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역 철 스크랩 시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대한제강이 13일 철 스크랩 가격을 톤당 1만 원 인하를 발표하면서 성공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대한제강이 일주일이나 남겨두고 인하를 발표한 것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남부 제강사들은 인하에 통상 이틀 정도 시간을 주었다. 대한제강이 인하 일주일전에 발표한 것은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이다”라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즉 가격을 내릴 예정이니 납품량을 늘려달라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인하를 발표할 시점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두달간 5일 혹은 7일 단위로 가격을 인하했던 남부제강사들이 이번 주 인하를 건너 뛰면서 시장에 바닥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 제강사 입장에서는 하락 분위기를 이어갈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한제강과 남부 제강사의 철 스크랩 수급은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 한국철강의 경우 하루 2,000톤대 중후반, 대한제강은 2,000톤대 초중반, YK스틸은 2,000톤 내외의 국내 철 스크랩이 입고되고 있다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약 2만 톤의 수입 철 스크랩이 부산항 입항할 예정이다. 감산 기조까지 겹쳐 있어 수요는 어느때보다 적은 상태다. 남부지역 철 스크랩 시장은 수급 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고, 포항지역은 입고 통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남부지역에서 유일에게 가격 인하를 발표한 대한제강의 재고는 3만 톤대 후반으로 적정 수준 이상이다. 다소 공급이 줄더라도 철 스크랩 수급에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주변 여건을 고려할 때 대한제강의 가격 인하 발표는 추세적인 인하 유지와 이를 통한 물량 잠김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문제는 시장 반응이다. 한국철강과 YK스틸 등 경쟁사들이 인하에 동참할 경우 시장은 다시 한번 추세적 하락을 이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강사가 바라는 그림이다.

가격 인하의 최대 변수는 물동량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국제가격의 반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국제 철 스크랩과의 격차도 해소된 상태다. 특히 일본 철 스크랩 수입가격과의 격차도 해소돼 추가 인하를 할 경우 역전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유통의 재고 조정이 완료됐고, 발생량도 예전같지 않아 보인다.

대한제강과 남부 제강사의 가격 인하로 2,000톤대 유통량이 이어진다면 시장의 주도권이 남부지역 제강사가 계속 쥐고 가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국제 시장 변화와 두달간의 폭락으로 자극을 받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유통량을 줄인다면 시장의 주도권이 제강사에서 철 스크랩 유통업체로 이동할 수도 있다. 즉 유통업체들이 진(眞) 바닥을 확인하게 될 경우 인하에 대한 반발과 함께 거래량 감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강사의 동반 인하가 유통량 유지로 가느냐 아니면 감소로 가느냐에 따라 남부 시장은 엇갈린 모습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제강이 13일 인하를 선택한 만큼 늦어도 11일 경 경쟁사의 동참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쟁사들이 인하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태로 흘러갈 수도 있다. 대한제강의 인하가 해프닝을 넘어 인하 후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 또한 바닥 확인으로 유통과 제강사간의 긴장감이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철 스크랩 수급 여건상 추세적 반등이나 급반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일주일간의 가격 정체로 바닥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던진 인하 카드가 추세적 하락 국면의 연장으로 이어질 것인지 바닥 확인으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는 12일까지의 유통량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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