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이에 지난 3월 16일 본지에서는 국내 철강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온 포스코의 지난 50년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Next 50년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포스코가 걸어온 우리나라 철강역사의 발자취와 앞으로 성취해나가야 할 발자취는 무엇이 되어야할지 함께 생각을 나눠본다. [편집자주]



포스코 “Next 50년” 준비해야 할 시기

▶ 서정헌 사장: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포스코가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최근 여러가지 일로 인해 포스코의 지난 발자취가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에 포스코를 냉철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개인적으로 저는 지난 2000년 민영화가 굉장히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지금에 와서야 연간 4,000만톤을 넘는 조강 생산능력을 생각한다면 장기적 안목인지 다시 평가해볼 필요가 있긴 하지만 1973년 본격적인 포항제철소 가동이나 이후 1992년 광양제철소 준공을 통해 2,100만톤 체제를 완성한 박태준 회장의 안목과 구상이 이미 1968년에 시작됐다는 것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한보의 민영화라든가 현대제철의 2010년 고로 진출 등 2000년 포스코의 민영화 이후 많은 일들을 거치면서 이전의 포스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갖게 된 듯 합니다. 무엇보다 규모와 수익성 등은 유지됐으나 기업 가치가 조금 변모한 듯 합니다. 민영화 이후에는 중국 철강산업의 급부상과 현대제철의 고로 진출 등 평가 요인이 다소 달라지겠지만 민영화 이전 포스코는 국가 경제 기여도만으로도 창립 50주년은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포스코가 없었다면 과연 지금 우리나라의 제조업이 가능했을 것인지 냉철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민영화 이후 정치로 인한 다소의 혼란으로 과거 국민경제에 지대한 공헌한 점이 과소 평가해서는 안되며 민영화 이후 이어진 정부의 개입과 철강산업의 성장 한계로 인한 생존 전략 등은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스코 50주년을 기념한 대담에 참여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포스코 50주년을 기념한 대담에 참여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민동준 교수: 포스코의 지난 50년은 두 단계로 나누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개의 제철소를 완성한 이전과 그 이후입니다. 특히 1995년 이후 포스코는 고급 자동차용 소재의 광양제철소를 준공하여 양에서 질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경영측면에서는 국민주 공모 방식의 민영화를 통해 국가의 기업 성장 전략중 가장 의미있는 성공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전반기 25년 동안은 국가 정책과 포스코는 같은 전략을 기반으로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성장을 거듭하지만 이후 IMF, 중국에 의한 세계적 과잉생산 체제의 고착현상은 철강만이 아닌 사업다각화를 고민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국 철강산업의 팽창은 포스코의 글로벌화 전략을 가속시킴으로서 인도네시아, 인도, 동남아 등지에 해외 생산 설비 구축과 소재 다변화, 에너지 등 철강 연관 산업에 대한 시도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와같은 글로벌 성장 전략도 궁극적으로 양적 성장의 한 단면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의 구축은 중요한 과제가 남겨진 상황인 듯 합니다.

지난 50년 산업 발전, 포스코의 역할 절대적

▶ 이은영 연구원: 무엇보다 포스코의 창립 50주년에 대해 축하의 말을 먼저 전합니다. 지난 50년은 긴 세월이긴 했지만 포스코는 앞으로 새로운 50년을 어떤 기업으로 살아남고 성장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저는 박태준 회장 재임 시절과 그 이후로 포스코를 구분하고 싶습니다. 박태준 회장은 강력한 리더십과 경영능력으로 이 나라의 경제발전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정신으로 하나가 되었던 시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포스코인으로써의 자긍심은 물론 우리나라 중화학 공업에 기여한 바도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그 만큼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하나된 시기였다 할 것입니다.

포스코인들도 나라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하나의 정신으로 이어졌던 행복한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박태준 회장이 정치에 입문하게 되면서 포스코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경영을 어떻게 이어가고 리더는 어떤 기준에서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리더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과 같은 충분한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 간섭이 발생하면서 포스코는 이익집단의 표적이 되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어떤 비즈니스로 기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리더십을 바탕으로 기본 전략을 세우고 자원을 배분할 것인지 등과 같은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고 경영 투명성이 손상을 받게 되면서 투자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부조리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태준 명예회장의 미래에 대한 선견지명과 비즈니스에 대한 선택은 옳은 판단이었다고 봅니다. 다만 각 산업에서 어떻게 가장 경쟁력 있는 계열사와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느냐에 대해서는 다소 실수가 있었다고 봅니다. 포스코는 철강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이 복합적인 연계를 바탕으로 각 분야를 이끌어 나가는 인적 구성을 이어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영화를 진행하면서 광양과 포항제철소의 법인 분리, 현대자동차의 철강산업 진출 등과 관련해서는 시대적 변화에 의한 것일 뿐 누군가의 의지나 노력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또한 IMF 시절 현대가 철강산업에 일찍 진입했다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지금과 같이 성장했을 것이란 가능성 역시 의문이라는 생각입니다.

포스코 창립 50주년 공식 엠블럼
▲ 포스코 창립 50주년 공식 엠블럼


지난 세월 거치며 빅 브라더로 성장했어야

▶ 배흥준 전문위원: 포스코 창립 초기 몇몇 강관업체 CEO들이 모여 과연 품질이 나오겠느냐? 혹은 돈 모아서 매입하자는 이야기가 오갔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던 포스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 강창오 전 사장께서는 “포스코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벤치마킹 모델로 일본의 임해제철소가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사실과 박태준 명예회장을 필두로 전임직원이 ‘한번 해보자’라는 의식으로 노력한 결과였다”고 언급하신 적이 있습니다.

박태준 명예회장을 중심으로 전문인력들이 해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포스코가 우리나라 모든 산업의 쌀이 되어서 수출역군으로 효자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대한민국의 다른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과연 만들어졌을지 의문일 정도고 우리나라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기억나는 일은 민영화 당시 정부가 보유지분을 매각할 당시 5개 철강업체에 3%식 15%의 주식을 매입할 것을 권유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무산되고 말았지만 국내 철강사들이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로 이뤄졌다면 과연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합니다. 민영화 이후 높은 외국인 주주 비율 그리고 선거만 끝나면 불거지는 정부의 알 수 없는 영향력 문제 등 최근의 불완전한 지배구조와 비교해서 더 나은 선택일 수 있었다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한편 현대제철의 고로 진출 이후에는 포스코가 한국의 철강 산업과 전체 산업에서 기여하던 부분이 조금은 변질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제철의 출현과 더불어 나타난 설비 증설 경쟁이 중국의 설비 능력 확대와 더불어 동남아 지역의 공급 과잉을 초래한 측면이 있는데, 이 때 철강업체 기획 담당 임원들이 만나 공급 과잉 우려 논의를 하면 대부분 수긍하였지만 결국 큰 흐름을 막지는 못했던 기억이 그것입니다.

그 이후 포스코는 과거 한국 철강산업계의 큰 형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늘어난 설비의 가동을 위해서 시장지배력을 활용하면서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논리를 사용하는 현실에 이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철강업계의 빅브라더로써 그 역할을 충실히 한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점은 현대제철도 비슷합니다. 현대제철 역시 철근 분야에서 빅 브라더로써의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에는 우월한 시장 지위를 이용해 수익성을 우선 챙기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그간 산업에 미친 지대한 공이 있었던 만큼 철강 생산 능력의 팽창기를 거친 이후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포스코가 과연 어떤 경영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의 환경 정책과 및 노동정책 그리고 시장유지 정책등의 흐름을 읽고, 철강산업계의 대응방향을 모색해나가는 등 다시 한번 철강산업의 빅브라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또 예전에는 모든 대학에 금속 공학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산업에 인재를 내어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향후 철강 기술이나 현장 노하우를 보전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이 부분에서도 포스코의 역할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 김홍식 부사장: 포스코는 우리나라 철강의 자급자족은 물론 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했으며 제조 강국으로 적당할지 모르겠으나 제조업 중심의 산업 발전을 이뤄내는데 지대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못지 않게 다양한 문제도 여전히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변화의 시기로 저는 광양제철소 그리고 민영화와 함께 한보철강 인수 실패 등이라고 판단됩니다. 결국 이 같은 변곡점이 마련된 것도 따지고 보면 지배구조의 변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민영화는 물론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다소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느냐라는 의문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포스코가 나가고자 하는 방향도 박태준 명예회장 시절에서는 분명히 같았겠지만 이후에는 포스코가 기술에 대한 투자보다는 규모를 확장하는데 더 주력했지 않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성장에 의해 공급 과잉에 대한 부담이 커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포스코는 우리 산업에 지대한 공을 세운 것에는 적극 동의하는 바입니다.

포스코의 선택이 중요한 시점

연세대 민동준 교수
▲ 연세대 민동준 교수
▶ 민동준 교수: 공과 과가 공존함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우리나라 산업에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었으며, 긍정적인 면을 높게 평가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포스코라는 국민 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스코가 지난 50년간 보여준 산업 전반에 미친 산업적, 기술적·사회적 기여도는 국가 발전의 필요충분 조건으로서 국가의 이해와 합치되는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에는 그간의 기간 산업으로써의 역할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하고 생존하여야 한다는 암묵적인 국민의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면에서 지난 반세기 포스코의 역할은 목표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강력한 리더십과 열정으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할수 있었지만, 앞으로 전개되는 보이지 않는 위기와 글로벌 경쟁상대와의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확대 재생산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민영화 이후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민영화 이후의 포스코의 고민은 철강전문화, 글로벌 철강 투자 시도등은 이러한 고민의 산물로서 성공과 실패를 넘어 민영화이후 성장 모델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성공적이었는지는 많은 의견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전투의 승리가 과연 전략 승리로 이어졌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하는 대목입니다.

포스코만의 문화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문화의 강조는 해외 투자에서는 전략적으로 유연하지 못한 가치로 노출되었음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엄청난 리스크를 극복하게 한 포스코 경험과 문화는 엄청난 자산임에도 그간 50년 동안의 몸부림으로 체험한 정신적 가치가 무엇인지, 향후 50년 동안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서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토론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 생각합니다.

치열한 자기 반성과 내부 평가가 절실하다

▶ 이은영 연구원: 앞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포스코는 그간 무언가를 위해 많은 시도를 해왔습니다. 나름의 결정과정을 거쳐 최고 경영자들이 다양한 가치 평가를 진행해 왔고 성공하거나 실패한 사업도 있고 또 아직 성패를 결정하기 어려운 사업도 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지나가면 끝이라는 점입니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많은 투자와 의사결정을 해 왔는데 잘된 것과 잘못된 것 그리고 배운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것들이 기업안에 남아서 다음 투자나 전략을 구성할 때 자산으로 결정의 초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포스코는 시류에 흔들린다고 할까요? 최고 경영자가 ‘이번엔 이거야’라고 결정하게 되면 그대로 이전의 결정은 없었던 것들이 되어 버립니다.

예를 들어 투자 리포트를 작성할 때도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과 위협요인은 무엇인지 분석하는 등 배경을 먼저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포스코를 분석할 때도 이렇게 장단점을 분석하고 고민하는데 과연 포스코는 그간 많은 부분들이 축척돼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많은 부분을 고민하겠지만 포스코는 협상을 진행할 때 굉장히 후한 기업으로 분류됩니다. 컨설턴트 쪽에서도 포스코의 입장에서 큰 일이 아닐 수 있는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이를 진행함에 있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통해 포스코 내부적으로 깊은 고민에 의해 결정하는 것인지 확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포스코가 그간 투자를 진행하거나 사후 처리를 하는 방법을 살펴보면 이런 그간의 노하우들이 포스코 안에 과연 남아 있는 것인지, 충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포스코의 장점은 물론 너무나 강한 추진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하나의 방향이 정해지면 조직 전체가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부채 축소와 재무구조 개선을 천명한 지 3년 만에 회사 빚을 거의 다 정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방향성이 한번 결정되면 결집하는 힘은 탁월하지만 이를 결정하는데 있어 정교함이나 숙고의 능력은 조금 취약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포스코가 겪은 많은 성공과 실패, 그것이 재무든 통상마찰이든 다양한 케이스를 포스코의 자산으로 남기고 업계가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민동준 교수: 최근 포스코의 전략은 두 가지 방향성을 갖는 듯 합니다. 철강산업의 신화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철강연관산업적 성장할 것인지하는 것으로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나 리튬, 니켈 등 관련소재 산업의 진출 등 다양한 움직임이 교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연 어느 선택이 옳고 그른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다각화에 대한 기회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한번쯤 내부 평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고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지 평가 작업을 바탕으로 향후 50년은 이를 후계자들에게 되도록 많이 남겨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면밀한 토론과 냉철한 분석을 거쳐 Next 50년 포스코 문화의 핵심역량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간 이어온 포스코의 정신에 대해 제대로 정의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50년은 포스코 정신으로 어떠한 가치를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포스코가 더 발전하기 위해는 포스코 문화가 만든 정신의 가치 그 핵심을 돌아보고 정의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 가치가 상호 협력인지, 융합인지, 협동인지, 성실인지를 깊게 고민하고 이를 지켜나갈 수 있는 동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포스코의 가치 정립 필요

스틸앤스틸 서정헌 사장
▲ 스틸앤스틸 서정헌 사장
▶ 서정헌 사장: 그 정신적 가치가 이전에는 제철보국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이러한 가치를 만들지 못했고 철강에서의 성공을 다각화한 다양한 사업에 이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드네요.

▶ 민동준 교수: 일본은 한때 세계 철강의 규모가 7억톤을 기록하고 이 가운데 고로는 4억5,00만톤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일본이 8,000만톤 체제였으니 더 이상 팽창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다각화를 주장했습니다. 박태준 명예회장 역시 광양제철소 이후 2,100만톤 체제가 되기 때문에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다각화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스스로가 그간의 자기 학습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경험을 체화하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기업 전체에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왜 기업가에게 적대적인가란 물음입니다. 엄청난 기회와 먹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음에도 왜 이렇게 적대적인가를 보면 기업가들이 기업가 정신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포스코도 이러한 기업가 정신을, 포스코 고유의 문화의 힘과 가치관이 있다는 것을 적극 어필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올해 얼마의 이익을 얻었는지 주주에게 얼마를 공유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기업가 정신을 포스코가 보여줄 수 있는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부의 개입이니 입김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포스코 고유의 정신적 가치와 기업 문화를 사회적 가치로 만들어나가겠다는 선언을 한다면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기업에 비해 탐욕스럽지 않은 이미지로 그리고 정신적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기업이라는 포스코의 가치를 선언하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 김홍식 부사장: 포스코의 지배구조는 대한민국 정치 풍토에서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다만 민영화 이전 분명한 정신적 가치가 있었다면 최근에는 멋진 홍보 문구에 그칠 뿐 그 이상이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 민동준 교수: 가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해석되어야 합니다. 박태준 회장 시절의 포스코의 견고함은 박태준 회장님의 카리스마 이외에도 국민들의 보이지 않는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코는 국민들에게 큰 지지를 이끌어내는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좋은 기술의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기술 그리고 시장의 공유를 통해 국민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이 포스코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공유를 통한 공급과 수요의 성장적 선순환의 확대 재생산라는 생태계야말로 빅 브라더 역할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다른 일반 기업과 같이 주주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면 포스코의 가치는 국민기업이 아닌 사기업과같은 가치를 가지게 됨으로서 국민의 지지가 없는 국민 기업이 될것입니다.
최근 극로벌 기업은 단순한 회계적 가치이외에도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를 중요한 덕목으로 꼽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 50년간 포스코는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성실히 수행해 왔지만, 앞으로 이를 더욱더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포스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 배흥준 전문위원: 과거 제철보국이라는 확고한 가치가 있었다면 미래에는 지금까지 축적된 노하우와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더 많은 기회와 미래 변화에 미리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잘해왔던 부분은 꾸준히 이어나가고 고쳐야할 부분은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제철위국’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간 철강산업에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 많은 제철 기술을 발전시키고 공유해 나간다면 함께 성장하는 좋은 기업으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이은영 연구원: 그간 다른 기업들도 포스코의 공익성을 강조해왔습니다. 포스코의 성장배경 가운데 공익성이 강조되어 왔던 것은 사실이며 지금까지도 해외 주주들 역시 일반적인 공익 요소들을 기업들이 확고히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으며 오히려 격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에서는 ESG Investment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데, ESG란 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를 이야기합니다. 환경을 파괴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주주와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을 대변하는 책임을 다하지 않으며, 투명하지 않은 경영과 정상적이지 않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공정하지 않고 투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예를 들면 중소기업을 압박해 그들의 몫을 가져오는 등의 행태를 보이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또한 정부 뿐만 아니라 해외 기관투자가들 역시 환경에 대한 고려를 실질적인 투자에 반영하고 있는데 2017년 연초 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가 투자 대상 기업 리스트에서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의 심각한 환경훼손을 이유로 제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동안 포스코 해외 주주들들이 대주주가 없지만 지속적으로 투자해 온 이유는 포스코가 투명한 지배구조와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포스코의 경영에 어떻게 간섭하고 좌지우지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포스코의 기본 가치에 긍정적이고 포스코가 기업가치를 더 높이고 이를 통해 주주들의 이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회장의 선출 방식이나 교체 등이 비교적 외적인 힘에 의해 이뤄져 왔다고 알려지고 재무적인 부담이 발생하는 모습도 나타났던 만큼 사회적으로 앞으로 모범이 되는 기업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도적적이고 정상적인 방식으로 이익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주주의 이해와 공익적 이해 관계가 상충하지 않아야 합니다. 최근 기관 투자가들은 경영에 잘못된 의사 결정이나 투명하지 못한 경영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주의 권리를 찾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스튜어트쉽 코드이라는 국민연금 및 기관투자가가 정당한 방식으로 포스코의 여러 경영의사 결정에 참여해 기업이 바른 방향으로 갈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입니다. 무조건 배당을 많이 하고 주가가 올라가는 것만 바라지는 않습니다. 기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경쟁력은 무엇이고 방향성은 옳은지 등에 대해 투자자들과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방향은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경에 적응하는 기업이 아닌 환경을 만드는 기업이 되길

▶ 민동준 교수: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동시에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담스미스가 말한 자본 경제는 탐욕과 법률이라는 두 축을 가지고 확대 재생산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포스코의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여 가장 바라고 싶은 것은 그동안 만들고 지켜온 포스코의 정신적 가치를 더 드러내고 실천해주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포스코 무엇 때문에 지난 50년을 생존해 왔고 앞으로 무엇을 위해 50년을 더 영위할 것인지, 이를 만들고 찾아내 앞으로 가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서정헌 사장: 최근 포스코는 국내에서 경쟁상대가 생겼고 중국의 급성장도 경험하면서 많은 변화를 경험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함께 공유와 공존의 해법을 고민할 필요가 더 있어 보입니다.

▶ 김홍식 부사장: 공유와 공존 측면에서 해법을 고민할 수는 분명히 있겠지만 결정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 민동준 교수: 앞으로 포스코가 어떠한 산업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3위 업체는 환경을 만들 수 없습니다. 포스코는 국내에서 소재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포스코는 새로운 소재시장에서 새로운 환경을 만들 기회가 온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철강시장을 살펴보면 법정관리 업체들에 의한 시장 질서의 변화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법정관리 업체의 시장 교란현상은 좀비기업이 기존기업을 위협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은 미래의 새로운 환경을 만들기 위한 큰 그림(Big Picture)을 만들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기업이 정상적 환경에서 영위할 수 있도록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정부의 일입니다. 같은 전략적 방아쇠는 이 같은 생태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금융이 함께 하여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명목생산 8,000만톤 체제에서 수출입 5,000만톤이라는 수출입 물류비용을 지불해가며 수출해야 할 것인지 깊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50년을 건강하게 생존하고 싶다면 정상적인 실력을 갖춘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배흥준 전문위원: 유럽이 한때 유사한 시도를 한 바 있습니다. 생산능력을 줄이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한 것입니다. 그러나 완전히 폐쇄해야하는 시점임에도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면서 정착되지 못했고 미국은 고로가 어려움을 겪고 전기로가 생존하면서 다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 민동준 교수: 기본적으로 금융시스템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기활법을 활용해 펀드를 조성하고 산업은행이 주식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거르고 통합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은 환경에 적응해서는 안될 것이며 선두 기업이라면 더구나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의 철강기업 환경을 과연 누가 만들 수 있을까요? 포스코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포스코가 공유 공존의 가치를 일정 수준 손해 보더라도 진행해야 할 일이라 여겨집니다.

포스코가 아무리 고부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해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번 통상 문제 역시 또 하나의 기회라 생각합니다. 통상문제가 거세지면 우리의 문제가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서서히 익어가는 개구리가 될 것인지 아니면 향후 50년을 준비하는 기업환경을 조성할 것인지는 포스코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중국만 놓고보더라도 10수년 이후에는 포스코 만한 철강업체가 지역별로 하나씩은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기술력의 차이도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 5억톤 수준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진다면 포스코 역시 아무리 잘나간다 하더라도 5,000만톤 수준을 넘어서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내수시장의 견조함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내수시장의 견고하고 연관산업과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히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해결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포스코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주주들이 기업의 투명성과 공유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지만 역시 인간의 탐욕은 아직 무서운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 50년간 포스코가 만들고 지켜온 가치를 새로운 50년을 만들 수 있는 빅 브라더가 될 것인지 아니면 이익 추구에만 매진하는 보통의 기업의 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봅니다.

▶ 배흥준 전문위원: 포스코는 다양한 시황 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때 그때 시장 상황에 맞는 전략을 내 놓고 있지만 임기 응변식 대응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우왕 좌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앞으로는 밖에서 볼때도 하나로 통합된 가치 아래 일관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서정헌 사장: 짧은 시간 동안 포스코의 지난 50년을 판단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민영화를 기점으로 기업의 가치가 많은 변화를 겪었듯, 앞으로의 50년도 또 다른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포스코가 지금과 같이 우리나라 철강산업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 환경측면에서 건설적인 향후 100년을 설계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시기라는 점을 이야기하며 오늘 이 자리를 마무리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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