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정수 부사장
▲ 스틸데일리 손정수 부사장
연초부터 철강업계가 시끄러웠다. 현대제철의 한 고위 임원이 퇴임을 하면서 했던, “포스코 출신 CEO 영입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업계에 퍼지면서 양사 모두 벌집을 건드린 것처럼 시끄러웠다.

포스코에서는 누가 대상이냐를 놓고 하마평이 무성했다. 예상 가능한 퇴직 임원을 대상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등 바짝 긴장하는 모습도 보였다. 현대제철도 포스코 출신 CEO라는 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많은 고위 임원들은 “그래도 우리가 낫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양사의 이런 분위기를 뚫고 현대차 그룹이 준비한 카드는 안동일 전 포스코 사장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현대차그룹의 결정에 높은 평점을 주고 싶다. 단지 현대차 그룹 순혈주의 타파나 파격 인사 때문은 아니다.

안 동일 사장의 임명은 개별 회사로선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고, 철강산업의 입장에서는 경쟁력 강화의 길이 열리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지금까지 현대차 그룹의 가치 사슬의 한 고리를 담당해 왔다. 양질의 차강판을 공급해 현대기아차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당진제철소의 임무였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현대제철은 단기간 고로 제철소를 건설하고 안정시키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지난해부터 현대제철의 역할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자동차강판 전문업체로서의 위상이 부여된 것이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120만톤의 차강판 수출을 중기 과제로 선정했다. 현대차의 그늘에서 벗어나 경쟁력 있는 차강판 전문제철소로 당진제철소를 만들겠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을 떼기 위해 세계적인 차강판 전문가 영입에 돌입했고, 포스코 안동일 전 사장으로 귀착된 것이다.

과거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의 선례를 보면 포스코 출신 경영자 영입이 모두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듯이 이번 안 사장의 영입이 현대제철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성패는 안 사장과 현대제철이 얼마나 융합하는가가 될 것이다.

이번 영입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안 사장의 영입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갈등이 증폭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이미 포스코 노조는 경영진의 도덕성을 운운하는 등 반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또 안 사장의 현대제철 사장 내정설에 포스코 내부의 다양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한국을 대표하는 철강사다. 한국 철강산업은 외부적으로는 전세계적인 보호 무역주의 확산, 내부적으로는 수요업체들의 거대화와 수요 감소의 위기를 겪고 있다. 내부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철강산업과 수요산업, 해외 철강산업과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만큼 양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안사장의 현대제철 입성이 양사 관계 악화로 나아가선 안 된다. 오히려 이번 인사가 양사의 상호 이해도를 높이고, 협력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양사 모두 자사 이익도 이익이지만 업계 공동의 현안에 대한 보다 진지한 장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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