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에 다다르기 10분 전. 흰 바탕에 새로운 CI가 그려진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KG동부제철 당진공장’이 전방 5km 앞에 있다는 표시였다. 현판을 뒤로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널찍한 공장 부지가 펼쳐졌다. 하얀 외벽 위에 새파란 지붕을 올린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흡사 ‘우유갑’을 연상케 하는 모습에서 정감마저 느껴졌다. 기자는 27일 KG동부제철 당진공장을 찾았다. 원료 투입부터 제품 출고까지. 모든 공정을 자동화한 이 공장의 면면을 조금 더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KG동부제철 당진공장
▲ KG동부제철 당진공장
■ 국내 유일 전 공정 자동화 공장 ‘우뚝’

올해로 20년. 1999년 설립 이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전 공정을 자동화한 곳은 KG동부제철 당진공장이 유일하다. 직원들도 여기에 자부심을 느낀단다.

회사 관계자는 “당진공장은 이상적인 레이아웃을 통해 수주에서 출하까지 완전 자동화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최적의 가공비(Conversion Cost)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지 면적은 총 50만평 규모다. 공장부지가 30만평, 항만부지가 15만평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5만평 부지는 미래 투자를 위해 남겨둔 상태다. 종사하는 직원은 협력사를 포함해 750여명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조 5천억원에 달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180만톤. 냉연강판 35만톤, 용융아연도금강판(GI) 90만톤, 전기아연도금강판(EGI) 25만톤, 주석도금강판 30만톤을 뽑아낼 수 있다. 여기에 코일 10만톤, 시트 1만 7천톤을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제품 자동 창고를 갖췄다.
KG동부제철 당진공장 및 항만 전경
▲ KG동부제철 당진공장 및 항만 전경
■ 빠르고 깨끗하게···#PLTCM

공장 탐방은 직원 안내에 따라 순서대로 이뤄졌다. 가장 먼저 마주한 곳은 ‘연속산세압연설비(Pickle Line Tandem Cold Mill, PLTCM)’. 열연코일에 묻어있는 녹을 제거하고, 두께를 0.15mm까지 얇게 눌러 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라인을 따라 거닐다보니 다소 거칠고 두꺼웠던 코일의 표면이 점차 매끈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산세와 압연이 한 번에 쭉 이어지다 보니 가역식압연기(Reverse Mill, RM)보다 생산성이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 라인을 통과하는 속도도 빨랐다. 설비 속도가 시속 120km 수준에 달한다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깔끔하게 정돈된 공장 내부도 돋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산세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설비인 만큼 부식과 환경적인 측면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당진공장 PLTCM에서는 일반 냉연강판과 석도용 원판인 BP(Black Plate)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 1개 라인에서 2개 제품을 생산하는 ‘콤비네이션 라인’이다.

■ 고객 입맛에 ‘딱’···#CAL #BAF

PLTCM을 지나자 열처리 라인이 이어졌다. 산세와 압연을 거친 제품에 열을 가하는 과정이 한창이었다. 제품이 열처리를 마치면 기계적 성질이 부여돼 강도와 연신률이 높아진단다.

투어에서는 두 가지 열처리 설비를 볼 수 있었다. 연속소둔설비(Continuous Annealing Line, CAL)와 상소둔설비(Batch Annealing Furnace, BAF)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고 제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CAL 방식을 채택하는 철강사가 대부분”이라며, “당진공장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BAF 설비를 함께 운영 중”이라고 했다.

실제로 기자가 마주한 BAF는 ‘밥솥’ 같은 느낌이었다. 이 안에서 코일을 3~5일간 쪄내면 연신성이 더욱 좋아진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KG동부제철 당진공장
▲ KG동부제철 당진공장
■ 맥코트 생산까지···#No.4 CGL

BAF를 지나자 용융아연도금설비(Continuous Galvanizing Line, CGL)가 등장했다. 당진공장은 No.3 CGL과 No.4 CGL을 운영 중인데, 투어에서는 No.4 CGL을 볼 수 있었다.

No.4 CGL은 열처리를 거친 소재가 아연이 담긴 포트에 들어갔다 나오면 ‘에어나이프’를 사용해 도금량을 맞추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후 광택을 줄이기 위해 조질압연을 거친 뒤, 내식성을 배가하기 위한 화학처리까지 차례대로 진행됐다.

우연히도 이날은 삼원계 고내식 강판인 ‘맥코트(MgCOT)’를 생산하는 날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량에 맞춰 No.4 CGL에서 맥코트를 생산하고 있다. 빈도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길에는 전기아연도금설비(Electrolytic Galvanizing Line, EGL)도 마주쳤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극과 빨간색으로 표시된 –극의 전해처리 반응으로 도금을 입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진공장에서 출하가 이뤄지는 모습
▲ 당진공장에서 출하가 이뤄지는 모습
■ 보관과 출하를 자동으로···#포장 야드

EGL라인을 지나자 널찍한 공간이 펼쳐졌다. 이곳에서는 생산된 코일이나 시트를 자동으로 보관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각기 다른 셀에 제품을 보관해뒀다가 고객이 출하 명령을 내리면 제품을 꺼내는 방식이란다. 여기서 셀은 ‘저장 공간’ 개념으로 보면 된다.

실제로 포장 야드에는 일하는 직원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사시를 대비한 상시 인력은 있었지만, 작업 전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런 자동화 시스템은 당진공장에만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 세계 최고 속도 보유···#ETL

포장 야드를 가로질러 문을 열고 들어서자 둥그렇게 말린 BP 코일이 보였다. 투어의 마지막 코스인 전기주석도금설비(Electrolytic Tinning Line, ETL)가 모습을 드러낸 것.

당진공장 ETL라인이 돋보이는 대목은 단연 ‘생산속도’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600mpm의 속도를 자랑한다. 여기에 다양한 생산라인업도 강점이다. 1개 라인에서 TFS(Tin Free Steel) 제품과 석도강판을 모두 생산한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 비중을 유동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TFS는 크롬도금강판 생산이 주력”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1,220mm 폭까지 제작 가능한 설비의 이점을 살려 국내외 틈새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한편, 예정된 투어를 마치고 나서는 향후 컬러라인과 연구소가 들어설 부지도 볼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전기로 열연 설비가 있던 곳에 컬러라인을 들이고, 연구소는 바로 그 맞은 편 부지에 세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화 공정이란 매력에 신규 투자까지 등에 업게 된 KG동부제철 당진공장. 앞으로의 선전이 사뭇 기대된다.
신규 컬러라인이 들어올 부지(왼쪽)와 연구소가 세워질 부지
▲ 신규 컬러라인이 들어올 부지(왼쪽)와 연구소가 세워질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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