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여성이 CEO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제여성기업이사협회(Corporate Women Directors International)가 발표한 ‘2017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 이사회 임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대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2.4%로 아태지역 20개국 중에서 꼴찌로 나타났다. 한때 철강업은 금녀의 영역으로 치부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철강업계에서 ‘성공한 여성 기업인’을 찾기란 손에 꼽을 정도다. 필자 역시 철강업계에서만 30년 가까운 기자 생활을 하면서 떠오르는 여성 CEO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그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희소성 때문이 아니다. 최근 경영의 화두 중 하나가 ‘감성경영’인데, 여성 CEO의 공통적인 특징인 감성경영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대한오케이스틸(주) 김연선 사장
▲ 대한오케이스틸(주) 김연선 사장
철강 외길 40년, 10년간 연평균 20% 고속성장

대한오케이스틸(주) 김연선 사장. 철강업계에서는 대한철강 박종구 회장과 함께 부부 경영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79년 철강업계에 발을 디뎠으니 올해로 40년째. 말 그대로 ‘철녀’인 셈이다.

기자가 보아온 김연선 사장의 장점 중 첫 번째는 끈기와 집중력이다. 그녀는 올해로 40년째 철강업에서 한 우물을 팠다. 직장생활도 지금은 강관대리점으로 잘 알려진 동성철강이 전부다. 여상 졸업 후 지인의 소개로 1979년 동성철강에 경리사원으로 입사했는데, 1년이 안 돼 영업관리직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적극적인 성격과 똑 부러지는 일 처리를 눈여겨 본 상사 추천 때문이었다. 고참이 되어서도 늘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을 하였다. 일에 있어서만큼은 철두철미한 그녀의 성격이 오늘날의 대한오케이스틸을 만들었는지 모른다.

김 사장은 이곳에서 평생의 반려자이자 사업의 스승이기도 한 남편 박종구 회장을 만난다. 당시 박종구 회장은 대한철강상사를 운영하면서 동성과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동성철강 직원이 박 회장을 소개한 것. 결혼을 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단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다. 육아나 가정, 회사일 어느 한곳도 소홀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입버릇처럼 “오늘의 나는 남편인 대한철강 박종구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늘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한다. 서로에게 멘토인 셈이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철강업계는 딴 짓만 안 하면 먹고 산다는 믿음이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적으로 이를 증명해 보였다. 현재 대한철강과 대한오케이스틸은 세 곳의 사업장(공장)과 150명의 종업원, 연 매출 2,000억 원대의 중견기업이 되었다.

대한오케이스틸 김연선 사장(좌)과 대한철강 박종구 회장(우)
▲ 대한오케이스틸 김연선 사장(좌)과 대한철강 박종구 회장(우)

가정과 회사 운영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두 번째 장점은 긍정적 마인드다. 그녀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많이 웃는 만큼 웃을 일이 생기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평상시 많이 웃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 보세요.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다 보면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CEO로써 능력도 뛰어나다. 김 사장은 1987년 남편 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 2006년 대한오케이스틸을 설립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600억원. 지난 10년간 연평균 20.3%의 경이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무엇이 이러한 실적을 가능케 했을까? 김 사장은 서슴없이 ‘정직함과 신용’이라고 말한다.
“결혼식 주례를 동성철강 김철식 회장님께서 해주셨는데, 인사차 들렀더니 ‘돈은 써도 표시 안날 때 쓰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말씀이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살아오면서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업을 하면서 결재에 관해 한 번도 늦춰본 적이 없고, 지금도 줘야 할 돈은 대출을 해서라도 먼저 준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이것은 회사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


근면함과 감성경영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산

세 번째 장점은 세심한 감성경영이다.
김 사장은 한국과 프랑스 커피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다. 계절마다 각종 꽃차를 만드는가 하면, 식당에서 먹는 김치도 직접 농사를 지어 담근다. 대한철강과 대한오케이스틸은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데,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은 무료로 식사할 수 있다. 운송을 위해 방문하는 기사들이 대형트럭을 끌고 다니며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식사를 거르는 모습에 직원식당을 개방했다. 반찬은 여유롭게 준비한다. 인근의 어려운 어르신에게도 제공하기 위해서다.

직원을 채용함에 가장 중요시하는 것도 인성이다. 가족경영을 모토로 설립 10여 년이 됐지만, 단 한 명의 해고자가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직원 한 명 한 명은 모두가 대표다. 업무를 수행함에 전권을 일임한다. 이러한 근면함과 섬세함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유산이다. “제 고향이 충남 서산인데, 옛날에는 봇짐장수가 마을마다 다니잖아요? 어머니는 꼭 그 사람들에게 밥을 먹여 보냈어요” 박 회장 역시 “정이 많은 장모님을 보고 결혼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말한다.

기업의 사회 환원에도 적극적이다. 매출의 일정 부분을 광주시에 기탁하고,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사회환원 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2016년에는 경기도지사로부터 지역사회발전 유공 표창을 받았고, 지난 11월2일 중소밴처기업부와 여성경제인협회가 개최한 제22회 여성경제인의 날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대한철강 박종구 회장과 오케이스틸 김연선 사장의 가족들
▲ 대한철강 박종구 회장과 오케이스틸 김연선 사장의 가족들

외형보다는 차별화와 내실경영에 치중할 터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는 외적 성장보다 경쟁사와의 차별화와 내실을 기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지난 몇 년간 중국산 저가재가 밀려오고, 경기침체까지 겪으면서 지금의 성장방식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양적 성장보다는 내실을 기하고, 차별화를 통해 살아남으면 또 다른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모두가 지속성장을 꿈꾸고, 이왕이면 업계 최고를 꿈꾼다. 목표를 향해 가는 방법도 다양하다. 우리가 대한오케이스틸을 주목하는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보여줬던 화려한 성적 때문이 아니다. 김연선 사장의 세심함과 긍정적 마인드, 끈기를 믿기 때문이다.

대한철강과 대한오케이스틸 임직원들의 모습
▲ 대한철강과 대한오케이스틸 임직원들의 모습

대한오케이스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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