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대표적인 소재산업이자 장치산업이다. 그래서 규모의 경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의 발달로 세계가 통합되고,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가 부상하면서 규모의 경제보다 적응력과 속도를 중시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잡아먹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을 가지고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이른바 히든 챔피언이 각광을 받고 있다. 물론 숫자만 놓고 본다면 한국은 이 분야에서도 비기너(Beginner)다. 자료에 따르면 독일이 약 1,300여개, 미국이 370개, 일본 230개인데 반해 한국은 23개로 중국(68개)보다 적다. 수출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이다. 무엇보다 기술력과 품질을 갖춘 강소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틸앤스틸은 앞으로 철강 및 관련 산업에서 이러한 강소기업을 찾아 소개하는 시간을 자주 가질 계획이다. 이번호에는 첫 번째로 공업용 나이프(인물) 제조업체인(주)대원인물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1월 25일 포스코 품질경영대상을 수상한 대원인물 최도현 사장
▲ 지난 1월 25일 포스코 품질경영대상을 수상한 대원인물 최도현 사장


Q>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포스코로부터 품질경영대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상을 받게 되셨는지요?

A> 지난 1월 25일 포스코에서 시행하는 품질경영대상의 공급사 부분에서 포스코 공급사를 대표하여 권오준회장님으로부터 품질경영대상을 수상하게 되어 함께 노력한 전임직원과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대원인물의 역사나 기술력, 품질 등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사회생활을 대원강업에서 시작하셨고, 오늘날의 대원인물을 만든 주인공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인물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되셨습니까?

A> 나이프를 만들기 시작한 지 38년째입니다.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이 대원강업입니다. 70년대에 국내에서 사용되는 나이프는 수입에 의존했었는데, 당시 포항제철에서 나이프를 국산화해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특수강 열처리 기술을 가지고 있는 대원강업이 자연스럽게 그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당시 저는 대원강업 개발부에서 신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나이프 외길 인생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대원강업 허재철 회장님의 배려로 나이프 부문이 독립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해서 대원인물이 탄생한 것입니다. 그 때가 95년이니까, 벌써 대원인물이 설립된지도 23년째입니다. 설립 당시 설비나 여신 등 많은 부분에서 회장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오늘날의 대원인물이 있기까지는 회장님의 배려와 저를 믿고 따라 와준 동료들의 노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희 회사에서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부사장과 연구소장은 입사부터 저와 같이 생사고락을 함께한 동지입니다.

대원인물 최도현 사장
▲ 대원인물 최도현 사장

Q> 오늘날의 대원인물을 있게 한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한마디로 신뢰입니다. 사업 초기부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매월 1,000만원씩 납입하는 정기적금을 들었습니다. 한 번도 날짜를 미루는 일 없이 없었죠. 돈을 빌려서라도 납부 일을 지켰으니까요. 작은 회사가 안간힘을 쓰며 신용을 쌓아가는 모습을 인상 깊게 지켜본 은행이 98년 금융위기 때 8억5,000만원을 융자를 해줬고, 적금을 합쳐 현재의 공장 부지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지금도 신용을 가장 중요시 합니다. 대원인물과 관계되는 모든 회사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신뢰가 형성될 수 있도록 약속을 지킵니다. 거래처도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신용이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직원과의 약속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은 가장 핵심적인 고객이자 평생 동반자입니다. 이러한 신뢰가 밑받침 돼야 기술이 개발되고 품질이 뒷받침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Q> 오늘 날의 대원인물이 있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해 주십시오.

A> 새로 개발한 제품이 산업현장에서 자리 잡기까지는 숱한 난관을 거쳐야 합니다.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 해도 검증받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한 도전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야 인정을 받고, 또 다른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신소재를 개발할 때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합니다. 개발과 적용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다행히도 주거래선인 포스코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중 BS 과제나 민간 R&D 과제 등 신규 개발시 현장 테스트를 해줌에 따라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나고 나면 보람도 많습니다. 고속철도 차량용 부품인 씰드너클을 국산화할 당시 국가과제인 구매조건부 사업을 통해 진행을 했는데, 약속 기일인 2년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멈추지 않았고, 그 후 2년 뒤 국산화에 성공을 했습니다. 이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습니다. 또 포스코 신소재인 PSD1을 개발하여 연구소장이 엔지니어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대원인물이 생산한 나이프. 대원인물은 항상 최상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공급함으로써 이를 사용하는 고객사가 최고질 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 대원인물이 생산한 나이프. 대원인물은 항상 최상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공급함으로써 이를 사용하는 고객사가 최고질 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Q> 제품 얘기를 해보죠. 국내외에 많은 인물업체가 있습니다. 경쟁사와 어떻게 차별화를 하고 있습니까?

A> 나이프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원소재인 특수강의 품질입니다. 세계 시장에 나가보면 좋은 재료가 관건이라는 것을 절감합니다. 절단 대상인 철강재보다 더 높은 물성의 특수합금강으로 만들어야 더 수월하고, 깨끗하게 절단을 할 수 있습니다. 대원인물은 출발부터 소재에 대한 자체 개발에 주력해오고 있습니다.

세계적 추세인 고강도강판에 맞춰 27K57V나 PSD1 소재를 개발하여 특허를 획득한 상태고, DWCS, DWCM 강종도 자체 개발하여 특허 출원 중에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기술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소재개발에 매진할 것입니다. 물론 소재개발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소재개발이야 말로 경쟁사와 차별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고강도 얘기가 나왔으니 그 쪽으로 얘기를 해보죠. 최근 국내 코일센터(SSC)의 화두는 기가스틸입니다. 향후 자동차가 기가급으로 갈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기가급 강재를 가공할 수 있는 나이프가 있어야 하는데, 대원인물에서는 이미 개발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나 선박 등은 소재를 경량화 하는 추세이고, 이에 맞춰 철강업체도 고강도 강판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고강도강판이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소재메이커 뿐만 아니라 인물업체, 1차 가공업체, 부품업체 모두의 설비나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대원인물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고강도 강판을 절단할 수 있는 나이프를 공급하기 위해 직접 신소재 개발에 나섰습니다. 수십 년 전부터 나이프 소재로 사용해 오고 있는 SKD61 소재는 인성은 높으나 내마모성과 강도가 떨어지고, SKD11소재는 내마모성과 강도는 우수하나 인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문제점 때문에 고강도강을 절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내마모성과 인성, 강도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27K57V 소재를 개발하게 되었고, 현재는 국내 철강 및 관련 부품업체들의 고강도강 생산 및 가공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포스코가 기가스틸과 같은 초 고강도 강판을 양산하기 시작하면서, 저희와 같은 인물업체도 더 강한 신소재 개발이 필요했고, 중소기업청 기술혁신 과제를 통해 PSD1 소재를 개발, 특허를 획득했습니다. 이 소재는 후판공장에서 생산되는 고강도 후판 생산량을 극대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용 기가스틸 강판 절단가공에도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습니다. 더 나아가 초 기가스틸급 강판 절단용 나이프 소재인 DWCS와 DWCM 강종을 개발하여 양산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대원인물의 나이프 진열장
▲ 대원인물의 나이프 진열장

Q> 수출도 적극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출 관련 전략은 무엇입니까?

A> 이미 일본이나 유럽, 중국 등지로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향후 신흥시장 개척과 함께 철강용 나이프 수요가 많은 나라를 중심으로 확대를 할 계획입니다. 우선 중국 시장을 주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중국의 특화된 시장, 가령 스테인리스나 고장력강 시장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독일 및 중국 전시회에 참여하였으며, 우리가 개발한 신소재의 경우 일본이나 유럽과의 기술 격차가 없어졌다고 봅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일본 전시회를 적극 활용하여 신규업체를 적극 발굴할 예정입니다. 해외시장에서 이기는 것이 진정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원인물의 기술력은 일본이나 유럽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일본과 스웨덴에 수출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타이어코드를 자르는 나이프도 만들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독일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가격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것을 국산화에 성공했고, 가격도 독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미 한국타이어와 품질테스트를 마친 상태이며,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독일이 기존 나이프보다 고품질의 소재를 사용해서 제품을 개발했는데, 대원인물 역시 같은 성능의 소재를 사용해서 제품개발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Q> 사장님께서 오랜 기간 동안 철강업에 몸담아 오시면서, 나름대로 원칙과 경영철학이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A> 한마디로 공업용 나이프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자는 것입니다. 기회가 날 때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한국에서 최고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최고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얘기합니다. 개척의 길에서 힘을 합치지 않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고 강조합니다. ‘세계 최고의 장인’이라는 경영마인드로 사람 중심, 기술 중심, 신뢰의 중요성을 늘 얘기합니다.

Q> 대원인물의 금년 매출 목표는 무엇입니까? 또 장기적으로 회사를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입니까?

A> 금년도 매출 목표는 110억원입니다. 최근 국내 철강경기 침체와 더불어 나이프 시장도 거의 포화상태입니다. 우리가 수출을 늘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출은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력과 품질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의 공업용 나이프 업체가 되는 것이 장기 비전입니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소재 및 제품개발에 힘쓰고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가 실질적인 원가절감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나이프뿐만 아니라 철도차량 부품과 조관(강관을 만드는 공정) 롤·압연 롤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며, 현재 기가스틸 절단에도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나이프는 기가스틸 프레스 작업하는 금형강 시장에도 잘 사용될 것으로 보여, 대원인물이 개발한 소재를 활용하여 금형강 시장에 진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대원인물 본사 전경
▲ 대원인물 본사 전경


대원인물(주)
주소 : 인천시 부평구 가좌로96번길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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