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제강사들이 원가 절감을 강화하면서 국내 철 스크랩 구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사진> 동국제강 인천제강소 북항
▲ 전기로 제강사들이 원가 절감을 강화하면서 국내 철 스크랩 구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동국제강 인천제강소 북항
전기로 제강사의 철 스크랩 구매 포트폴리오의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제강사들은 원가 부담과 감산으로 국내 철 스크랩 구매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수입품 구매력은 저하되고 있어 향후 시장이 변수가 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한 제강사 관계자는 “현재 일본 철 스크랩 보다 국산이 톤당 4만 원 이상 저렴하다. 수급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선에서 국내 철 스크랩 구매를 늘려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국산 구매 비중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인 것. 일부 제강사의 경우 그동안 꾸준히 해 왔던 일본 철 스크랩 계약이 최근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제강사들이 국내 철 스크랩에 더 손이 많이 가는 또 다른 이유는 감산 영향도 있다. 제강사마다 예정에 없던 감산이 속출하면서 철 스크랩 수급 관리가 쉽지 않아 진 것. 이 때문에 2개월 전에 먼저 계약하는 수입 철 스크랩으로 인해 수급 밸런스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제강사 구매가 주목하는 것은 원가 부담이다. 신규 계약 외에 기존 계약분이 고가로 수입되면서 원가 압박이 커진 것.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철 스크랩 구매 압력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입항 대기 중인 미국 철 스크랩은 3카고다. 현재까지 라인업에 잡힌 3카고는 최저 285달러, 최고 301달러 수준에 계약됐다. 원화 기준으로는 35만 원~ 37만 원 수준에 도착한 것이다. 그나마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되면서 원화기준 수입 가격도 동반 하락했지만 중량A와 격차가 상당하다. 수도권 제강사의 이번 주 중량A 구매가격은 톤당 27만 원 정도이다. 적게는 8만 원, 많게는 10만 원이나 비싼 철 스크랩이 수입되는 것이다. 이달 남은 기간에 수도권에 도착하는 미국 대형모선은 11만 9,230톤이다. 평균 9만 원 정도 비싸다고 가정할 경우 3카고로 인해 103억 원 정도 기회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철 스크랩도 상황은 그나마 낫지만 원가 부담이라는 측면에서는 마찬가지다.

일본 철 스크랩의 평균 입고 가격을 도착 기준 2만 5,500엔(H2) 정도라고 가정할 때 원화 기준으로는 28만 원 정도에 부두에 도착한다. 회수율이 H2보다 좋은 경량A의 제강사 매입 가격은 25만 원으로 H2에 비해 톤당 3만 원 정도 저렴하다. 현재 라인업에 오른 일본 철 스크랩은 15만 톤 정도이다. 국산 대비 45억 원 정도 비용을 더 지불한 셈이다.

- 원가 부담에 국산 비중 증가 전망

철근 소비 감소에 따른 고정비 상승에 더해 고가의 수입 철 스크랩이 속속 도착하면서 제강공장에 원가 압박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수입 철 스크랩 비중이 높은 제강사들은 국산 철 스크랩 구매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경쟁사와 원가 경쟁이 어려운 상태에 진입하고 있다. 수입 비중이 높은 제강사들은 국산 구매에 관심을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로 첫째도 원가 둘째도 원가 중심의 구매가 강화되고 있다. 국내 철 스크랩 구매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감산이다. 철근 소비 부진으로 계획에 없던 감산이 속출하면서 철 스크랩 수급 계획이 어긋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소비가 줄어들 경우 국산은 입고 제한이나 할당을 할 수 있지만 수입품은 일본 현지에 선적 지연을 요청하더라고 가격은 확정된 것이어서 위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현대제철의 제강공장 가동률이 급락하면서 계약됐던 철 스크랩 선적이 늦어져 올해 초까지 수급 조절에 애를 먹었던 선례도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고가의 수입 철 스크랩이 입고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수입이 없었다면 소비량의 70%를 차지하는 국내 철 스크랩 가격이 천정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원가 절감이 절박한 시점이어서 상대적으로 비싼 수입 철 스크랩을 계속 계약하는 것은 부담”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 여전히 철 스크랩 공급 부족 국가라는 점이다. 수입을 적정하게 하지 않으면 국내 철 스크랩 가격이 국제가격을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 제강사들이 국내 철 스크랩 구매 집중 유혹에도 불구하고 수입을 계속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강사들이 원가 절감이라는 이유로 수입을 줄여 수급 불균형에 빠질 것인지, 아니면 원가 절감 목표를 다소 줄이더라도 수입을 계속 할 것인지 기로에 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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