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사실상 가공철근 수주 중단을 선언하면서 10년을 넘게 이어온 가공수주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이번 조치가 철근 가공시장의 주체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제강사가 가공수주를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주체만 바뀔 뿐 ‘철근 가공’ 시장이 위축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다만 새로운 철근 가공에 대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제강사들이 당장 4월부터 가공수주를 중단함에 따라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선택의 기로 건설업계, 가공 주체는 누구?
건설업계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자재수급이 어려운 상태에서 제강사들의 수주중단까지 겹쳐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다만 최종적으로 철근을 납품받는 수요자가 건설사임을 직시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제강사를 통한 가공수주 외에 다른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방법은 과거의 수주방식이다. 제강사나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철근 ‘납품’ 입찰과 가공업체를 대상으로 한 ‘가공’ 입찰을 각각 나눠서 현장에 가공 철근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건설사가 가공의 주체가 되면서 관리 비용 증가와 영세 가공장에 대한 부담까지 늘어나는 상황이 만들어지겠지만 당장 건설 현장 납품을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는 다수의 최저가 입찰을 진행하며, 현재와는 달리 각 현장마다 4~5곳의 제강사에서 철근을 납품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강사가 가공을 대행하는 대신 철근을 대량으로 수주하던 암묵적인 관행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가공장을 보유한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가공수주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대형 유통업체가 가공의 주체가 되는 셈이다.

저가 가공수주를 받지 않겠다는 현대제철과 가공수주를 일체 받지 않는다는 동국제강의 방침이 차이가 나지만 일단 가공수주를 받지 않는다는 전제를 둔다면, 건설사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대상은 대형 유통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무관리로 부실화 위험이 적고 철근 수급에도 문제가 없으며, 가공에 대한 우려도 적은 대형 유통업체는 건설사의 수고를 최대한 덜 수 있는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유통업체, 득인가? 실인가?
가공장을 운영하거나 위탁을 맡겼던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하도급법에 따라 5만 2,000원의 가공비를 지급하던 제강사라는 발주처가 사라지게 됐다. 아울러 제강사의 지원을 받아 직접 수주하던 물량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제강사가 가공수주 중단 방침을 강경하게 이어간다는 전제하에 철근을 공급받는 유통업체가 이에 반하는 독자적인 정책을 펼치기는 사실상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강사가 가공수주를 하지 않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가공수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종의 반사이익이다.

수주경쟁에서 제강사가 배제된다면, 유통업체간 수주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크다. 영업력 확대에 대한 고민이 승부를 판가름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으로는 제강사가 제시한 단가대로 철근을 판매를 해야 하는 시장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단가 이외에 추가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부가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철 스크랩 외 원가변동요인 가격에 반영
철근 가격의 변화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뜻이 완전 일치하지는 않은 관계로 두 가지 예상이 가능하지만 방점은 원가변동요인 반영에 찍힐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현대제철은 가공수주 시 최저 마감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본다고 밝히며, 이를 충족하는 가격이라면 가공수주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반면, 동국제강은 제강사의 원가가 제대로 반영되고 최저가 입찰제의 부작용이 사라진 합리적인 거래구조가 만들어지는 시점까지 중단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현대제철이 현재 시장에 알린 대로 마감고시가를 충족하는 가격에 가공수주를 이어간다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유통행 최저 마감가격’과 ‘건설행 분기 기준가’ 간 격차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실질적으로 분기 기준가의 의미가 없어진 상황에서 최저 마감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에 철 스크랩 가격 외에 다른 요소들을 연동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만약 현대제철이 가공수주 일체 중단으로 방침을 선회한다면 추후 분기 기준가를 산정하는 기준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동국제강이 가공수주 재개조건으로 내걸었던 ‘합리적인 거래구조’에는 제강사의 원가가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제강사는 최저 마감가격이 됐든 분기 기준가가 됐든 철 스크랩 가격 외 전기료, 인건비, 부재료, 고정비 등의 원가변동요인을 반영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 간 다소 불협화음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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