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 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포스코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분기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내밀었다. 1분기 매출은 전년비 2%증가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지만 7분기 연속 연결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우선 포스코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성적표가 축하받을 만한 행위의 결과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최정우 회장은 취임 이후 ▲ 가치경영과 ▲ 상생경영 ▲ 혁신경영을 통한 체질개혁을 내세웠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수익성 중심 경영’과 ‘친환경 경영’이 아닐까 싶다. 수익성 중심 경영은 ‘재무’와 ‘전략’ 출신이라는 최 회장의 이력을 볼 때 이미 예견된 바이다. 반면 친환경경영은 시대의 흐름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분히 정부의 코드에 맞추는 느낌도 있다.

우선 수익성이 나지 않는 CEM 설비를 셧다운하고 마그네슘 판재공장도 매각을 추진했다. 또 새로운 성장 동력인 이차전지소재 부문에서 기존 음극재를 생산하던 ‘포스코켐텍’과 양극재를 생산하던 ‘포스코ESM’을 ‘포스코케미칼’로 통합하여 마케팅과 생산, 연구개발을 통합함으로써 운영 효율성과 고객 대응력을 높였다. 이밖에도 광양에서 운영 중인 LNG터미널을 포스코에너지에 양도하고, 포스코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던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내에 위치한 부생가스복합발전소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은 당장 효과가 나오는 것은 아닌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그러나 세부적인 부문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가령 전기로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무늬강판 생산이 중단됐고, 박물재 생산이 줄면서 유통이나 실수요업체들의 박물재 매입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품목은 현대제철과 수입산이 메우고 있다.

또 하나 시끄러운 곳이 스크랩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4월 들어 스크랩 납품을 전면 중단했다.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HBI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그 결과 스크랩 납품업체와 이들 스크랩을 운송하던 화물업체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은 “단기적인 수익성만 중시하다보니 취임 초 강조했던 친환경이나 지역주민 및 납품상과의 상생경경은 물 건너갔다”고까지 표현하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혹자는 포스코가 2021년까지 친환경부문에 1조7,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는데, 재원 마련을 위해 수익성 카드를 꺼내들면서 납품상이나 수요가들의 혼란과 불만만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작은 불만까지 다 들어주고 그때마다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다음 몇 가지 측면은 고려를 해야 한다고 본다.

첫 번째는 ‘가치의 우선순위’다. 수익성과 친환경은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한 바구니에 담을 수 없는 계란과 같다. 수익성은 단기적이고 결과중심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친환경은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 또 기업이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속성장이라는 장기 전략과 수익성이라는 단기전략 사이에서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는 최고경영자의 몫이다. 큰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할수록 결과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포스코가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인즉 향후에도 필연적으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운영의 묘’이다. 지역주민과 납품상과 결부되는 사안일수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 노력이 필요하고, 그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 가동이나 납품 중단을 해도 늦지 않다. 가령 스크랩문제의 경우 이론적으로 HBI는 스크랩보다 이산화탄소(CO2) 발생이 많다. 납품을 줄이면 당연히 납품상이나 운송업체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HBI를 사용할 경우 이산화탄소 발생은 어떻게 줄이고, 납품중단 기간은 언제까지이고, 그 기간 동안 납품업체와 지역 운송업체에 대해서는 어떤 지원이나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일관성’이다. 사실 이 부문은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이다. 크게는 회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고, 작게는 임원이 바뀌어도 정책이 바뀐다. 이번에도 강종생산이 중단되면서 이미 계약을 마치고 납품중인 업체가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이번만이 아니다. 그러니 포스코의 신제품이나 가격 정책은 “그때 가봐야 안다”는 식의 대접을 받고 있다.

필자는 포스코가 지금까지는 가령 원가경쟁력이나 품질 경쟁력과 같은 외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경영을 해왔다고 본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미지나 청렴도, 정책의 일관성, 상생과 같은 무형의 가치를 중시한다. 회장이 바뀐다고 따라서 바뀌는 구호성 정책이 아니라 ‘이것만큼은 포스코는 믿어도 된다’는 믿음을 주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미래 50년 포스코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닐까 싶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