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성지훈 기자
▲ 스틸데일리 성지훈 기자
철근 기준가 협상은 절정의 갈등국면에 있다. 양측이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절정은 곧 결말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제강사와 건자회 양측은 각각 3만 5,000 원과 2만 5,000 원의 인상액을 두고 맞서고 있다. ‘양보할 생각은 없다’는 양측의 입장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건자회는 물론 제강사 측에서도 “양측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는 수준의 파국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정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측이 제시하는 금액이 명확하니 그 중간쯤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상분의 구성이다. 건자회는 원가 인상요인 외에 추가로 5,000 원의 인상을 받아들이면서도 이에 대해 “부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요인은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인상액에 대한 타협이 이뤄지더라도 ‘부자재 가격을 반영하지 않았음’이 공식화되면 다음 분기 협상에서 똑같은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부자재 가격을 비롯해 기준가 책정 과정을 정교하게 바꾸지 못하면 매번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해야 한다.

건자회 측에서는 다음 분기 협상에서 부자재 가격을 기준가에 반영하기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논의를 한다’는 것이지 ‘다음 분기부터 반영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그렇다면 현시점 제강사가 집중해야 할 협상의 쟁점은 1~2천 원의 숫자 싸움보다는 향후에 이런 소모적 논쟁을 없앨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부자재 가격 반영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과 약속이 최우선의 협상목표가 되도록 쟁점을 바꿔야 한다.

더구나 지금의 가격 책정 공식으로는 전극봉뿐 아니라 에너지 비용과 환율 등 가격에 연동되는 많은 변수들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하다. 변인이 발생할 때마다 지금과 같은 논쟁을 해야한다.

부자재 가격 인상이 이번 기준가 협상을 난감하게 만들었지만 사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전극봉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건 작년 하반기부터다. 전극봉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후 몇차례의 기준가 협상이 있었지만 제강사는 이에 대한 대책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다. 이번 협상에 와서야 인상요인 외 2만 5,000 원의 추가 인상을 요구받은 건자회로서는 급작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건자회가 다음 분기 협상에서 부자재 가격 반영 등을 논의해보자는 전향적 태도로 나오고 있는 것은 제강사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다가 이제야 협상 상대에게 이해를 강변하는 ‘실패’의 책임소재를 되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년동안 협상을 진행해 오면서 협상에 나선 제강사가 꾸준히 부자재 가격 인상분을 기준가 책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제안해 왔다면 오늘 이렇게 ‘급작스러운’ 혼란을 맞이하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지금의 혼란과 갈등의 원인은 그동안 책임을 방기한 제강사측의 협상 주체에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갈등국면의 해소에 제강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것은 (그 원인이 실수이든 무능이든) 지난 ‘협상의 실패’에 대한 책임이다.

실패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은 잘잘못을 따져 누군가에게는 면죄부를, 누군가에게는 면박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이를 드러내지 않고 감추거나 눈 앞의 성과에 천착하면 실패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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