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철근 납품중단을 막을 골든타임이 점점 줄고 있다.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은 23일 현안 보고회의에서 오는 27일부 납품중단 방침을 재확인했다. 건설사와 제강사의 요청으로 당초 21일로 계획했던 납품중단을 미뤘지만, 적극적인 상생 협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철근 가공업계는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이후 두 번의 가격인상 요청 공문과 수차례의 대면 접촉을 시도했지만, 납득할 만한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 제강사와의 대면이 성사됐을 뿐, 여타 건설사나 제강사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근 가공업계는 내년부터 대폭 인상되는 최저임금을 비롯한 각종 부대비용 등 감당하기 힘든 원가상승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정상적인 철근 가공업의 역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존단가 확보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건설사-제강사-가공사의 복잡한 거래구조 탓에 철근 가공단가 인상을 쉽게 결론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납품중단을 미루고 힘겹게 확보한 6일의 유예를 적극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파행 막을 단가인상 논의, “한 발 만 뗐다”

진통의 성과가 없진 않다.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철근 가공단가 인상의 수용 분위기 늘어난 데다, 큰 관심을 모았던 22일 건자회 총회 결과 또한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실감할 만 했다.

건자회는 철근 가공단가 인상과 관련한 입장을 23일 가공업계 측에 전달했다. 주요 내용은 ⓵철근 가공단가 인상요인을 공감 한다 ⓶인상단가에 대해 건설사도 고민하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겠다 ⓷ 철근 자재비와 가공비의 분리를 검토 하겠다 ⓸가공업계와 건자회의 정기 간담회를 검토 하겠다 ⓹제강사의 적극적인 단가 협상을 요청 하겠다 등이다.

건자회 집행부 관계자는 “제강사와 가공업계가 협상을 통해 도출한 합리적인 인상폭은 수용하겠다”며 “입찰에서 건설사가 가공단가나 로스율을 임의대로 제한하지 않도록 개선권고 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사와 철근 가공단가는 무관한 일’이라던 기존 입장과는 크게 달라졌지만, ‘계약 당사자가 아니므로 직접 나설 순 없다’는 입장에는 여전히 분명한 선을 그었다. 가공업계에 전달된 입장 또한 대부분 불확실한 표현으로 확답을 피해갔다.

제강사도 설득에 나서는 변화가 확연해졌다. 하지만 적자수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내부적인 우려 때문에, 건설사의 신뢰할 만한 입장을 기다리며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지 못하는 눈치다. 제강사 또한 ‘자체적인 가공단가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기본입장에 변화가 없다.

가공철근 납품중단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건설사나 제강사 등 단가인상 주체들은 한 발만 떼고 있는 셈이다. 단가인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공업계 역시 아쉬운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다. 건설사와 제강사의 일치점은 내년 1월 1일부 가공단가 인상은 ’납품’이 아닌 ‘수주’를 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뿐이다.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동안, 파행을 막을 골든타임은 이제 평일 하루와 주말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의 여유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가 모두에게 돌아갈 피해를 막을 열쇠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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