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경영연구원 유승록 자문위원
▲ 포스코경영연구원 유승록 자문위원
Global 경제라고 흔히들 이야기 한다. 이는 세계의 경제가 극도로 개방되어 하나의 경제권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는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비교우위 요소를 활용하여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분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소재나 원자재 생산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 있고, 생산에 필요한 기계장치의 생산에 특화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 그리고 소재와 기계장치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하여 부품과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이제 세계경제는 이들 국가들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생산의 연쇄에 의해서 작동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이러한 생산의 연쇄가 어느 한 곳이라도 끊어지게 된다면 그 파급영향 역시 세계경제 전체에 미치게 된다. 자유무역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특히 수입보다는 수출에 대한 자유무역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입에 대한 보호조치는 그것이 글로벌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생산의 연쇄를 끊지는 않는다.

단지 일부 생산의 연쇄를 지역적으로 이동시키는 결과,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는 국가로 일부 이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수출에 대한 통제는 글로벌 생산 연쇄를 완전히 끊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 경제를 일시에 중단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2010년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을 때 세계는 큰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하나의 생산 연쇄에 의해서 돌아가고 있는 세계 경제에 특히 소재의 수출 중단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핫이슈가 되고 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10년 전부터 가장 우려했던 사항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개탄하고 있다. 그 많던 선진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들과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이 된 지도 20년이 지났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이제 어느 국가도 넘볼 수 없는 수준에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주도가 되어 반도체 산업의 육성과 자급자족을 위해 상상할 수 없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 하고 있다. 세계 모든 국가들이 이러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연구하고 있고, 배우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단 3가지 소재에 대해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다고 하자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시끄럽다. 어느 누구는 1개월, 어떤 사람은 3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는 재고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후에는 어떠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반도체는 21세기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만큼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이다. 만약 일본으로부터 소재 수입이 중단되어 반도체 공장이 멈추어 서게 되면 한국 경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아마 세계 경제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없이는 이제 자동차는 물론이고 어떠한 기계도 만들 수 없다.

AI, Big Data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신산업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번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중단에 대해서 당사국인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가 주목하고 합심해서 해결해야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면 한국의 철강산업은 어떠한가? 반도체와 같이 철강 생산공정에 없어서는 안되는 화학 물질이나 기타 핵심 자재/기계장치를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없는가? 철강 생산공정은 수많은 기계장치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까지 국산화가 되지 못하고 일본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는 자재나 기계장치들은 무엇인지 리스트를 만들고 국산화 혹은 대체 공급처를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한다.

제품 생산에 직접 사용되는 다양한 화학 물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더불어 자동차, 기계, 조선 등 전통제조업에 필수 소재인 철강제품 중에서 일본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는 제품은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한국의 철강산업과 철강회사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경쟁력이 원가경쟁력에 국한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본이 특정 제품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원가경쟁력뿐만 아니라 제품개발력도 이제는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

한국 내에서 생산되지 못하고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는 철강제품이 있다면 그것을 핵심소재로 사용하는 자동차, 기계, 조선 등 수요산업들은 예상외로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철강업계 뿐만 아니라 수요산업 업계가 모두 힘을 합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되는 이유이다.

이번의 위기가 철강업계와 수요업계가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산업발전 마스터플랜을 공동으로 만드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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