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철근을 만드는 제강사와 철근을 사용하는 건설사 사이에 철근가공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단순히 건설현장을 지원하는 형태로 존재하던 철근가공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철근산업의 발전이자 건설산업의 발전이다. 동시에 철근과 건설산업간 관계가 더 효율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철근가공의 산업화로 제강사와 건설업 모두의 행동방식이 바뀌고 산업간 역학관계가 바뀌고 있다.

철근을 별도의 공장에서 가공함으로써 제조업적 특성을 가지게 되는 데, 제조업화 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생산성이 더 좋아진다. 건설이 규격화 되면 될수록 철근가공의 생산성은 더 좋아지게 된다. 철근가공이 제조업화 되면서 제강사와 건설의 산업간 관계는 더 치밀해지고 효율적이 된다. 효율적인 산업간 관계로 제강사와 건설 모두의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문제는 철근가공의 산업화로 인해 생긴 부가가치를 누가 차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 부가가치를 철근 가공업자가 차지할 수도 있지만 제강사나 건설사가 차지할 수도 있다. 산업간 부가가치가 어떻게 나누어지느냐가 가장 큰 관심이다. 철근가공이 완전한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공정한 기준으로 나누어져야 한다.

철근 가공이 기여한 만큼 부가가치의 몫을 가공이 가져올 수 있어야 철근가공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제강사와 건설업 그리고 철근가공업 사이에 산업간 불균형이 생기고, 이로 인해 철근가공의 부가가치를 건설이 가져가거나 제강사가 차지하게 된다면 철근가공은 독자적인 산업으로 만들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철근 가공산업의 부가가치는 제강사와 건설의 산업간 역학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철근산업의 발전단계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철근가공은 건설의 일부로 존재하다가 하나의 사업영역으로 분화된다. 만약 철근가공이 독자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워지면 제강사나 건설사 혹은 철강유통과 통합된 형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제강사가 직접 철근 가공사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한제강의 철근 가공사업 진출이다.

이처럼 철근을 만드는 제강사가 직접 철근 가공사업으로 진출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철근가공이 제강사 철근영업을 지원하는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최근 당사가 주관한 철근세미나(3월 22일)에서도 가공을 가진 제강사가 가공기능이 없는 제강사보다 철근시장을 확대하는데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철근영업이 어려워지면서 제강사가 철근가공을 고객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경우가 생긴다. 제강사가 자기 부담으로 가공하여 가공된 철근을 가공 전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철근가공은 주로 제강사가 발주하는 구조다. 철근 가공발주의 약 60% 정도를 제강사가 한다고 한다. 건설사가 위험비용이 큰 가공업체와 직접 거래하기보다 제강사에 가공을 의뢰하는 것이 원가측면이나 물량확보 혹은 거래위험 회피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강사가 가공서비스까지 공짜로 제공하는 적극적인 영업을 하면서 제강사가 철근가공업을 주도하는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철근 가공산업의 수익성은 건설사와 제강사의 역학구조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단기적으로는 제강사 전략이 철근 가공산업의 수익성을 결정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설사의 전략이 제강사를 통해 가공산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철근이 많은 건설용 자재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제강사 입장에서 철근은 수익성을 창출하는 주산출물이다. 따라서 제강사 수익성이 줄어들면 제강사가 가공산업에 어느 정도 부가가치를 인정하기 어렵게 된다. 제강사 수익성 하락이 바로 가공단가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철근 가공산업이 제강사 발주물량에 더 많이 의존하면 할수록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철근 가공산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강사나 건설사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 때로는 철근원가나 철근 생산공정을 잘 아는 제강사보다 건설에 의존하는 것이 가공산업가 수익성을 창출하는데 더 유리할 수 있다.

건설사 실수요 고객에게는 80%가 가공철근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실수요가 늘어날수록 가공산업은 더 중요시된다. 실수요 고객이 많아질수록 단순 유통보다 가공이 늘어나는 것이다. 건설사가 턴키방식의 장기계약으로 철근을 확보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건설사의 협상력이 더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철근수입이 용이해지면서 가공산업에서도 국산철근 뿐만 아니라 수입철근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수입철근을 기반으로 가공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도 넓어지는 것이다. 수입철근을 이용하는 가공이 활성화 되면서 가공산업의 국내 제강사 의존도가 약화될 수 있다.

최근 국내 철근 가공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장되면서 많은 제강사들이 가공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철근가공의 산업화는 제강사와 건설의 산업간 관계의 효율화와 산업전반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철근가공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철강이나 건설과 동반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울러 부가가치나 고용측면애서 국민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