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을 늘리기 위해 이런저런 변화를 시도하는 것보다는 오랜 거래처들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줄 수 있는 경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주강재는 90년 구파발의 작은 공터에서 출발했다. 스물일곱의 청춘이었던 천상진 대표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철근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무작정 제강사를 찾아다니며 철근을 내어달라고 조르다 쫓겨나기를 반복했다. 어디에 철근을 팔아야 할지 몰라 도로 위를 달리는 덤프트럭을 쫓아 공사현장을 찾아가 철근을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가까스로 첫 거래를 성사했지만 철근을 구매한 건설회사는 철근 값을 치르지 않고 부도를 냈다. 첫 사업, 첫 실패. 그리고 29년이 지나 신주강재는 현대제철의 경기북부지역 관수하치장을 겸하는 단단한 중견 철근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신주강재가 강조하는 경영의 원칙은 안전과 안정이다. 수요와 공급상황이 급변하고 재고상황과 가격도 널을 뛰는 철근시장에서 공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신주강재에서 자재를 구매하는 건설사와 소매상들로선 경영의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생명줄 같은 일이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거래처는 물론 공급자인 제강사에게도 신뢰를 쌓아 거래선을 지켜내 신주강재의 경영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신주강재는 현재 월 5,000 톤의 철근을 유통한다. 현대제철의 관수 물량 1,500 톤을 포함하면 한 달에 신주강재를 거쳐가는 철근은 6,500 톤 가량이다. 연 매출 400억 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천상진 대표는 신주강재의 가장 큰 원칙으로 현금거래를 통한 리스크의 최소화와 안정적인 공급을 통한 거래처와의 신뢰관계 구축을 들고 있다.

신주강재의 거래처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중소형 건설사나 소규모 재유통 업체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거래업체들의 규모와 사업상황이 다양하다보니 거래 양태와 결제시스템을 안정화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 거래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일이다.

천 대표는 29년간 철근 유통업을 하면서 수차례 부도위기를 맞았다. 매출을 늘리고자 어음이나 외상거래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리스크들이다. 해마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 억 원까지 돈을 떼이면서도 어음 거래나 저가판매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매출을 늘려야 기업이 안정될 수 있다는 거래관행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이같은 거래관행의 고리를 끊은 것은 최근 10억 원 이상 규모의 부도위기를 맞고 연달아 특별세무감사까지 받은 직후였다. 영세한 건설사들과의 거래로 세금 계산서 발행이 비정상적 거래행위로 지목되면서 금전 손해는 물론 마음고생까지 감수해야했다. 천 대표는 이후 모든 거래를 현금거래로 바꿨다. 신주강재의 거래방식 변경에 동의하지 못한 많은 거래처들이 떨어져나가면서 매출 타격을 입었다.

◇ 신주강재 천상진 대표

“당장 매출이 20%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출을 늘리려고 무리하고 불안한 거래 방식을 계속 고수하면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신주강재는 줄어든 매출과 그에따른 수익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다. 방법이란 결국 새나가는 돈을 붙잡고 경영을 내실화 하는 일이다. 신주강재는 운송에서의 비용 유출을 막기 위해 자차 운송비용을 늘리고 임대료 지출을 막기 위해 자기소유의 부지를 운용한다. 본래 하치장이 있던 구파발에서 고양으로 위치를 옮기면서 받은 토지보상금을 기반으로 부지를 매입하고 그 중 절반은 임대사업으로 사용 중이다. 임대료 누출이 없는만큼 경비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자금 운용을 위해 감당못할 빚은 내는 일도 없다. 사업 초기에 진 대출과 신용보증기금도 지금은 거의 다 갚은 상태다. 결국 ‘내 돈으로 하는 사업’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

“과도한 경쟁을 의식하면서 서로 원칙을 무시하면 결국 사고가 일어나더라고요. 원칙을 지키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무리한 경쟁구도에서 벗어나서 건실하고 안전하게 사업을 운영하는 일이겠죠.”


건설현장 덤프트럭을 쫓아다니며 철근을 팔던 스물일곱의 청년이 30년 동안 철근 시장에서 살면서 배운 장사의 원칙은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일이다. 이 단순하고 재미없는 원칙이 매출 400억 원의 신주강재를 키워낸 가장 신통한 비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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