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철강업계의 화두는 차별화와 수익성이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두 단어는 더 자주 회자된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신념과 끈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백아이앤에스 주식회사는 이제 갓 3년이 지난 회사다. 장선준 사장은 특수강유통에서만 25년의 경력을 지닌 흔치않은 인물이다. 필자가 신년호 표지모델로 장사장을 선택한 것은 3년간의 고속성장 때문만이 아니다. 그의 명함에는 ‘일당백(一當百) 정신으로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철강을 팔겠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한 시간 반 남짓 인터뷰를 하면서 필자가 느낀 점은 여느 유통업체 사장과는 확실히 다른 가치관과 신념을 가졌다는 점이다. [편집자주]

한백아이앤에스(주) 장선준 사장
▲ 한백아이앤에스(주) 장선준 사장
Q> 우선 한백아이앤에스를 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간단한 회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2015년 6월 설립된 법인으로 세아베스틸 대리점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세아 대리점인 계산특수강이 현대제철 특수강 대리점으로 전환하면서 별도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취급품목은 주로 탄소합금강이며, 매출은 2017년 140억, 2018년에는 260억원을 달성했는데, 매출 비중은 자동차 50%, 중장비 20%, 산업기계와 조선이 각각 10%, 기타 10%입니다.

주요 설비로는 서큘러 6대와 밴드소 4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실 현재는 계산특수강과 사무실, 설비 등을 모두 공유하고 있는데, 향후 3년 내 매출 400억 돌파와 함께 완전한 법인 분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사장님은 철강 유통인으로, 그것도 특수강 한 분야에서만 25년의 경험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어떤 연유로 철강과 인연을 맺게 되셨고, 또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까?

A> 고향이 서울인데, 어린 시절 문래동 철강골목을 다니면서 ‘어떻게 쇠가 쇠를 자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질 만큼 관심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금속을 전공하고 첫 직장이 당시 국내 최대 특수강 유통업체 중 하나인 문래동 서진금속이었습니다.

당시 서진이 무리한 설비 확장으로 IMF때 도산을 하게 되었고, 용진스테코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서 자리를 옮겼죠. 그곳에서 실수요 팀장으로 일을 하다가 2008년 현재 계산특수강 사장님이 구매와 인력관리, 영업 등 재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였고, 그것이 오늘에 이르게 된 배경입니다. 계산특수강이 서진금속의 관계사라는 점에서 다시 친정으로 돌아 온 셈이죠.

Q>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오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A> 평생 영업맨으로 살아왔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실적을 초과달성했을 때 아닐까요?

Q>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시는 점은 무엇입니까? 또 정보의 중요성을 자주 말씀 하셨는데 배경은 무엇입니까?

A> 한백이라는 의미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철강을 판매하자’는 뜻과 ‘일당백의 정신으로 하자’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고, 시장 개척 노력을 강조합니다.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정신으로 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봅니다. 대신 그만큼의 보상이 따라야 합니다. 두 번째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창조성은 노력의 습관이고,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출발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멀리보고 같이 가자고 주문합니다.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정보가 곧 매출이고 수익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시장뿐 아니라 중국 등 한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나라의 정보를 늘 가까이 해야 합니다. 그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특수강 유통시장도 플레이어(Player)가 너무 많고, 과열경쟁을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회사를 경영하다보면 성장이라는 장기적 관점과 수익성이라는 단기적 관점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A> 현재 유통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검증되지 않은 판매와 저마진 판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수익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수익을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단기적인 목표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가령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 내열강 같은 시장을 선점한다든가 하는 방식입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구조 구축은 직원들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한마음이 되어 매진할 때 가능한데, 구성원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느냐 하는 것은 사장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활동성이 최우선이고 그 다음이 안정성, 마지막이 수익성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중인 한백아이앤에스 장선준 사장
▲ 인터뷰중인 한백아이앤에스 장선준 사장

Q> 지금처럼 불황기에는 판매 못지않게 리스크관리도 중요합니다.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A> 정보 공유와 학습입니다. 보이는 손실은 잡을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실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죠. 개인별 업무 역량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매 분기마다 직원에게 시장조사에 대한 미션을 부여하고, 모두가 참석한 자리에서 발표를 하게 합니다. 저 역시 발표를 합니다. 철강에 대한 기본지식부터, 경험, 거래 관행 등을 얘기하고, 직원은 본인이 조사하고, 경험한 사례를 발표합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힘들어하지만 실적으로 연결됩니다. 또 상호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생깁니다. 잘 파는 것 역시 단순히 싸게 파는 것이 아닙니다. 맡은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저는 다양한 거래처보다는 한곳에 집중하라고 주문합니다. 전문가가 되어 엔지니어링 세일즈(Engineering Sales)를 하라고 합니다. 그것이 차별화고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고, 시장을 확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백아이앤에스만의 장점은 무엇이고, 차별화 전략은 무엇입니까?

A> 우리의 장점은 첫 번째는 회사가 젊다는 것입니다. 특수강 유통업계의 경우 장년층이 많습니다. 경험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보수적인면도 있습니다. 물론 젊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로써 사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자율성과 확실한 보상체계입니다. 입사 5년 이상 직원에게는 부부동반 국내여행 비용을, 10년 이상 직원에게는 가족 해외여행 비용을 지급한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독립시 2차 유통과 거래를 해도 문제가 없는 경우 거래선을 이관하여 줍니다.

세 번째는 투명경영입니다. 이익이 나면 주주 40%, 직원 30%, 유보금 30%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차별화 전략은 전문가 수준의 학습을 통해 기술영업을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장기고객 확보는 물론 리스크를 줄인다는 점입니다. 저희는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백아이앤에스 임직원들 모습
▲ 한백아이앤에스 임직원들 모습

Q> 한국 철강산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어른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같은 논리로 특수강 유통업계도 확실한 리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사장님께서는 유통업계 리더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유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가령 메이커는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고, 대리점은 시장을 개척하고, 실수요가와 메이커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메이커의 역할이지만 메이커가 시장의 요구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시장의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고, 피드백해주는 것은 유통의 역할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국내 철강시장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예를 들어 SKD11 강종의 경우 국내는 한 가지만 생산하지만 유럽은 기본 강종을 베이스로 해서 10여개의 변형된 강종을 생산합니다. 쉽게 말해서 국내는 수요가에게 메이커 입맛에 맞춰 쓰라고 하는 식이고, 유럽은 메이커가 시장에 입맛에 맞춰 생산을 하는 셈입니다.

Q> 급여근로자 대부분이 오너를 꿈꿉니다. 이제 철강업계에 입사한 젊은 친구들에게 해주실 말이 있다면?

A> 단기적으로 보지 말고 멀리 보고, 시대 흐름을 맞게 변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과거 영업은 인맥으로 했지만 미래의 영업활동은 세일즈가 아닌 마케팅입니다. 마케팅은 시장조사부터 기업구조, 거래형태, 상담까지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정보에 밝아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 전문가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됐습니다.

한백아이앤에스 공장 내부 전경
▲ 한백아이앤에스 공장 내부 전경

Q> 10년 후 한백아이앤에스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요?

A> 조직원의 이탈이 없고,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강소기업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저에게 강소기업의 의미는 ‘다소 느리더라도 고유의 문화가 있는 기업, 직원이 전방위적인 능력을 갖춘 기업’이라고 봅니다. 이런 기업이라면 외적인 성장은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여느 유통업체 사장님과는 확실히 다른 가치관과 전략을 듣는 좋은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한백아이앤에스의 성공가도를 기원합니다.

A>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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