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 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코로나 19, 세계 경제를 멈추게 하다
코로나 19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났고, WHO가 펜데믹을 선언한 지도 1달 이상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까지 코로나 19의 위세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최근에는 첫 번째 유행이 종식되어 우한 폐쇄 조치 해제를 단행하였던 중국에서마저 두 번째 유행이 다시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생겨나고 있을 정도이다.

코로나 19는 전 세계 경제를 완전히 멈추어 세우고 있다. 이미 항공업계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외국인 입국을 차단하면서 국제선 운항의 90%이상이 중단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부품을 구하지 못하거나 코로나 19의 감염으로 공장이 수시로 멈추어 서고 있다. 가전, 기계 등 대부분의 산업이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고, 소비도 급감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19 영향으로 금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6.8%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는 1992년 경제통계를 발표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도 급감하고 있고 일부 비관론자들은 -4% 이상의 감소를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은행도 지난 1분기 GDP 성장률이 11년 만에 가장 낮은 -1.4%를 기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코로나 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경제 활동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한국 철강산업은 1분기까지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그러나 한국 철강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코로나 19의 영향이 금년 1분기까지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3월까지 생산이 전년동기대비 -15.4%, 내수 -6.1%, 수출 -17.6%로 크게 하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철강산업은 아직까지 가동중단이나 생산량 감축과 같은 직접적인 타격은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금년 1분기 국내 철강 생산 및 출하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가 나오지 않아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으나, 자동차와 같이 생산이 두 자리 수의 큰 폭 감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2월까지 주요 철강제품에 대한 생산 통계를 살펴보면 형강, 선재와 같은 봉형강류 제품의 생산이 다소 높은 수준의 감소를 기록하였으나, 중후판은 오히려 2.0%, 열연강판도 1.2% 증가하였다. 다만 아연도강판이 -2.9%로 소폭 감소를 기록하였다.

생산과 달리 재고는 제품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선재는 1~2월 동안 생산이 9.5%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무려 4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자동차산업의 가동중단이 일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아연도강판도 생산이 감소하였으나 재고가 전년동기대비 44.4%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 또한 자동차산업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열연강판은 생산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재고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 19의 직접적인 영향이 2월까지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금년 1분기 철강재 수출 또한 통계적으로는 코로나 19의 영향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년 1분기 중 한국의 총 철강재 수출은 753만 톤으로 전년동기대비 1.9% 감소에 그쳤다. 제품별로도 선재는 0.6%의 수출 증가를 기록하였고, 주요 수출품목인 열연강판은 0.2%, 아연도강판은 2.8%의 감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금년 1분기 철강제품 수출이 크게 감소하지 않은 것은 첫째, 상당한 물량이 작년에 계약되었던 물량일 수 있으며 둘째, 1분기까지는 핵심 수출지역에서 수출품이 사용되는 수요산업의 가동 중단 등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분기부터는 한국 철강산업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

1분기까지 코로나 19의 영향이 철강산업에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오산하는 것이다. 철강재라는 제품의 특성상 여러 가공단계를 거쳐야만 자동차, 기계, 가전 등 최종수요산업에 도달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 수요산업이 코로나 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가동 중단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들 가공 산업은 당분간 생산을 계속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동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제부터는 각 단계의 가공공장들도 재고를 쌓아 둘 여력이 부족해지고 있고, 결국 소재인 철강재의 주문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 징후가 2차 3차 철강유통업계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철강유통분야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해서는 4월 14일 스틸데일리의 최양해 기자가 올린 기사의 제목이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팔수만 있다면 어음 거래라도 하겠다. 목구멍이 포도청’ 이라는 기사에서 자동차 부품과 가전 협력회사에 냉연도금재를 공급하고 있다는 2차 철강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3월과 4월 판매량을 합쳐도 2월 한 달 판매량에 못 미칠 것 같다.

이달 들어 단 두 통의 전화밖에 받지 못했다. 현금 유동성은 최악이지만 물건을 산다는 곳만 있다면 90일 전자어음 거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현재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그리고 또 다른 냉연유통업체는 “가격은 내렸는데, 구매문의 전화가 없다‘라고 현재의 유통향(向) 냉연도금 판재류 시장의 상황을 단적으로 대변했다. 강관업체들도 4월 초 2% 수준의 할인 폭을 확대하였으나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국제유가 급락 영향까지 겹쳐 수출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철강 내수의 상황은 금년 2분기 들어 분위기가 1분기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수출도 2분기부터는 본격적인 감소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연간 생산량의 40%가 넘는 3천만 톤 이상(2019년 31,890천 톤)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수출품 중에는 열연, 냉연, 아연도강판 등 자동차용 강판의 수출이 2019년 17.4백만 톤으로 철강 총 수출량의 60% 이상을 차지하였다. 그런데 코로나 19로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의 가동 중단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4월 들어서는 생산 중단 기간이 계속 연장되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내 철강업계는 자동차용 강판에 대한 신규 수출주문이 거의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고, 현지 도착한 물품들조차 부두에서 발이 묶이고, 이미 계약한 물량에 대해서도 선적 지연 요청도 빈발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동남아에 자동차용 냉연이나 아연도금강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의 소재를 한국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는 상황이나 이들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수출도 4월부터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의 수출 담당자는 1분기까지는 지난해의 계약분이 선적되면서 수출이 이루어졌으나, 2분기 들어서는 신규 수출계약이 전무하다시피 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할 때 2분기 들어서는 특히 자동차와 관련된 철강제품의 수출 주문이 급격하게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와 같은 코로나 19 상황이 지속된다면 아마 50% 이상 수출 감소도 불가피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철강업계 내부에서는 수출물량을 내수로 전환하거나 혹은 내수 전환을 위한 생산제품 포트폴리오 변경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상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전략이 먹혀들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료: WSA
▲ 자료: WSA

자료: WSA
▲ 자료: WSA

기존 경제위기 경험에서 철강업 충격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나...

세계 경제는 2차 대전 이후 70년대의 두 차례 Oil Shock,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커다란 경제위기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경제적 충격은 Oil Shock을 제외하고는 철강산업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끝이 났다. 1973년과 1979년에 발생한 두 차례의 Oil Shock는 세계 경제를 장기간의 침체 상황으로 몰아넣었고, 이로 인해 세계 철강수요는 이후 20년간 7~8억 톤 수준의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1998년 발생한 아시아 외환위기는 세계 철강산업에 큰 충격을 주지는 못하였다. 위기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개도국에 제한되어 있었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세계 철강수요를 견인하였기 때문이다. 2008년에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철강산업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다주었는데, 2008년 13억 4천만 톤에 이르던 세계 철강수요가 2009년에는 12억4천만 톤으로 1억 톤 이상 감소하였다. 그러나 2010년에 다시 14억 2천만 톤으로 회복되면서 철강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였다.

한국 철강산업 또한 이러한 세계적 규모의 경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만 세계 철강경기와는 달리 Oil Shock은 한국 철강산업의 성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고 반면에,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 철강산업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유발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1997년 외환위기로 한국 철강수요는 1년 만에 1천3백만 톤, 수요의 35% 가량이 사라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한국 철강수요를 1년 만에 22.5% 감소시켜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는 중국의 급부상과 저평가된 원화를 활용한 적극적인 수출 정책으로 2년 만에 국내 철강수요는 예년의 수준을 회복했고, 이후에는 70~80년대 이후 제 2의 성장 국면을 맞이하였다. 이후 국내 철강수요는 2008년 사상 최대인 6천 1백만 톤이 될 때까지 승승장구 하였다. 근 10년 동안의 고성장을 경험한 한국 철강산업은 다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이 충격에서도 한국 철강산업은 빠르게 벗어났으나, 이전과는 달리 과거 최고 수준의 철강수요를 회복하지 못한 체 정체 국면에 빠져들었다. 한국 철강산업의 양적 성장이 이미 끝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코로나 19 대응책, 단기는 물론 장기 대책도 동시에 마련해야

이번 코로나 19는 이상에 살펴본 세 차례의 큰 경제적 충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전의 충격들이 경제 내부적인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여 그 해법도 유동성 공급과 같이 경제적인 방법으로 찾을 수 있었고, 철강산업도 대체로 1~2년 내에 이전의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번 사태는 전염병인 코로나 19 자체를 퇴치하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기존의 경제적 해법이 전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고 작동하더라도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더라도 코로나 19가 완전히 종식되었다고 확신되지 않는 한 생산 중단이 반복될 수 있고, 사회적 격리 정책이 사라지지 않아 소비 또한 위축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 사태는 코로나 19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혹은 치료약이 개발되어 통제 가능한 상황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있고, 이는 생산과 소비 활동 위축이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철강산업은 2008년 이후 수요기반이 점차 약해져 왔다. 자동차 생산이 줄어들고 있고, 조선산업 또한 언제 회복될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건설산업도 절정기를 지나 시장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코로나 19는 이에 더하여 철강수요를 한 단계 더 감소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 감소된 시장규모가 정상상태로 회복되는 데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그 감소된 시장 규모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축된 생산 활동과 소비성향 자체가 원상태로 회복되는데 그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혹은 생산과 소비 구조 자체를 완전히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매출감소로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기업들조차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단기간에 자금 수혈이 이루어지더라도 구조조정을 면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소규모의 철강유통업체들은 단기간 내에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자금 지원 등도 이루어져야 하지만 선도업체들도 위기에 처한 업체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철강생산업체들은 감산까지도 고려하는 매우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보수나 수리의 시기를 앞당기는 단기적인 전략 이외에도 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수요 규모 변화에 대응하여 시나리오별로 보다 구체적이고 구조적인 감산 계획까지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국내 철강시장이 최악의 경우 예상보다 큰 규모로 위축되고 그 수준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시장규모 축소를 방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도 개발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새로운 철강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활동은 철강기업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다. 설계엔지니어링업체, 가공 및 제작업체, 부재 제작업체, 설치 및 시공업체 등 철강재 Supply Chain 전체를 포괄하여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철강 선도업체들은 이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내 대부분의 철강사들은 자사 제품의 판매 확대를 위해 제품을 개발하고 홍보하여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자사 회사 제품만 많이 팔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국내 전체 철강시장 규모 자체를 확대한다는 대승적인 차원의 전략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테슬라가 자사가 가지고 있던 전기차 관련 특허를 개방함으로써 세계 전기차 시장을 빠른 속도로 확대시키고, 자사 또한 세계 1위의 전기차 회사라는 명성을 더욱 공고히 굳힐 수 있었다는 점을 국내 철강업계도 되새겨볼만하다. 현재의 어려움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이고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현 위기가 국내 철강업계간에 경쟁보다는 공존을 위한 협력의 계기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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