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철강업계는 많은 일들을 겪었다. 출렁이는 원부자재 가격과 미국의 무역제재, 중국의 사드 보복 그리고 주요 수요산업의 어려움 등으로 여전히 향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정치의 변화와 함께 지난 한해 철강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뉴스는 어떤 것들이었는지 스틸데일리 기자들이 선정한 10대 뉴스를 간추려 보았다.[편집자주]

■ 오너 주도, 세대교체 바람 거세진다

올해 현대제철에 정호인 부사장이 경영지원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정 부사장은 64년생 부사장이 부임했다. 상무급 임원 중 가장 젊다. 동국제강도 임동규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직급상 장세욱 부회장 다음 자리다. 임 부사장은 61년생이다.

동국제강 사내 등기이사 3명 중 한명인 곽진수 상무는 68년생이다. 세아베스틸도 핵심 요직인 미래전략실장과 기획본부장에 홍상범 상무와 양영주 이사를 영입해 보강한 바 있다. 홍 상무와 양 이사는 70년과 71년 생으로 50년 60년대 임원들 속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변화를 이끌고 있다.

주요 철강 기업의 고위 임원은 60년대 초중반, 핵심 임원은 60년대 말~70년대 초로 교체되고 있다. 50년대 전성시대가 마감되고 있다. 최근 세대 교체의 동력은 오너다.

세대교체의 선두에는 동국제강과 장세욱 부회장이 있다. 장 부회장을 정점으로 기업 구조조정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지 3년만에 임원의 얼굴이 대부분 바뀌었다. 세아그룹도 3세인 이태성, 이주성씨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3세 시대를 알렸다. 현대제철도 올해 주요 본부장의 얼굴이 교체 될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기업들이 2세 혹은 3세 경영이 확산되면서 오너 중심으로 젊은 피가 대거 발탁되고 있으며, 그 바람은 더욱 거세 질 것이다.

■ 철강업계, 4차 산업혁명 화두가 되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로봇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이 철강업계에도 화두를 던졌다.

포스코는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스마트 POSCO’를 앞세워 적극적인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추진했으며 이를 위해 ‘포스프레임(PosFrame)’을 자력으로 개발해 품질개선과 비용절감 등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초에는 제조업체 최초로 생산공정에 인공지능을 도입한 스마트 팩토리를 완성했다. 올초부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도금량 제어 자동화 솔루션을 현장에 적용한 것.

현대제철은 물류 측면에서 접근했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위해 보안과 운송, 관리, 안전 등 각 부문에서 모바일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으며 사물 인터넷을 활용한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한편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와 협력해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직 대형 고로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철강업체들이 과연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만들어 갈 것인지 막연한 면이 없지 않긴 하지만 가깝게 다가온 정보통신기술과 철강 제조산업과의 융합을 어떻게 대비해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 것만으로도 충분한 결실이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우려

글로벌 철강산업은 2012년 이후경기 침체와 함께 세계 조강설비능력이 20억톤을 초과하면서 공급과잉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철강 자급률이 100%를 초과하면서 밀어내기 수출이 확산됐고,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철강 수입국들의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2017년 말 기준 해외시장에서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피소건수는 19개국 88건에 달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연평균 10~20건 내외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주력 수출국인 미국향 수출은 상당히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일방적인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며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반덤핑(AD), 상계관세(CVD), 세이프가드 등을 통해 한국산 열연, 후판, 냉연, 강관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한 추가적인 제제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생산에서 수출 비중이 45%에 달하는 한국 철강산업 특성상 이러한 해외 무역규제 해소는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향후 개별 철강기업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공동대응도 절실한 시점이다.


■ 불안한 수요산업 ··· 철강 수요 직격탄

철강은 중간재 개념으로 최종 수요산업 부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주요 수요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왔다. 특히 조선의 경우 2016년 수주가 20년 이래 최저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현재 대부분의 국내 조선사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내년에도 조선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그나마 선방하던 자동차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수요 정체, 보호무역 강화, 중국과의 사드갈등 등 대외여건 불안으로 본격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가전 역시 중국산 등 중국산 등 후발국의 저가공세에 밀리면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견조한 수요 증가를 견인했던 건설은 지난해 말 국정농단 사태 여파에 따른 대형 프로젝트 투자 연기, 정부의 SOC사업 축소와 재건축 규제, 대출조건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소비 위축이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철강 주력 수요산업들의 동시다발적인 침체는 국내 철강수요 축소와 제품가격 인하압력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직결되고 있다.


■ 전극봉 · 내화물 · 합금철 가격 폭등 ··· ‘부자재 쇼크’

올 한해 철강 업계는 부자재 가격 폭등 쇼크가 컸다. 대표적으로 이슈가 됐던 전극봉을 비롯해 내화물, 합금철 등 주요 부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예상치 못한 원가부담을 떠안게 됐다.

연초 2,300달러 안팎이던 전극봉(28”기준) 가격은 3분기 들어 3만달러에 육박했다. 내화물과 합금철 가격 또한 급등세를 지속하면 철강 산업 전반의 원가상승 압박으로 작용했다.

주요 부자재 가격 폭등 배경의 중심에도 중국이 있었다. 중국 내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전극봉 생산 감소와 유도로 폐쇄에 따른 전기로 증가로 전극봉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을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내화물이나 합금철 가격 폭등 역시 주요 생산국인 중국 내 생산 감소로 인한 수급문제가 직간접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전기로 제강 업계의 경우, 부자재 가격 폭등으로 심각한 수익악화와 생산차질을 겪었다. 주요 부자재 관련 원가상승분만 톤당 3만원~4만원에 달하는 상황으로 추산된다. 더 큰 문제는 전극봉 등 부자재 원가상승 체감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욱 심각하게 체감될 것이라는 우려다.

■ 철근, 얼마까지 팔아봤니? ‘사상 최대 수요’

최근 3년여에 걸친 철근 호황은 철강시장의 큰 관심사였다. 올해 철근 시장은 6년 연속 이어진 수요 증가세의 정점을 찍었다. 2017년 철근 수요는 1,220만톤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철강시장의 ‘핫 아이템’으로 시선을 모았다. 철근 제강사의 사상 첫 100만톤/월 판매가 넉 달 연속 지속됐던 것 또한 경이로운 기록으로 눈길을 끌었다.

철근 호황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도 크게 늘었다. 철근 제강사는 중단했던 유휴설비 가동이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현장인력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관련업계에서도 보유하고 있던 철근 생산설비의 재가동이나, 철근 KS 인증을 재취득 하는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호황의 정점을 보낸 철근 시장의 불안감은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수요 감소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변동성 커진 시장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각자 입장에서의 출구전략과 수요 감소에 대한 대안마련을 고민하게 됐다.

■ 냉연사 실적 부진 원인은?

국내 철강업체들의 경영실적이 2017년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냉연단압밀들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의 경영실적은 지난 3분기까지 전년 대비 매출액은 물론 영업이익과 순익 대부분이 증가를 시현했다.

그러나 동부제철과 TCC동양을 비롯해 냉연단압밀들의 경우 전년 대비 감소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 업계에는 무엇보다 열연 등 원자재 가격 상승폭에 비해 하공정 제품인 냉연도금판재류 제품의 판매 가격 인상폭이 크게 낮아진데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이미 지난 2분기 열연가격이 급등한 이후 제품 판매 가격 인상에 나섰으나 제대로 반영되기 이전에 중국발 가격 하락 흐름이 나타나면서 적자 판매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하반기에 들어서는 열연가격 상승과 동시에 마찬가지로 가격 인상에 나섰으나 역시 중국발 가격약세 분위기와 상대적으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고로업체들의 냉연도금재 가격 인상 폭이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인상 가격 반영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2018년초부터 열연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냉연업체들도 제품 판매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는 만큼 얼마나 스프레드를 확대시키느냐가 낮아진 수익성 회복 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 포항 지진발생, 내진용 철강재에 쏟아지는 관심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지진 이후 올해 11월 포항지진으로 건축물 등에 대한 내진설계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철근과 H형강 등 기초 구조물의 내진강재 적용에 대한 관심 뿐 만 아니라, 강관, 특수강 제품 등에도 내진설계 적용확대를 통해 건축물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고 연관 수요를 확대해가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올해 11월 15일 포항 북구에서 규모 5.4의 지진발생에 따른 포항지역 철강업계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일반 건축물 등에 대한 피해가 크게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내진용 강재 사용과 내진설계 확대 강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내진철근의 경우 수요증가 확대 움직임으로 발주가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철강업계에서는 내진용 강재 개발과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규 건축물들의 경우 내진설계 강화로 내진용 강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기존 건축물들에 대해서도 안전성 확보 등을 위해 내진보강설비 강재 적용 수요 확대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철강산업 구조조정 ··· 전세계 철강 시장에 영향

중국은 제13차 5개년개발규획 기간 동안 총 1.5억톤의 철강생산능력 감축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1차년도인 지난해 총 6,500만톤의 설비를 폐쇄했고, 2017년에도 5,000만톤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심지어 올해에는 유도로 설비를 통해 생산되는 ‘띠티아오강(地条钢, 부적합불법철강재)’ 소탕작전이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이에 따라 위의 5,000만톤과 별개로, 1.4억톤으로 추정되는 모든 불법 생산능력이 폐쇄됐다.

이뿐만이 아니다.연중 내내 간헐적으로 주요 철강공장 밀집 지역에 대해 환경보호를 위한 대대적인 감산 정책이 펼쳐졌다. 심지어 당산시 등 주요 도시 소재의 철강사들은 동절기 내내 무려 50%의 감산을 실시 중이다. 동절기 감산은 내년도 양회와 맞물려 3월 15일까지 지속된다.

양지와 음지의 설비들이 일제히 폐쇄되면서 중국 내 철강재 공급부족현상이 지속적으로 대두됐다. 재고는 감소에 감소를 거듭하며 연말 기준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중 가격은 예상치 못한 수준의 폭등을 수 차례나 기록했다. 전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철강 시황의 개선을 주도했다. 중국은 2018년에 좀비기업을 대대적으로 퇴출시키며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 중국산 철강재 수입 공세 약화

중국의 1~11월 누적 조강생산량은 7억6,480만톤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12월까지 포함하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한편, 1~11월 누적 철강재 수출량은 6,983만톤을 기록했다. 연간 수출량은 7,500만톤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의 1억843만톤에 비하면 무려 30%나 감소한 물량이다.

동시에 한국의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도 크게 줄었다. 중국 측의 내수시장 호황에 따른 수출량 축소, 한국 측의 가격 상승에 대한 중국산 수입 부담 등이 영향을 미쳤다.1~11월 누적 중국산 철강재 전품목 총 수입량은 전년 대비 17.8% 감소한 1,217만톤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봉형강류와 후판 및 냉연은 대폭 감소했고 선재와 열연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아연도강판은 오히려 늘었다. 중국의 수출 감소세에 비해 한국의 중국산 수입 규모 축소는다소 덜하다. 수입량은 줄었으나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진 듯하다.

한국의 중국산 철강재 품목별 2017년 1~11월 누적 수입량 (자료 : 한국철강협회)
▲ 한국의 중국산 철강재 품목별 2017년 1~11월 누적 수입량 (자료 : 한국철강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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