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송유관 부족으로 고민에 빠졌다.

산지에선 가스가 남아돌아 불태워 버리지만, 정작 필요한 곳엔 공급하지 못해 가격급등 현상이 종종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지난해 37조 큐빅피트(1큐빅피트=28.32 리터, 약 1,050조 리터)에 달하며, 10년 전대비 44% 급증했다. 텍사스 등에서 셰일오일 생산시 부산물로 천연가스가 나온다. 그러나 생산지에서 수요지인 대도시 등으로 옮기는 송유관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뉴욕시는 미국에서 가장 가스가 많이 생산되는 ‘마르첼로 셰일’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다.그러나 올해 초 뉴욕시의 발전소 두 곳에서 추운 날씨로 인해 도시로 공급되는 가스 관로에 문제가 생기면서 가스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부 텍사스에서는 대부분의 셰일오일 굴착업자들이 넘쳐나는 천연가스를 처리하지 못해 단순히 불태워 없애 버리는 일이 빈번하다. 매일 텍사스주의 모든 가정이 쓰고도 남을 정도의 연료가 소각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송유관이 적절히 설치되지 않았거나, 설치돼 있더라도 낡았거나 배관 크기가 작아서 운송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각지에선 천연가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올 봄 텍사스 미들랜드 근처의 거래소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100만 BTU(British thermal uinit)당 9 달러 미만까지 떨어져 생산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가격을 지불하는 상황이 있었다.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가스배관 결집지인 미국 가스 벤치마크 가격도 최근 3년간 100만 BTU 당 최저 2.19 달러를 기록하는 등 3 달러가 채 안 되는 가격을 맴돌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추운 날씨로 인해 공급 차질이 빚어진 곳들의 가스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워싱턴주 수마스의 가스 거래소에서는 지난 3월 천연가스 가격이 100만 BTU당 200 달러까지 상승해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기록을 깼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도 100만 BTU당 23 달러까지 상승했다.

이에 대해 WSJ는 가스 관로 설치 문제가 정치화 됐다는 것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주장하는 이들로 인해 뉴욕과 태평양 북서쪽 같은 에너지 부족 지역에서 가스 관로를 건설하는데 지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석유ㆍ가스 생산의 중심지인 텍사스에서도 지난 4월 가스 관로 건설을 막기 위한 소송이 제기됐을 정도다.

이에 대해 WSJ는 "열을 가정과 주변 지반, 대기로 전달하는 열펌프 같은 기술은 저탄소 미래가 보장되지만 복잡하고 고비용이다"면서 "저렴한 천연가스가 없다면 추운 날씨에 열을 유지하기 위해 기름이나 프로판 같은 오염 물질이 많은 연료를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배관업체 관계자는 "국내 여러 배관업체들이 쿼터 반납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 미국향 송유관 수출이 좋은 수요처가 될 수 있으나, 정해진 사항이 없어 기대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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