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
아직 자급자족도 되지 않았는데 왜 수출하여야 하나? 그 답은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철스크랩 수출의 목적이 남는 철스크랩을 처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시장에서 제강사와 철스크랩 업계의 산업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수출을 통해 제강사에 대한 철스크랩 업계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급자족 이전에 철스크랩 수출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고도성장기에는 철스크랩이 자원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수출을 억제시키는 것이 의미가 있다. 그래도 정부가 수출을 규제하면 산업정책적 목표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철스크랩 수출을 막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제강사의 힘이다. 철스크랩 구매지인 제강사가 철스크랩 수출을 억제하는 것은 산업을 위한 것이 아니고 제강사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매자인 제강사가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철스크랩 수출을 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제강사 중에서 선도기업이 수출을 억제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가진 선도기업이 철스크랩 수출을 억제하는 것을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불공정행위로 볼 수도 있다.

제강사는 직간접적 방법을 동원하여 철스크랩 수출을 억제한다. 만약 유통이 수출을 하면 제강사는 입고를 통제하거나 거래를 중단하게 된다. 입고통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철스랩을 공급하는 유통에게 큰 타격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철스크랩 수입도 제강사가 직접한다. 이런 상황에서 철스크랩 유통의 대형화와 제조업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수출산업으로 발전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철스크랩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기보다 제강사의 철스크랩 조달을 지원하는 철강업계의 한 부문으로 존재하게 된다. 결국 제강사의 입맛에 맞는 모양으로 철스크랩 업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업화가 마무리되면서 철스크랩의 자원으로서 중요성이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철스크랩은 이제 수출산업으로서 역할을 준비하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철스크랩 수출이 가능해지면 국제가격과 연동성이 높아지고 시장의 효율성이 좋아진다. 납품상 제도가 붕괴되면서 제강사와 철스크랩 업계의 산업간 불균형이 해소된다. 철스크랩 업계의 대형화와 산업화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변화는 제강사와 철스크랩 업계 모두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일본은 자급자족 이후에 수출이 본격화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왜 자급자족 이전에 수출을 하여야 하나? 일본과 우리나라 철스크랩 산업이 처한 상황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첫째, 일본과 우리나라는 경제구조가 다르다. 일본은 자급자족하는 완결형 경제구조이지만 우리는 무역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일본처럼 자급자족 후 일정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철스크랩 수출을 시작하기는 어렵다.

둘째, 철스크랩 등급별로 수급에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일정 단계에서 일시적으로 수출을 시작하기 어렵다. 지금도 경량 철스크랩은 부족한 상황이지만 생철이나 특수강은 공급과잉으로 수출이 불가피하다.

셋째, 일본의 철스크랩 수출증가. 중국의 자급도 증가 등으로 아시아 철스크랩 시장에서 수출이 중요시 된다. 특히 동남아 시장으로 수출기회는 우리나라 철스크랩의 수출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제 우리나라 철스크랩은 환경산업과 수출산업으로 발전하여야 한다. 먼저 수출을 통해 산업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추진하여야 한다. 철스크랩이 수출산업으로 성장하면 국민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철스크랩 산업을 위한 정부의 산업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철스크랩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특히 저임금의 노약자를 위한 사회복지 차원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산업이다.

수요자인 제강사에 의해서 철스크랩 수출이 억제되는 것은 철강과 철스크랩 그리고 국민경제 전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철스크랩 업계는 수출을 통해 내수와 수출입을 모두 하는 대형화된 제조업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철스크랩 업계가 스스로 산업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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