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저가 철근 가공수주와 프로젝트 일괄 수주 문제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오는 4월부터 자사의 마감 고지가격을 밑도는 주문은 유통과 실수요를 구분 않고 일체 받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대제철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시중 철근 가격하락의 원인으로 매출 확보만을 위해 자행되는 저가수주가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형 유통업체인 A사는 얼마 전에도 시중 유통가격보다 하향 조정된 가격으로 가공수주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저가수주가 시중 가격하락에 대한 제강사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저가수주 근절을 위한 전제조건
일단 현대제철은 시장에 오는 4월부터 저가수주를 중단 할 것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다만 저가수주 관행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가공수주와 프로젝트 일괄 수주를 진행하고 있는 여타 제강사들도 저가수주의 불합리함을 공감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10년 간 지속되어온 관행을 현대제철이 단독으로 끊어내기는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특히나, 일물일가 체제가 형성되어 있는 국내 철근 시장에서 7대 제강사 하나하나가 가지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동국제강의 행보를 눈여겨볼만 하다. 현대제철과 더불어 가공수주와 프로젝트 일괄 수주 물량이 많고 그만큼 저가수주에 대한 심각성도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파악되지만 시장이 재편될 수 있는 중안인 만큼 섣부른 결정을 내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통제력이다. 제강사가 저가 가공수주와 프로젝트 일괄 수주를 중단하게 되면 갈 곳이 크게 줄어든 건설사들의 가공수요는 가공장을 소유한 대형 유통업체들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건설사 입장에서 영세 가공업체에 직접 수주를 맡기는 것보다는 자금 면에서 안정적인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가공을 맡기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거대화는 필연적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가격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통제력은 제쳐둘 수 없는 전제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강사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나
저가수주가 중단되면 제강사 입장에서는 가격 하락을 불러일으키는 주 원인 중 하나를 해결하게 되는 셈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철근 가격에 대한 제강사의 영향력이 커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유통시장의 저가품 공급 루트마저 차단한다면, 수익성을 추구하겠다는 제강사의 가격방침도 덩달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연간 100만 톤 이상의 물량을 책임지던 수요처가 불확실해졌다는 점은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안정적인 매출을 바닥에 깔고 시작했던 제강사들 입장에서 수주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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