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일본 철 스크랩 수입 규제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철 스크랩 수급에 변화 가능성이 있어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관세청 일부 항구 전수검사로 전환

최근 관세청은 당진항 • 광양항 • 부산항으로 수입되는 일본산 철 스크랩에 대해 방사능 전수검사를 시작했다.

당초 일본 철 스크랩은 주로 선상 통관을 통해 수입됐다. 세관원들이 부정기적으로 수입 선박에 올라 방사능 검사를 실시해 왔다. 철 스크랩 방사능 오염 검사는 선적부두에서 한차례 실시하고, 하역 후에는 제강사 야드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차량 단위로 진행해 왔다. 사실상 수입되는 모든 철 스크랩에 대해 이중 삼중으로 전수검사를 하고 있어 선상통관만으로도 방사능 검사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례를 깨고 관세청이 방사능 전수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선 것.

지난 주말 당진항과 광양항에 입항했던 선박의 발이 묶였고, 5일 세관원이 승선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면서 오후까지 하역을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항에서도 5일 방사능 검사가 시작되는 등 주요 항구에서 방사능 검사 강화 소식이 속속 접수되고 있다.

수입 주력항구인 인천항과 포항항은 아직 전수 검사 소식이 없다. 그러나 선상통관 체제로 전환되지 않는 한 수입 주력 항구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자료 : 원자력 안전위원회
▲ 자료 : 원자력 안전위원회


- 장기화시 국내 철 스크랩 수급에 영향 줄 수도

관세청이 이번 조치가 장기화 될 경우 일본 철 스크랩의 수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간 400만톤에 달하는 일본 철 스크랩 수입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철 스크랩 수급에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가장 큰 영향은 검수 시간과 심리적 압박이다. 세관의 전수검사는 수입선박에 올라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검사하는 정도여서 6~7시간 정도면 검사가 마무리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사로 인해 하역시간이 늘어나겠지만 새로운 규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제강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본 공급사에 주는 부담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일본 공급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방사능이 검출되면 방사능에 오염된 철 스크랩만 수거해 일본으로 보냈다. 세관원이 방사능에 오염된 철 스크랩을 검출해 내면 배를 돌려보낼 수도 있다. 일본 공급사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일본 공급사들은 벌써부터 한국 수출을 자제하고 다른 곳으로 수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한국이 주력 수출국이어서 한국 수출을 줄이고 다른 대체 수출선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일본 철 스크랩 수급에도 변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 장기화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

제강사들은 관세청의 이번 조치가 장기화 될 것인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제강사들은 이번 조치를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연간 400만 톤에 육박하는 일본 철 스크랩의 수입에 타격이 있을 경우 철 스크랩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강사는 산업부에 방사능 전수검사의 문제점을 알렸고, 산업부도 관세청에 관련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관세청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장기화 여부에 대해 확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내 철 스크랩 업계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일본 철 스크랩 수입이 까다로워 질 경우 한국 철 스크랩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 스크랩업계 관계자는 “일본 철 스크랩 수입이 줄면 제강사의 한국 철 스크랩의 구매 경쟁이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한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들 경우 공급과잉 심화로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관련업계는 이번 관세청의 조치가 일회성이 될 것인지 아니면 장기화 될 것인지를 두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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