강 기업 간의 인수합병은 공급 과잉인 경쟁적 시장 구조에서 산업 내 구조조정과 시장 구도 재편이 이뤄지게 된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본지에서는 국내 철강업체들의 철강사업 관련 인수·합병의 역사적 순간들을 되짚어 보고, 인수합병의 시사점과 향후 방향성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철강업계 내 인수합병 ‘역사적 순간들’ 1·2부
- 철강업계 내 인수합병 BEST/WORST
- 철강업계 인수합병 시사점과 향후 전망

철강업계 내 인수합병 ‘역사적 순간들’ ①

▲ 포스코 그룹

포스코의 철강업체 인수·합병은 지난 1997년 삼미특수강과 2000년대 후반 스테인리스 업체 인수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강 부문에 있어서는 기존 기업의 인수·합병 방식보다는 신규 투자를 통한 전략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은 1997년 삼미특수강의 스테인리스 봉강 및 선재, 강관부문의 자산양수도 방식으로 인수한 바 있다. 포스코는 당시 삼미특수강 인수를 위해 계열사인 창원특수강을 설립했다. 이후 2007년 상호를 포스코특수강으로 변경하고 연산 120만톤의 조강 생산능력을 갖춘 스테인리스 봉강과 선재, 공구강, 특수합금 등을 생산하는 계열사로 운영해왔다.

이후 스테인리스 관련 시황부진과 투자했던 설비 문제 발생 및 운영상의 문제들이 불거졌으며, 2013년 경영실적이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신규 투자에 대한 재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2014년 비상경영체제 돌입한 후 2015년 세아 그룹에 매각을 결정했다.

2007년 포스코는 대한전선의 스테인리스 사업 부문이 대한ST로 분리되면서 19.9%의 지분을 투자했다. 이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포스코가 대한ST 인수에 나서면서 대한전선은 보유했던 지분을 포스코에 모두 매각했다. 포스코는 대한ST의 사명을 포스코AST로 변경했다. 포스코AST는 포스코의 스테인리스 직영코일센터이자 포스코 스테인리스 열연 임가공 및 스테인리스 정밀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로 운영됐다.

2010년에는 부산에 위치한 NK스틸이라는 포스코 스테인리스 스틸 서비스센터를 인수하면서 2번째 포스코 직영 코일센터를 운영했다. 그러다 2012년 포스코AST가 사업접점 마케팅 서비스 기능의 통합으로 역량 강화 및 규모의 경제성 도모하기 위해 포스코NST를 흡수 합병했다.

2014년 8월 포스코AST는 기존 포스코 지분 100% 계열사에서 현물출자를 통해 포스코P&S 지분 100% 계열사로 자리이동 했다. 포스코AST의 경우 2013년부터 포스코 계열사 구조조정 대상으로 언급되던 중 최종적으로 포스코 P&S에 흡수합병 됐다. 포스코 P&S에서 독립채산제 본부 형태로 이관되어 운영됐다.

이후 2017년 포스코대우와 포스코P&S가 합병하며 통합 포스코대우가 공식 출범하면서 P&S의 독립채산제 사업본부로 이관되어 운영되던 포스코AST는 통합 포스코대우에서 철강2본부 내 스테인리스 사업부로 이관되어 운영됐다.

2019년에는 포스코대우가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변경한 이후, 2020년 철강재 가공 사업부문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3개 사업부문을 통합해 분할한 포스코SPS가 공식 출범했다.

前포스코AST는 2009년 포스코로 인수합병된 이후 약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4번의 사명변경과 계열사 자리 이동을 하게 되면서 현재는 포스코SPS에 안착한 상태다. 포스코SPS는 스테인리스와 TMC, 후판가공 3개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 전경
▲ 현대제철 당진공장 전경

▲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IMF 이후 부실화와 경영난을 겪는 중소철강사들을 공격적으로 인수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우선 2000년 3월 국내 주요 압연형강 생산업체인 ‘강원산업’을 인수 합병하여 형강 업계 독보적인 1인자로 올라섰다. 연간 800만톤에 육박하는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국내 전기로 제강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초대형 철강회사로 거듭났다.

이듬해인 2001년 7월에는 사명을 인천제철에서 INI스틸로 바꾸고, 12월 ‘삼미특수강주식회사(現 현대비앤지스틸)’를 인수했다. 이로써 연간 25만톤의 스테인리스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2004년에는 한보철강 당진제철소를 현대하이스코와 공동 인수하여 일관제철 사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2006년 현대제철로 사명을 바꾸고 일관제철소 기공식을 가졌다.

2013년에는 현대하이스코 냉연 부문을 분할 합병하였고, 2015년 7월에는 완전 합병을 통해 조직을 하나로 통일했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합병을 통해 일관제철 사업의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로서 행보에 속도를 냈다.

비슷한 시기인 2014년 10월에는 세아그룹을 제치고 ‘동부특수강(現 현대종합특수강)’ 인수에 성공했다. 동부특수강은 원재료인 봉강과 선재를 공급받아 자동차용 엔진 및 변속기에 사용되는 부품 소재를 만들어 볼트 및 너트 제조회사에 공급하던 업체다.

당시 현대제철은 자동차 관련 업무 연관성이 크다는 점을 이유로 동부특수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인수 이후 <현대제철-동부특수강-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일관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현재는 수익성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부특수강 인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15년 6월에는 ‘SPP율촌에너지’까지 품에 안았다. 이 회사는 SPP그룹이 2008년 전남 순천 율촌산업단지에 설립한 단조부품 생산업체로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어왔다.

현대제철 측은 SPP율촌에너지를 인수함으로서 선박 엔진부품 같은 조선용 단조 제품을 재가공하는 하공정 생산능력을 갖춰 단조제품을 곧장 대형 조선사에 납품할 수 있는 생산체제를 갖출 것으로 기대했다. 운영은 인천공장 단강사업부에서 맡았다.

그러나 올해 2월 주단조 전문 자회사인 ‘현대아이에프씨 주식회사(가칭)’을 설립하고 금속 주조 및 자유단조 제품의 생산과 판매사업 부문을 분할키로 결정했다. 사실상 성공적인 인수 사례로는 기억되지 않을 전망이다.

동국제강 인천공장 전경
▲ 동국제강 인천공장 전경

▲ 동국제강

동국제강은 2015년 자회사 ‘유니온스틸’을 흡수 합병했다. 모기업인 동국제강이 공격적인 투자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재무 개선이 필요하게 된 영향이 컸다.

합병 당시 분위기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동국제강의 후판, 형강과 유니온스틸의 컬러강판, 아연도금강판은 생산공정에서 연관성이 크지 않은 만큼 수직계열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도 시너지 효과 자체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동국제강의 수익성 및 재무상태 개선을 통해 회사를 존속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제품 판매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지면서 상호 보완 관계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세아그룹

세아그룹은 적극적인 M&A를 통한 성장해왔다. 현재 세아그룹은 세아제강 지주와 세아홀딩스라는 두 지주사로 각자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갖고 운영 중에 있다. 세아제강지주는 강관 부문(세아제강)을, 세아홀딩스는 특수강 부문(세아베스틸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최근 지분 정리 등을 통해 지주사 간 완전한 독립경영 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세아그룹은 지난 2003년 기아특수강을 인수했다. 세아그룹이 기아특수강을 인수하면서 세아베스틸로 다시 사명을 바꿨다. 기아특수강은 기아그룹의 계열사로 차량 및 산업기계 부품을 납품하던 제조업체다. 기아그룹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경영 위기에 몰리면서 기아자동차 등 핵심 계열사들은 현대자동차에 흡수됐고, 기아특수강은 세아그룹에 인수됐다.

세아베스틸은 2014년 12월 포스코와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통해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면서 2015년 세아창원특수강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세아베스틸의 포스코특수강 인수로 탄합강에서 스테인리스 봉강, 선재, Seamless강관 및 공구강에 이르기까지 특수강의 전문 제조업체로 변모하면서 현재까지 상당한 시너지를 내면서 성공적인 철강업계 내 인수합병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공장 전경
▲ 세아창원특수강 공장 전경

한편, 세아제강은 2012년 9월 131억원에 동국알앤에스의 포항공장 토지, 건축물, 기계장치 등의 인수를 결정했으며 2012년 10월에 공정위의 인가를 획득한 바 있다.

2017년 12월 세아제강은 BNK부산은행이 보유한 동아스틸의 NPL(부실대출채권)을 양수했다. 2018년 10월 31일 부산지방법원은 동아스틸에 대한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동아스틸 경영권을 확보한 세아제강은 구조관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동시에 자사의 구조관 사업을 동아스틸 생산·판매 라인과 통합했다.

▲ KG동부제철

KG동부제철은 비교적 최근인 2019년 9월 출범했다. 철강기업이 철강기업을 인수하는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었던 만큼 업계에 미친 파급력은 작지 않았다.

동부제철 인수 과정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기업도 인수를 검토했지만, 결국 비철강기업인 KG그룹 품에 안기며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선 긍정적인 점수를 줄 수 있다는 평가다. 비철강기업 아래서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를 조금씩 지워가는 모양새다.

올 1분기에는 11년 만에 경상이익 흑자를 실현하며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5월에는 코스피 200에도 신규 편입되면서 부실기업 이미지를 떨쳐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향후 예고한 컬러강판 생산설비 능력 증강과 공격적인 판매 전략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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