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대한제강의 YK스틸 인수가 현실이 됐다. 대한제강은 설비와 경영권을 포함한 YK스틸의 물적분할 회사 ‘YKS주식회사(이하 YKS)’의 지분 51%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YKS는 철근 사업과 관련된 자산과 설비, 인원 등의 지상권만 포함된 시설법인이다. 이 말인즉슨 토지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YK스틸의 지배권이 유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토지 소유자인 YK스틸의 입장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추후 토지 소유권을 놓고서도 추가적인 협상이 있거나 발표되지 않은계악이 있을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다.

YK스틸 부산공장이 주위 민원으로 인해 여러 차례 고초를 치렀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향후 계속해서 공장을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일각에선 대한제강이 YK스틸의 제강라인만 당진 부지로 이전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제강은 이번 인수로 기존 연간 철근생산능력 150만 톤에 YK스틸의 110만 톤을 더해 약 260만 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업계 2위 생산능력을 보유한 동국제강(270만 톤)과 거의 동등한 수준이다.

긍정적인 요소도 존재하지만 대한제강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향후 행보에 따라 우려되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철근 제강사들의 생산능력이 시장 수요를 한참 상회하는 가운데 대한제강의 선택에 따라 시장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줄어든 플레이어, 줄어든 경쟁강도
대한제강이 YKS를 인수함으로써 7대 제강사는 6대 제강사로 재편된다. 계열사인 한국철강과 환영철강을 동일 회사로 묶는다면 5대 제강사로 분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처럼 경쟁업체 수가 줄어든 점은 철근 업계 전체에 긍정적인 요소로 바라볼만 하다. 표면적으로 경쟁업체의 수가 줄어들면서 경쟁의 강도가 다소 완화되고 제강사의 수급조절능력도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

YK스틸 부산공장, 당진서 부활?
변곡점은 대한제강이 당진 석문산업단지 내 투자를 본격화하는 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시점은 YK스틸 부산공장이 운영을 멈추는 시점과 맞물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 과정에서 업계가 우려하는 바는 대한제강이 당진 내 부지에 YK스틸 부산공장보다 더 규모가 크고 생산성이 높은 공장을 신축하는 일이다.

사실상 YK스틸 부산공장은 구조적인 문제로 생산성이 낮고 앞서 언급했듯이 주위 민원으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대로두면 존폐의 위기가 닥쳤을 공장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대한제강이 YKS를 인수하고 당진에 더욱더 생산성이 높은 공장을 신축하게 된다면 YK스틸 부산공장은 당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철근 시장의 전체 생산케파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대한제강, 현명한 선택 필요한 시점
종합적으로 봤을 때 대한제강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생산케파를 키워서 자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생산케파를 줄여서 시장안정화를 꾀하는 것이다.

전자를 선택한다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어느 하나 압도적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만한 회사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제강사별 생산능력을 살펴보면 현대제철 330만 톤, 동국제강 270만 톤, 대한제강 260만 톤, 한국철강‧환영철강 200만 톤, 한국제강 70만 톤 수준으로 상위기업 간 격차가 크지 않다.

어떠한 산업이건 선도 기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도가 펼쳐지면 경쟁은 치열해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지난 2017년 이후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철근 시장이라면 경쟁 상황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이와 관련 한 제강사 관계자는 “대한제강의 생산케파 증가로 인해 당사 지위에 위험이 된다면, 경쟁을 불사할 각오가 되어 있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 대한제강이 후자를 선택해 시장안정화를 꾀한다면 철근 시장이 감축의 시대로 넘어가는 데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감축의 시대는 감산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철근 제강사들이 풀생산을 해도 과잉공급이 되지 않도록 생산케파를 조정함으로써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철근시장에서 탄력생산에 대해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가공수주 중단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밝히는 등 철근 시장 안정화를 위해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대한제강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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