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여름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완성차업체에 비해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 부품업체나 금형‧단조업체의 위기는 현실로 다가온 상황이다.

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정지 명단에서도 이들 업체와 관련한 부도 소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당장 최근 한 달만 하더라도 대구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오양이피와 경남 김해시 소재 금형업체 대림기공이 명단에 오른 바 있다.

업계에서는 공식적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훨씬 많은 중소 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가 문을 닫고 있다는 입장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부도를 맞은 업체와 별개로 자진폐업을 신청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폐업 형태로 문을 닫은 업체까지 포함하면 숫자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안산 지역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S사도 경영사정 악화로 폐업을 검토 중이다”고 귀띔했다.
공장 가동률 회복도 여전히 더딘 것으로 전해진다. 완성차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이전보다는 올라오긴 했지만, 그 효과가 바로 반영되진 않는 상태다. 5월에 이어 6월까지도 주 3일 근무를 시행하는 업체도 적지 않을 정도다.

경기도 소재 부품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실제 공장 가동 일수는 열흘 안팎에 불과했다. 완성차업체의 수출량이 줄어들기도 했고, 해외로 직접 납품하는 물량도 급감한 결과”라며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만들어 놓은 재고가 아직 남아있고, 수출길이 막히면서 좀처럼 활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전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25억 3,520만달러, 우리 돈 약 27조원에 달한다. 수출액 비중은 북미(28.7%), 아시아(28.2%), 유럽(25.5%) 순으로 높은데, 이들 지역이 모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수출액의 80%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에서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길이 동시에 막히니 고사 직전에 몰린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 대륙별·연도별 수출액 실적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 ※ 대륙별·연도별 수출액 실적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들 업체에 물량을 대던 냉연유통업계도 그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 고정적인 연계물량이 감소한 것 외에도 2차 유통업자에게 소규모 물량을 구매하는 발길마저 뚝 끊겼다.

2차 유통업체 관계자는 “3월부터 판매량이 줄더니 4월 이후로는 구매문의 전화 한 통 받기가 어렵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곤 있지만, 언제까지 적자만 볼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면서 “현재로서는 사업을 접는 것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정부와 완성차업계는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에 5,000억원 이상(기술보증기금 4,200억원 이상, 신용보증기금 1,400억원 이상)의 금융지원 상생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술력과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자금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어려움에 직면한 중소 자동차부품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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