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형강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전략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H형강 유통업체들은 지난해 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아직 잠정 실적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 전후에 불과하다는 것이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적자를 봤지만 은행권과의 정상적인 거래를 위해 장부상 흑자를 시현한 업체들도 있다는 말이 들린다.

한 H형강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생각했지만 1년 결산을 내어보니 생각보다 심각하다. 판매는 많았지만 이익이 없다”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이익 감소의 가장 큰 이유로 생산업체의 물량 할인이 줄었던 것을 꼽았다.

유통업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올해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1분기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세는 제강사의 마감 가격 이하고, 제강사는 이미 공지한 수준에서 마감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MOU달성에 따른 판매 지원금 검토도 없는 상태이고, 동국제강도 원칙마감을 하겠다는 말 이외에 다른 지원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MOU는 말 그대로 서로 이 정도는 공급하고 판매하겠다는 약정이다. 약정 달성 여부가 할인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사가 물량 할인을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은 거래 관행이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이 비가격 경쟁력보다 가격 경쟁에 초점을 맞춰 영업을 하면서 시세가 번번이 제강사 판매가격 이하로 미끄러졌다. 제강사들은 올해부터 시세가 유통 최저 마감가격 이상에서 형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던 것. 즉 구매에서 물량할인을 받아 이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구매가격 이상에서 판매해 마진을 확보하는 구조로 유통이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제강사 관계자는 “제강사가 유통의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로 시세가 형성되다 보니 적자인지 흑자인지도 모르고 판매하는 시장이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제강사가 물량 할인을 없애기로 한 또 다른 이유는 수익성 악화가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적자를 보고 있고, 올해 1분기도 적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더 이상 현 시장 구조를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제강사 관계자는 “유통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때가 됐다. 최소한 제강사의 판매가격 이상에서 판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물량할인을 없애겠다고 하는 제강사의 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십년 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겠나. 제강사의 최저 마감 가격인 80만 원을 제시하면 사는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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