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 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내수 공급과잉과 함께 최근 미국 주도로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마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전방위적인 대안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수입산 철강에 25%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최종 서명했다. 관세는 15일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발효될 예정이다.

그 동안 미국은 우리나라의 주력 철강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고가재인 에너지용 및 자동차용 강재 중심의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그러나 고율의 관세가 확정되면서 한국 철강재의 미국향 수출은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 미국으로의 수출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의 결정이 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 등 기타지역의 무역장벽을 높이는 촉매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향후 한국의 철강 수출에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수출 위축은 한국 철강산업의 근간을 흔들릴 만한 큰 이슈다. 우리나라 철강시장의 구조는 참으로 비정상적인 형태를 띠어 왔다. 전체 생산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충당하는 한편 국내시장 수요의 40% 이상은 수입산이 차지한다. 그렇다고 수출용 철강재들이 기술력을 담보로 한 고가의 제품도 아니다. 충분히 수입산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등에 밀려 해외로 떠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각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이제 이러한 밀어내기 수출도 용이하지 않게 됐다.

국내 전체 철강 생산의 절반을 웃도는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국내 철강업체의 생존은 장담하지 못하게 된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기자는 자국 산업보호정책인 ‘Buy Nation’ 제도 도입이 현 국내 철강산업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세계 30여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Buy nation’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번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도 사실상 ‘Buy nation’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Buy Nation’ 제도란 국산 부품 및 소재 사용 최소 의무기준, 설비 및 공장 등 생산활동의 자국내 설립의무 기준 등 자국산 제품 및 서비스 사용 의무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자국산 철강재 사용 확대의 직접적인 효과뿐 아니라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제공함으로써 자발적인 국산 사용 움직임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러한 법 제도 도입이나 인식이 너무도 미흡한 실정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한국 철강산업은 최대 위기에 직면해있다. 산업의 후퇴 속도 및 시장 구조조정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수출 길마저 어려워지면 대형 철강업체 몇몇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 철강업체들은 생존마저 장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산 철강제품의 입지를 강화하고 수출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마련은 시급한 과제며, ‘Buy Nation’ 제도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 제도가 정착되면 비정상적으로 유입이 확대된 수입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안을 제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현 국내 철강산업 위기에 대한 정부와 철강업계의 깊은 공감대 형성을 통해 ‘Buy Korea’제도 도입 등과 같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노력이 서둘러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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