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시장을 취재한 지 이제 4개월 차다. 철강산업 또는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현장에 투입돼 관계자들로부터 하나하나 배우며 취재하고 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전문지 기자에게 중요한 정보는 공유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다. ‘스틸데일리’라는 회사의 업력으로만 취재원과 취재가 완성되지 않기에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취재를 하면 할수록 철근 시장의 폐쇄성에 놀라고, 힘도 빠진다. 지금처럼 시황이 좋지 않을 때 기업이 더욱 예민해진다는 것을 알지만, 그 정도가 ‘철의 장막’을 떠오르게 한다. 시장에서 활발한 논의와 건강한 비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시장의 미래야 말로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 않은가 싶다.

최근 모 제강사는 스틸데일리의 철근 판매, 재고 집계에 더 이상 자료를 공유하기 힘들다는 통보를 해왔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틸데일리만이 아니라 판매, 재고 집계에 관련해선 어느 언론이라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미 그 전부터 판매, 재고 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말들이 나왔는데, 이에는 그에 근접한 조사 통계조차 만들 수 없게 됐다. 7대 제강사를 조사하는데 한 개의 업체가 빠지면 그 조사를 기워서라도 쓸 수 있을까?

판매 및 재고 조사는 철근 시장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자료다. 이 자료는 현재 철근 시장의 수요와 향방을 분석할 수 있고, 앞으로 철근 시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7대 제강사가 공정하게 경쟁했는지에 대한 추측도 가능하다.

물론 한국철강협회가 한 달에 한 번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지만 시차가 있다. 조사 후 거의 한 달 뒤에 나오는 데이터라, 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현재의 시장을 읽고 발빠른 대응을 할 순 없다. 철근 시장의 참여자 중 한 사람으로써 중요한 통계가 누락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심히 크다.

모 대형 유통업체 역시 언론 노출을 극히 꺼린다. 물론 언론 노출을 꺼리는 업체들이 이 곳 한 군데는 아니다. 이 업체가 언론 노출을 꺼리는 이유는 경영진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인데,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경영진의 지시 없이 회사가 노출되는 기사가 실리면 그런 기사 거리나 설명을 제공한 직원의 자리가 위험해 진다는 말이 섬뜩하고도 시대착오적이라 느껴졌다.

철근 가공업계 또한 정보 공개에 인색하다. 당장 떨어지는 단가와, 건설사와 제강사 사이의 끼인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어려움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가공업계를 곪게 하는 저가수주의 여러 요인들이 있는데, 마냥 ‘저가수주가 문제’라고 하는 것도 답답한 노릇이다.

가공업계가 겪는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문제 자체가 구체적으로 다뤄지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언론에 공개됐을 때의 보복 등을 두려워하고 있다.

냉전시대 철의 장막은 결국은 걷혀졌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역사적 발전’이라 부른다. 그리고 현 시대에는 정보를 독점하거나, 통제하는 것, 정보의 개방과 공유를 차단하는 것을 곧잘 ‘철의 장막’에 비유한다.

철근 시장의 주체들이 철강시장의 투명성 강화에 앞장섰으면 좋겠다. 조금 더 효율적인 시장 시스템이 작동하고, 각 주체들이 좀 더 공정한 경쟁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것이 관행이었다면, 지금은 그 단계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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