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을 기점으로 일산(日山) 이 스테인리스 가공과 유통업에 나선지도 어느덧 35년이 흘렀다. 그 많고 많던 철강업체들이 문래동으로 들어왔다 떠나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동안 일산은 문래동을 터전으로 35년간 우직하게 스테인리스 표면가공재와 유통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그동안 성장가도에 너나없이 뛰어들었지만 조익성 대표이사는“추가적인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데 만전을 기하고 싶다”고 강조하며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묵묵히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본지에서는 일산의 조익성 대표이사를 만나 일산의 지난 35년에 대한 이야기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주)일산 대표이사 조익성
▲ (주)일산 대표이사 조익성
Q> 우선 독자분들께 간략하게 회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우리 회사는 1982년 문래동에서 일산금속이란 이름으로 스테인리스 최초의 임가공 업체로 출발했다. 82년 스테인리스 폴리싱 헤어라인 표면가공 공장을 설립했으며, 85년에 연강판 폴리싱과 불소수지강판 특허를 취득했다. 90년에 현재의 회사가 위치한 곳으로 확장 이전을 했으며, 지금은 포스코대우로 바뀌었지만 당시 대한전선 스테인리스 대리점과 신광의 대리점으로 유통 판매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일산금속 설립 이후 특허 개발상품 제작과 포스코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스테인리스 메이커들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점점 포트폴리오를 확대했으며 최근에는 국내외 스테인리스 열연, 냉연, 표면처리 제품 및 구조관, 배관재 및 스테인리스 이형강재 등 스테인리스전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개발과 최고의 품질 유통 서비스로 고객사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일산이 되고자 한다. 다른 업체가 있어야 우리 회사도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상호간의 유대관계와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서비스에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

Q> 스테인리스 업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전라도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시절 많은 청년들이 그러했듯이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에 올라왔다. 건설회사에 근무하다가 현장 소장직을 맡으면서 우연찮게 스테인리스 제품이 눈에 들어오게 됐다. 이걸로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괜찮은 사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인연으로 처음에는 조그맣게 사업을 시작하다가 현재 우리 회사가 자리 잡고 있는 이곳으로 오면서 본격적으로 스테인리스 표면가공업의 첫 발을 떼게 됐다. 처음부터 스테인리스 유통업을 했던 것은 아니고 일산금속이란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국내 최초 헤어라인과 폴리싱 등 스테인리스 가공업으로 출발했다. 임가공을 주로 해오다가 주변에서 스테인리스 판재 유통까지 같이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게 되면서 유통업으로까지 진출하게 됐다.

일산금속을 시작할 때가 삼십대 초반이었다. 설비를 전문으로 공부하거나 제작해 본 경험은 없었지만 초창기에 혼자 공장에서 일주일씩 자면서 용접하고 라인을 그려보면서 기계업자들에게 이렇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설비를 직접 제작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제작을 했다.

일본에서 스테인리스 가공설비를 보고 와서 국내에 맞게 제작했으며 헤어라인과 폴리싱 라인의 경우 일산금속이 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는 메타폭과 넉자폭만 제작이 가능했는데 더 다양한 사이즈 대응을 위해 설비를 보완했다. 헤어라인과 폴리싱 표면처리에 있어서는 오랜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인터뷰중인 (주)일산 조익성 대표이사
▲ 인터뷰중인 (주)일산 조익성 대표이사

Q> 문래동에서 처음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사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래동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이나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신지요?

A> 현재의 문래동은 개발이 많이 되었지만 이전에 문래동은 중공업 단지였으며, 한 때 청계천에서 문래동으로 철강업체들이 넘어오는 시기가 있었다. 그 즈음에 일산도 문래동에서 시작하게 됐다. 여기서 함께 시작했던 업체들이 하나 둘 성장해가면서 시화나 안산 등 다른 지역으로 확장 이전해 갔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욕심도 크게 없고 내실이 튼튼한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남아있게 됐다. 물론 확장 이전한 업체들의 경우도 나름대로의 사업 구상과 구체적인 계획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실속에 방점을 두고 보다 내실 있는 사업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신규 투자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다. 지금 스테인리스 시장을 보면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기서도 얼마든지 다른 지역으로 판매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갖고 있다. 그리고 안산 시화공단에 하치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창고도 있다. 스테인리스 전 제품 구색을 갖추고 유통 판매를 하고 있다.

문래동이 이제는 내 고향 같이 편하고 좋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 있다 보니 오래된 거래처들과 수요가들도 많다. 문래동의 접근성 또한 좋은 편이다. 인천, 일산, 파주, 안산, 서해안 등으로 연결되는 도로망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생각이다. 한때 문래동이 철강유통의 중심지이기도 했었고 작은 소매업자들이나 낱장 거래처들도 여전히 많은 편이다.

Q> 스테인리스 표면가공업 이외에도 유통사업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력하고 있는 제품들은 무엇이며 최종 사용처는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A> 주로 영업은 경인 지역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다양한 지역으로 영업도 하고 있다. 가격이 경쟁력이 있으면 수요가들이 알아서 찾아오기도 한다. 최근 들어 범용재 품질은 거의 비슷해졌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무시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유통업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코일 판매가 많았으나 실수요업체들과의 거래가 많아지면서 낱장 판매 비중도 상당히 높아졌다.

최근에 200계 판매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300계와 400계가 주력 강종이다. 스테인리스 후물재와 316 제품도 판매가 많은 편이다. 중공업과 선박, 식품기계나 화학기계, 주방 조리대, 병원 등에서 스테인리스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주력으로는 산업기계향 판매가 많다고 볼 수 있다.


Q> 스테인리스 업계에서 자금력이 좋고 탄탄한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비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업체들과의 거래시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우리 회사의 경우 어음보다는 현금거래를 주로 하는 편이다. 대리점들도 전부 다 현금 지급보증 관계로 거래를 해왔다. 좀 싸게 매입을 해야 거래처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현금거래를 선호한다.

국내메이커들의 제품을 모두 취급하고 있으며, 수입도 병행하고 있다. 수입의 경우 이전에는 수입상사를 통해 물건을 받다가 현재는 직접 수입을 하고있다. 수입재 판매 비중보다는 국내산 판매비중이 높지만, 수요가들의 수입재 요청이 지속적으로 있기 때문에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수입도 하고 있다.

수요가들이 수입재를 찾는 이유는 가격경쟁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산과의 가격차이가 5~8% 이상 나고 크게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수입재를 찾는 경우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같은 유통상 입장에서는 취급을 안 할 이유가 없다.

거래처와는 신뢰와 가격경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원재를 매입할 때 경쟁력을 갖추려면 현금 결제가 유리하다. 또한 충분한 재고 구색을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비용을 감안한다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소재를 매입해야 소비자들에게 싸게 공급을 해줄 수 있다.

보통 한번 거래를 하면 15~20년 이상 거래하는 곳들이 많다. 최근에는 부도를 맞은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초창기에는 어음거래를 안 할 수가 없어서 부도를 맞기도 했지만 최근에 부도 피해를 본 적은 없다.

Q> 스테인리스 업계 역시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수익과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일산은 어느 쪽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또 수익성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A> 매출을 크게 늘릴 계획은 없다. 기본적인 것만 유지하고 직원들과 함께 더불어 산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더는 욕심부릴 것이 없다. 사업을 35년간 해오다 보니 회사는 크면 클수록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규모를 키우려면 은행 돈을 안 쓸 수가 없다. 확장하고 나면 그만큼 규모를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내실이 탄탄해지기 어렵다. 재고 운영이나 수입 리스크 관리도 쉽지 않다. 탄탄한 자금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직원은 사무실과 현장 포함해서 20명 정도 된다. 우리 회사는 인간 존중의 기업문화를 중심으로, 거래처들과의 상생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고객서비스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산금속을 운영하면서 위기도 찾아왔다. 특히 IMF 때 부도를 크게 맞은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욕심이 사실 없어졌다. 문래동을 떠나려는 생각도 했었다. 아마 그 때 부도를 맞지 않았다면 우리도 회사를 크게 키우려고 했었을 거 같다.

그 당시 부도를 맞은 업체들이 상당했다. 위기 상황에서 비용 절감과 부지 매각, 자체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규모를 축소하면서 다시 재정비에 나서면서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

Q> 사무실을 둘러보니 사회봉사와 후원과 관련된 감사패와 공로패가 눈에 많이 띕니다. 이런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업 초창기, 80년도 후반에 부도를 맞은 적이 있다. 당시 부도를 낸 사람이 구치소에 가 있어서 돈을 받으려고 찾아갔는데 그 사람이 암에 걸려 있었다. 면회를 가서 보니 항암치료를 받아야 되는 상황이어서 돈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그때 접견할 때 영치금을 넣어 주었던 일이 있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서 교도소에서 연락이 와서 교화위원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적십자 봉사활동과 경찰서와 검찰청 형사 조정위원도 하게 됐고, 검찰청 법사랑연합회 장학재단에도 작게 후원을 하고 있다. 봉사와 후원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다 보니 지금까지 하게 됐다. 안 하면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진다. 법무부 남부지부 보호관찰위원장을 하다보니 청소년들이나 탈북자들도 돕게 되기도 했다. 구치소, 경찰청, 검찰청, 적십자, 장학재단 등 점점 후원과 봉사활동의 범위도 커져갔고 어느덧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하게 됐다.

Q> 마지막으로 일산의 올해 최고 중점사업 계획과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경영의 주안점을 듣고 싶습니다.

A>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직원들과 함께 같이 살아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 현장직의 경우 항상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30년이 넘게 같이 근무하고 있다. 중간에 회사를 접으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직원들 보고 지금까지 왔다.

그런 마음이 없었으면 공장을 정리하고 이미 오피스텔을 지었을거다. 임대료나 받고 편히 살 수 있겠지. (웃음) 가방이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까도 이야기 했듯이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업체들마다 역할과 룰이 있기 때문에 그 틈바구니 경쟁에 끼어 들어서 살고 싶지는 않다.

문래동에서 충분히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더 크게 성장할수 있겠지만 큰 빌딩을 사고 부지를 늘려서 무리한 운영을 하고 싶진 않다. 크게 사업을 벌리다 보면 부채 비율도 높아지고 부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우리 회사는 부채가 없다. 큰 욕심 없이 직원들과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현재에 만족하며 더불어 지내면서, 내실에 만전을 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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