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정부가 포스코 광양 및 포항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대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을 내세워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 명령을 내렸다.

물론 환경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을 한다. 환경은 미래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기 때문이다. 또한 법을 어긴 것에 대해서도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공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다음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이번 조치가 대단히 부당하다는 생각이다.

첫 번째는 의도성이 없다는 점이다. 고로 정비 시 밸브(블리더)를 개방하는 것은 안전문제 때문이다. 또 발생가스를 배출하는 블리더라는 설비에 대기오염물질 저감 장치를 설치하는 기술 자체가 개발되지도 않았고, 전 세계적으로 모든 고로가 같은 방식의 가스 배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협회 발표자료 참조) 남도 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현 상황에서 업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단는 점이고, 이를 무시한 행정 조치는 너무 앞서간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절차상의 문제다. 보통 법을 위반할 경우 경고를 주고, 그래도 안 되면 벌금을 부과하고, 그래도 안 되면 조업중단이나 담당자에 대한 징벌을 하는 것이 순서다. 그런데 이번 조치는 사전 예고도 없이 곧바로 마지막 절차로 들어갔다. 포스코의 경우 이번 조치가 강행될 경우 약 8,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돈의 1/3 정도면 저감장치를 설치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조치가 기업을 범법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거뒀다고 본다.

세 번째는 너무 한쪽 의견만 듣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쉽게 얘기해서 철강산업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환경의 시각에서 조치를 했다는 생각을 떨질 수가 없다. 철은 소재산업이다. 특히 고로는 한번 가동이 중단되면 재가동하는데 많은 시간과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또 상공정이 스톱되면 하공정 전체가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도 단순히 10일 가동중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가동 및 준비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무려 5~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고로합리화나 보수 등 부득이하게 가동을 중단할 경우 하공정에 필요한 소재를 미리 확보해 놓는 등 사전 작업을 충분히 한 뒤 시행을 한다.

만약 정부의지대로 고로가동 중단을 강행할 경우 전체 제품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과 중국의 수급구조나 환율을 감안할 때 당장 슬래브 등 반제품을 구매할 상황도 아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철강업계 뿐만 아니라 수요산업까지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이번 조치가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다만 전문적인 식견이나 절차상의 문제, 가동중단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고 본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전문가 공청회 통해 의견을 반영 한 후 조치를 취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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