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은 최근 9대 임원을 선출하며, 지휘봉을 신주열 신임 이사장에게 쥐어줬다. 그를 만나 가공업계의 현황과 향후 활동계획을 들어봤다.[편집자주]

◇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신주열 신임 이사장
Q. 9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소감은?
A.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해야 적자를 벗어날 수 있는 가공장의 열악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보니 이사장이 되었다는 기쁨보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가공산업 전체가 2019년 하반기부터 수주물량 감소 및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단가하락 압력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불안감과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더불어 코로나19가 건설경기와 가공산업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매우 조심스럽지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앞으로 가공조합이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조합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시장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각오다.


Q. 가공산업이 마주한 최대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수주물량 감소와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가공단가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거대기업 및 유통점의 최저입찰로 인해 최근에는 표준단가인 5만 2,000원에 훨씬 못 미치는 4만 원 초반 대에 가공수주가 이뤄지는 극단적인 상황도 펼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지난 2019년 최저임금이 10.9%, 2020년에는 2.9%씩 인상되었으나, 가공비는 오히려 하락했다. 인건비와 운반비 비중이 70% 이상인 가공비의 하락은 가공품질과 건설안전을 위험하고 가공업계의 파산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가공업체의 생계단가인 표준단가는 반드시 입찰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급과 원재료 값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철근과 달리 가공비는 인건비 비중이 높으므로 상호협의 하에 철근과 가공을 분리해야 한다고 본다.

Q. 조합 입장에서 적정한 가공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A. 현재 표준단가로 책정된 5만 2,000원 중 1만 원은 운송비용으로 빠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외에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가공업체들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사실상 얼마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철근 가공 명목으로 가공비용을 받지만 그보다는 로스율을 통해서 얻는 수익으로 겨우 손익을 맞추는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정상적인 구조라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내년 7월부터는 50인 이하 기업에도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공비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것도 현재보다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고 본다.

현재 68시간 근로제 하에서도 어려운 시장인데 52시간 근로제가 도입 되면 산술적으로 계산해 봐도 약 23% 이상의 근로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이 부분을 단가가 채워줘야 한다.

Q. 가공비 하락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가장 큰 이유는 워낙 열악한 환경에 처한 업체들이 많아서다. 잉여 이익금 없이 운영되는 업체가 많다보니 가공비를 줄여서라도 당장 일감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건설사의 인식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철근 조립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과거에는 철근 가공과 조립 비용 간 약 7만 원의 격차가 있었다면, 현재는 27만 원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수급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현장에서 진행되는 조립과 공장에서 진행되는 가공을 바라보는 건설사들의 인식 차이가 단가의 차이를 만들고 있다고 본다.

단가가 내려가면 가공품질 저하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그대로 건설사의 피해로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Q. 조합 입장에서 회원사를 위한 혜택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인다. 이에 대한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부분은 가공기계 보수문제를 조합 차원에서 공동으로 해결해나가는 일이다. 가공기계는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코일철근 가공기계는 대부분이 수입제품이다.

문제는 수선비용도 비용이지만 외국에서 부품을 수급해야하기 때문에 보수기간이 최소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조합차원에서 공동으로 A/S를 신청하고 부품을 주문하는 방식이다. 국내 총판입장에서 1대1 투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많은 업체들이 소속되어 있는 조합은 안정적인 수요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본다. 가동률이 오르고 원가와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현재는 업체마다, 부품마다, 수선기간마다 비용이 제각각이지만 공동으로 대응하면 A/S의 표준화를 꾀할 수도 있다.

또한, 조합 명의의 안심계좌 개설을 통해 부품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모두 안심하고 결제할 수 있는 중재역할과 공급원 승인서류, 제강사 샌상스케쥴, 고철시세 등 조합원 서비스, 보증보험 요율 인하, 샾드로잉 교류 활성화를 통한 단수 표준화, 조합차원의 정부 관급공사 입찰 참여 유도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밖에 회원사뿐만 아니라 비회원사도 방문하여 어려움을 함께 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정부지원 사업의 일환인 스마트공장 추진 등 가공공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Q. 임기 이후 가장 먼저 선행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일단 철근 가공 물량의 수급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고 가공 기계업체를 통해 가공업체들의 전체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주간 68시간 근무 기준 생산량은 물론이거니와 내년부터 50인 이하 제조업체에도 적용되는 52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한 생산량까지 파악할 예정이다.

가공철근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아야 제강사나 건설사 입장에서 향후 사업계획을 세우기 쉬울 것이고 가공업체 입장에서도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적절히 조절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나아가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하기 위한 명분으로써도 실태조사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런 근거 없이 눈대중으로 정한 가공비를 제안하는 것보다는 설득력 면에서 큰 강점을 갖게 되는 셈이다.

Q. 추가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무엇이 있나?
A. 가공비 외에 불합리한 관행으로 인해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공차운임, 제품 정보를 적어 둔 꼬리표에 대한 추가 비용, 하차 대기료, 강종에 따른 재고보관 비용, 납품확인을 위한 인쇄비용 등도 모두 가공업체가 부담하고 있다. 이런 부분만 정리가 되어도 단가가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표준계약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표준계약서는 하도급법을 기준으로 가공조합과 건설사, 제강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두 합의해 만들어진 계약서다. 추가적인 개정이 필요하겠지만 가공비 외에 추가비용 발생 상황에 대한 대안 등이 대부분 표기되어 있다.

법적인 강제성이 없다보니 그간 활성화가 되지 않았지만 조합의 노력과 가공업체들의 의지만 있다면 분쟁 발생 시 가공업체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Q. 제강사의 가공 수주 중단 이후 조합의 입장은?
A. 제강사가 가공 턴키수주 중단을 선언하면서 가공업계 수주잔량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발주 시스템의 변경이 있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변화가 있다면, 그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건설사와 가공업계 직계약 및 제강사 또는 유통점과의 가공계약 등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검토 중이다.

Q. 코로나19가 가공업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A. 철근가공업은 인력의존도가 높은 업종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많고 집단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집단발병 위험이 높다.

다행히도 상반기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장기화 시 △불확실성 확산 △실물경제 어려움 △경제 하방위험 확대 등으로 건설경제가 위축되고 가공물량이 줄어드는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Q. 제강사와 유통사, 건설사 혹은 조합회원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건설사, 제강사, 유통사는 진정한 상생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줬으면 한다. 비록 가공업체들이 힘없고 영세하지만 건설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상생하여 건전한 거래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관련된 모든 업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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