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는 철강업계에도 중요한 이슈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2017년 기준 94%로, 국내 총 수입액에서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 연료의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나 된다. 정부는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펴고 있지만, 발전·석유화학·시멘트 등 우리 전통 산업계에서의 에너지 사용은 주로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불을 만들고 그 열을 사용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철(製鐵)산업은 필수 소재 산업이지만,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자 CO2 배출이 화력발전소 다음으로 많은 산업이기도 하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이 인천광역시보다 많은 전기료를 내고, 전체 철강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절반 가량을 포스코가 사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최근에는 온실가스 부담금이 무역전쟁과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경쟁에 지친 제철산업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총 수입 에너지의 20%를 주로 불과 열의 형태로 사용하는 제철산업계에서는 기존의 설비와 프로세스를 바꾸지 않는 한, 에너지 절감과 폐열 활용을 통한 환경과 에너지 문제 해결에 대한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해서 새로운 개념의 연소기와 제어방법의 개발을 통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제조공정상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하여 공정에 필요한 스팀을 생산하여, 환경과 에너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업체가 있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자리 잡은 (주)컴버스텍(대표 류인)이 그 주인공이다.

필자가 류 사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여름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원료 및 부자재 세미나에서다. 압연공장 가열로의 핵심설비인 연소.제어 설비 개선을 통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품질도 개선했다는 세아창원특수강 사례와 가열로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하여 에너지비용을 절감하고 품질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얘기를 포스코 사례를 들어 설명했을 때, 호기심을 넘어 너무도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증은 더 커졌다. 류 사장을 다시 한 번 만나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주)컴버스텍 류인 사장
▲ (주)컴버스텍 류인 사장
‘배짱으로 시작한 유학, 그리고 무역업’

류 사장의 첫 직장은 현대제철이다. 대학에서 불어를 공부하고 외국어 특기자 전형으로 현대에 입사한 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에 자비 유학을 결심한다. 그리고 모은 돈을 통틀어 파리로 향한다. 당시 현대는 H빔 유럽 수출을 막 시작한 때였다. 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인지도가 낮다보니, 소량주문에다 규격이 너무 많다는 애로가 있었다. 류 사장은 유럽 전역을 6개월 동안 뒤졌다. 몸도 지치고 돈도 바닥이 날 즈음에 아베드(Arbed) 부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당시 아베드는 세계 최대 H빔 업체이자 유럽내 절대 강자였다.

“조사를 해보니 현대제철 H빔이 품질은 좋은데 가격이 자사제품보다 싸다보니 시장 교란을 할 것이라고 우려를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파리에서 만나, 우리의 유럽향 쿼터 전량을 2가지 사이즈로 수입하겠다는 계약을 성사시켰죠. 덤으로 아베드 제품을 한국으로 수입하는 것까지”

FINEX (OXY-FUEL BURNER)
▲ FINEX (OXY-FUEL BURNER)
류 사장이 본격적으로 무역에 뛰어든 계기다. 그러다가 97년 우연히 버너를 수입하게 됐다. 그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당시 버너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제품마다 성능 차이도 컸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국산화를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고를 나와서 기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없던 그는 98년 공장을 설립한다. 제품 국산화에는 성공을 했지만 거래 선을 확보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장치산업인 철강업계는 새로운 기술과 설비에 보수적이었다. 기회가 찾아왔다. 현대제철에 산소버너를 이용한 래들가열대를 성공불로 납품하여 다양한 산소버너를 개발하게 되고 장차 포스코가 자랑하는 파이넥스 설비에 각종 산소버너를 개발 공급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2002년 창원특수강 축열식 버너 교체 프로젝트에 입찰 제안이 들어왔고 원가 이하에 응찰하여 수주를 했다. 보수적인 업계에서 먼저 실적을 선점하여 영업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2003년에는 에너지관리공단 월간지에 소개가 되면서 주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세아베스틸 창녕 워킹빔 가열로
▲ 세아베스틸 창녕 워킹빔 가열로


압연공장 가열로 전문회사가 된 오늘의 컴버스텍이 있게 된 가장 큰 인연은 세아그룹 이운형회장(2013년 작고)과의 만남이다. 2004년 기아특수강을 인수한 이운형 회장의 배려로, 세아베스틸 압연공장 가열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가열로 2기를 턴키로 수주하게 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압연공장 가열로 11대, 축열식 버너 550대, 저NOx버너 1,000대, 산소버너 100대 등의 실적을 올려, 세계시장 진출을 도모하는 회사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시련이 찾아왔다. 버너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됐지만 2014년 이후 국내 신규 설비 투자가 줄어들면서, 사세가 위축됐다. 시련은 6년 이상 지속됐다. 컴버스텍은 2015년부터 4년간 산업부 국책과제를 통해 압연공장 가열로를 구성하는 세계적인 요소 기술들을 개발하여, 2018년 세아창원특수강 대형압연공장에 실증사업을 하였다.

컴버스텍의 투자로 가열로를 개조하여 국책과제를 통해 개발한 기술들을 적용하되, 가열로 소재가열 품질을 개선하고, 에너지 절감을 통해 투자비를 36개월간 회수해 간다는 독특한 사업이다. 사업 후 동 공장의 생산 품질에 획기적인 개선이 있었다. 고민을 하던 그에게 고려아연을 방문하는 기회가 또 한 번 그를 일어서게 했다.


“1년에 폐열을 활용한 스팀을 판매해서 800억원을 벌고 있어요. 인근의 정유회사가 종전에는 15개의 보일러를 가동했으나 지금은 5개만 가동합니다. 대신 고려아연 폐열 스팀을 사용합니다. LNG를 태워 보일러를 가동하는 경우보다 톤당 2만원 이상 비용이 절감되다보니 서로가 상생인 것이죠. 이것이 답이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가열로 내부 냉각수 폐열을 활용한 스팀생산사업(E.C.S)이다. 때 마침 포스코가 광양 4열연을 증설하면서 중국산 설비를 썼다가 애로를 경험하게 되었고, 컴버스텍에 도움을 요청했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독일 기업과 공동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포스코 포항 1열연과 광양3열연에 총 7대를 수주했다. 평가도 좋았다. 폐열활용 스팀생산을 통한 원가절감과 온실가스 부담금 감소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고, 컴버스텍은 최근 포스코 광양 1열연의 굴뚝 폐열활용 스팀생산 설비도 독일 기업과 공동으로 수주하게 되었다.

E.C.S (가열로 폐열회수)
▲ E.C.S (가열로 폐열회수)


컴버스텍의 가장 큰 강점은 ▲각종 친환경 에너지절감형 연소 및 제어기술에 관한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가열로 등 응용설비들을 턴키로 공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폐열활용 기술 관련 탄탄한 세계적 라이센스 업체와의 네트워킹이다.

“외국기업은 기본설계와 리뷰(Review)만 하고 디테일 엔지니어링, 제작, 설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는 우리가 합니다. 가열로의 에너지 및 환경 관련 성능은 연소기 및 제어와 폐열활용 기술과 관련 있습니다. 폐열 활용은 크게 버너와 냉각수 순환시스템(E.C.S)와 폐열보일러로 구성돼 있습니다. 컴버스텍은 연소기와 제어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열 응용설비인 가열로와 폐열보일러를 턴키 공급한 실적을 보유한 세계에서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가격, 품질, 납기, A/S 모든 면에서 세계 어느 업체와도 경쟁에서 뒤지지 않습니다.”

실제 컴버스텍은 많은 입찰 과정에서 유럽 업체나 중국 업체, 일본 주가이로사 등 경쟁사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컴버스텍은 스스로 ‘기술 중심의 강소기업을 표방’한다. 전문 전시회에 참가하는 외에는, 별도 영업사원이 없고, 직원이 대부분 엔지니어다. 소문들 듣고 먼저 연락이 와서 수주와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류 사장은 오퍼상을 할 때가 편했다고 말한다. 끝까지 책임져야 하고 경기 호불황에 따라 매출의 부침이 심한 수주산업형 제조업을 해온 지난 20년이 아련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 사장은 ‘자부심’과 ‘사명감’을 강조한다. 기술국산화를 통해 산업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는 생각이다.

“압연공장가열로는제철공정에서LNG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일 설비로, 국내에는 100대 가까이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연소.제어 기술을 활용할 경우 가열로에서 20%의 에너지 절감이 가능합니다. 폐열을 이용한 에너지 절감 장치는 지금이야말로 투자의 적기입니다.”

류 사장의 꿈은 컴버스텍을 연소·제어 기술 및 열 응용설비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다행히 현재 진행상황으로 볼 때 내년부터는 대폭적인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30년 이상 사용한 가열로들에 대한 개조와 신규 투자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개발한 기술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사세를 키우다, 세계적인 기술회사를 M&A해서 컴버스텍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고 시키고 싶다는 생각과, IPO를 통해 직원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컴버스텍 홈페이지 첫 대문은 이런 슬로건이 있다.

태양광, 풍력으로는 불을 만들 수 없습니다.
폐자원을 열과 전기에너지로 전환,
환경 친화적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www.combustec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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