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스크랩 가격이 8주간 크게 오르면서 단기 고점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기로 제강사 관계자들은 “이번 주 가격 인상 이후 계약 요청이 크게 늘었다. 단기 고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들도 “가격이 단기 최저 가격대비 6~7만 원 올랐다. 조심해야 구간에 진입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단기 고점 구간 진입 추정 배경은?

제강사와 유통업체들이 6월 중 단기 고점을 맞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1) 단기간 크게 올랐고 2) 국제가격대비 높은 수준이고 3) 철근 형강 등 제품 가격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점을 꼽았다. 또한 4) 장기 악성 재고가 방출될 수준까지 가격이 오른 데다 5) 유통업체들의 시세 차익이 상당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4월 셋째 주에 26만 원이었던 남부지역 전기로 제강사의 중량A 구매가격은 이번 주에 32만 5,000원으로 올랐다. 8주 사이에 6만 5,000원 오른 것이다. 일부 계약까지 생각하면 상승 폭은 최고 7만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8일 가격 인상 이후 시중 유통량도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부지역 제강사의 하루 입고량은 지난주 2,000톤 정도에서 3,000톤 이상으로 늘었다. 수도권도 동국제강의 하루 입고량이 지난주 4,000톤대에서 9일에는 6,000톤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제철 등 다른 제강사들도 입고량이 크게 늘었다. 일각에서는 방통차(철 스크랩 전용 운반차량) 수배도 타이트해졌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통량이 늘어난 것이 단기 고점 근접에 따른 유통업체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인지 가격 인상 효과인지 아직 판단이 쉽지 않다. 지난 몇 번의 가격 인상에서도 인상 후 유통량이 늘었지만 늘어난 유통량이 2~3일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계약 요구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은 지난 7주간과 다른 점이고, 단기 고점의 전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국제가격 행보에 주목?

그러나 단기 고점 가능성 제기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아직 향후 시장이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아직 상승 동력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향후 시장을 좌우할 요소로 1) 일본 철 스크랩 등 국제가격의 향방 2) 현대제철 등 국내 제강사의 구매 정책 3) 제강사의 감산의 강도 등이 꼽혔다.

특히 오늘(10일) 열리는 간토철원협동조합의 낙찰 가격이 얼마나 오를 것인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대폭 오른 가격에 계약이 이어진다면 한국행 수출 가격도 강세가 이어지고, 결국 국내 철 스크랩 가격도 계속 상승 자극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철 스크랩 전문가는 “간토 철원협동조합의 10일 낙찰 가격이 고가에 형성될 것 같다. 동남아시아와 한국의 소비자들의 저항 강도가 향후 시장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요인은 동남아시아이다. 동남아시아의 미국산 철 스크랩 공백이 장기화 되고 있다. 일본의 가격 급등에 대한 견제 카드가 적어 동남아시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소비가 늘어난 동남아시아에서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한국으로의 수출 가격도 추가로 오를 여지가 있어 보인다.

국제 철 스크랩 가격, 특히 일본 철 스크랩 가격이 어떤 행보를 보이는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싸진 수입품, 현대제철의 선택은?

국내 변수는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은 국내 경쟁사와의 원가 경쟁을 위해 국내 철 스크랩 장입 비율을 대폭 늘렸다. 최근 인천공장의 경우 국산 장입 비중이 지난해 64%에서 올해는 70%대 초반으로 크게 늘었다. 이 때문에 수입 계약을 줄이고 이미 계약된 물량들도 선적을 늦췄던 것.

지난해 현대제철의 일본산 철 스크랩 한달 배선량은 약 24만 톤 내외였지만 최근에는 14만 톤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제철의 철 스크랩 소비 크게 줄어들기도 했지만 원가 경쟁을 위해 가격이 싼 국내 철 스크랩 비중을 늘린 것이 원인이다.

국내 철 스크랩 가격 급등으로 현대제철이 수입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미 계약된 계약 잔량의 경우 국내 철 스크랩 가격 급등으로 국산에 비해 싸다. 현대제철의 계약 잔량은 약 30만 톤 정도로 전해지며 지난해 말 계약 잔량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제강업계가 보유한 유일한 단기 수급 개선 카드로 꼽히고 있다.

아직 현대제철의 전술 변화 움직임은 없다. 현대제철측도 "일본 철 스크랩 가격이 싸진 것은 사실이다. 아직 정책에 대해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대제철이 최근 일본 배선을 조금씩 늘리고 있어 전술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변화 가능성은 소비의 감소를 꼽을 수 있지만 개선 효과가 크지 않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5월에 비해 추가로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현대제철A 열연의 가동 중단과 철근과 형강의 감산 정도이다. A열연이 약 5만 톤 정도, 철근이 약 2만 톤 정도 소비 감소가 예상된다. 6월의 소비 감소영향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단기 급등과 국제가격보다 높아진 현실로 인해 단기 고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입찰, 제강사는 7월 이후 도착하는 물량 계약에 대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기 급등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전망도 불투명해 유통과 제강사 모두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기 시작했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