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가공단가 인상 논쟁이 뜨겁다. 내년부터 대폭 오르는 최저임금 직격탄을 맞게 된 철근 가공업계의 사활을 걸고 인상을 추진 중이다. 당장의 원가상승 부담을 합리적으로 나누는 것은 중요한 현안되고 있다. 하지만 반복돼온 가공단가 논쟁의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의 정세현 이사장을 만나, 철근 가공단가 인상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편집자 주]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정세현 이사장
▲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정세현 이사장
Q> 최근 3년여에 걸친 호황은 철근 업계에 각별했다. 철근 가공업계 입장에서는 최근 년도 철근 호황을 어떻게 체감했는가.

A>
철근 가공업계는 어느 때 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쏟아지는 가공발주를 소화하면서, 일단 수주량에 대한 고민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호황의 수혜를 고르게 공유했다고 체감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폭탄발주’라 표현되듯, 철근 가공업계는 과도하게 집중된 발주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못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인건비와 고정비 등 드러나지 않은 원가상승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심각했다. 일이 늘어난 만큼, 수익성도 좋아졌다 말하기 힘든 실정이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가공수요를 겨냥해 신규업체가 늘어나거나, 기존 업체들의 가공능력 확장 등도 향후 철근 가공시장의 부담으로 남게 됐다.

Q> 철근 가공단가 인상 공문이 각 거래처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단가인상에 대한 필요성과 설득력을 듣고 싶다. 이번 단가인상은 지난 2016년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A>
현 정부 들어서 가장 크게 체감되는 변화가 노동정책인 것 같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인 설득력은 높아졌지만, 과도하게 큰 폭의 인상이 열악한 원가구조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에겐 큰 부담인 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인 철근가공은 원가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3년 뒤인 2020년 시간당 1만원의 최저임금에 도달하기까지 매년 대폭적인 인건비 상승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철근 가공원가의 50% 이상을 인건비가 차지하는 현실에서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이다.

감당할 수 없는 원가상승 부담을 관련업계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중요한 관건이다. 철근 가공업계는 최소한의 가공단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내년 1월부터 톤당 8,080원의 단가인상을 관련업계에 요청한 상태이다.

지난 2016년 철근 가공업계는 수년간 정체됐던 가공단가를 일부 인상했다. 당시의 가공단가는 임금인상과 물가상승 등 생산원가 상승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면서 사실상의 삭감이 지속되던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도산하거나 스스로 생업을 포기하는 가공업체들이 속출했던 게 당시의 실정이었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단가인상이라는 점에서 2016년과 이번 단가인상의 의미는 다르지 않다. 2016년의 인상에도 적체됐던 가공단가 현실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위기를 맞게 된 철근 가공업계의 절박함은 2016년보다 커졌다고 말할 수 있다.

Q> 철근 가공단가 결정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시각도 많다. 가공단가에 대한 논쟁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A>
건설시장의 하도급문제는 그동안 많은 지적이 있어 왔다. 철근 가공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인식의 문제가 크다. ‘철근 가공=서비스’라는 잘못된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철근 가공은 건설의 한 축을 담당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엄연한 산업이다. 한 산업의 역할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가공단가가 형성되지 못하는 문제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원청인 건설사는 철근 가공을 서비스쯤으로 여기고 제강사에 떠넘기고 있다. 또한, 직접적인 계약주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공단가 현실화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제강사는 적자수주를 이유로 본인 또한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적자수주 부담만 강조할 뿐, 애초의 저가수주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양 업계의 책임회피로, 철근 가공업계는 단가인상의 논의대상 조차 불분명해진 실정이다. 철근 가공단가 논쟁이 되풀이되는 문제 또한 이러한 현실 때문이라 여겨진다.

Q> 합리적인 철근 가공단가 형성을 위한 개선 방향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A>
앞서 지적했던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인식의 변화가 먼저이다. 철근 가공을 공짜 서비스가 아니라 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건설사는 외주가공을 통한 수혜를 합리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또 제강사는 저가수주를 근절해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철근가격’과 ‘가공단가’가 엄격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제강사의 판매경쟁은 철근 가격의 영역에 제한되어야 한다. 외주방식으로 이뤄지는 철근 가공을 가격 흥정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될 수 없다.

엄연히 다른 ‘철근가격’과 ‘가공단가’의 분리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조차 실행되지 않고 있는 곳이 철근 가공시장이라는 현실에 다시 한 번 통탄하게 된다.

Q> 철근가공표준단가 적용지침에 이어, ‘철근 가공업종 표준계약서’ 제정에 대한 시장 안팎의 관심이 많다.

A>
철근 가공업계는 상식적인 거래와 생존단가 정착을 위한 자구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표준하도급 계약서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표준하도급 계약서는 객관적인 거래의 룰을 제시함으로써, 철근 가공관련 거래주체 간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상생의 틀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3년여 시간에 걸쳐 진행된 표준계약서 제정이 올해 12월 확정되는 결실을 보게 되었다. 표준계약서 제정을 함께 진행한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철근 가공업의 하도급표준계약서 제정 취지를 공감하고 지난 10월 국회 정무회의에서 공식화하기도 했다.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정세현 이사장
▲ 한국철근가공업협동조합 정세현 이사장

내년부터 도입이 가능해진 표준하도급계약서 제정으로, 철근 가공시장이 합리적인 틀 안에서 상생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표준계약서가 제정 취지를 잘 살려갈 수 있도록 철근 가공업계는 물론, 건설사와 제강사 등 관련 업계의 적극적인 도입을 부탁한다.

Q> 철근 가공업계 내부적인 원가절감이나 경쟁력 강화에 대한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향후 환경변화에 맞춘 철근 가공업계의 개선 노력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A>
가장 적극적인 책임감을 느껴야 할 곳이 철근 가공업계이다. 건설사나 제강사 등 관련업계의 인식변화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무엇보다 철근 가공업계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철근 가공업계 스스로의 경쟁력 강화 또한 중요한 현안이다. 앞으로의 철근 가공산업은 더욱 열악한 현실과의 사투가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을 갖고, 처절한 원가절감은 물론 품질과 안전, 자재관리 등 다양한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가공시장의 환경변화에 맞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설비자동화나 인당 생산성 향상 등도 적극적인 대안을 찾아야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샵드로잉에 대한 대응력을 갖춰 가공관련 문제의 효과적인 해결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 또한 적극 고려할 대안이다.

저희 조합 또한 외국인근로자들의 안전·전문성 교육, 가공형상 및 KS표준화, 소모품 및 보조자재 공동구매 등의 지원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Q> 철근 가공단가 인상과 관련해 건설사나 제강사 등 관련업계와 나누고 싶은 공감대나,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은?

A>
건설사나 제강사 등 관련업계의 깊은 이해와 협조를 당부 드리고 싶다. 건설사나 제강사에게도 어려운 부담이 있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서로의 역할을 나누고 부가가치를 공유하는 상생노력이 결국 모두의 발전을 이루는 힘이 된다는 인식에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

건설사는 철근 가공을 포함한 턴키발주에 대한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 제강사 또한 건설사에 철근 가공 산업의 현실을 반영하고 개선하는 노력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철근 가공업계는 건설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뿌리업종으로써, 건설사와 제강사 등 관련업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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