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엔지니어링은 구조설계, 감리, 정밀안전진단 전문회사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기술에 의존해온 구조설계를 순수 우리기술로 바꾸는 노력과 성과가 특별한 평가의 이유다. 국내 최초로 CFT 기둥시스템 적용을 비롯해 획기적인 SLAF공법을 개발하는 등‘이슈 메이커’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구조설계 전문가로 업계와 학계에서 다양한 업력을 쌓아온 조상규 대표가 신화엔지니어링의 역사를 쓴 주인공이다. 다양한 선진기술과 철강재 접목 또한 그의 남다른 열정이다. 조상규 대표를 만나 구조용 철강재와 건설시장의 관심사를 풀어봤다. [편집자주]

(주)신화엔지니어링 조상규 대표
▲ (주)신화엔지니어링 조상규 대표
Q> 오랜 업력과 학문을 토대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한 이해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시장의 관심사나 수요 트렌드를 듣고 싶다.

A> 건물을 설계하는 구조기술 분야에서는 안전한 건축물을 만드는 것 외에도, 용도와 디자인, 시공의 효율성(공기단축)이나 비용절감 등 다양한 가치를 고려하게 됩니다. 여기에 따라 구조용 철강재를 비롯해 다양한 건축자재를 선택하는 것이죠.

국내 건축물의 80%~90%가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런 만큼 주요 자재에 대한 관심과 트렌드를 읽는 것이 중요한데요. 먼저 철근과 관련해서는 SD500강종 이상의 초고강도 철근에 대한 선호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강도 높은 철근을 사용해 배근 등 시공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SD500 강종 이상 철근 수요 트렌드는 더욱 견조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LH공사 등 다양한 건설사들은 SD700강종 철근 사용도 적극 검토하는 상황입니다.

철근의 수요와 관련해서 선조립도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라 봅니다. 선조립 역시 시공효율성을 높여 공기단축과 비용절감 효과를 높이는 차원이며, 인력난이나 협조한 건설현장의 문제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람이 아닌 로봇을 통해 시공하는 현장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구조물 안에서 보완적인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경합재이기도 합니다. 콘크리트 품질이 좋아진다는 것은 철근 수요가 줄어든다는 말과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품질 개선을 통해 철근 수요를 15%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아예 철근을 사용하지 않은 콘크리트 구조물 또한 다양하게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Q> 구조용 철강재 시장은 다양한 대체재의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 구조용 철강재의 수요 대체와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건축설계 전문가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기술을 개발해서 경제성을 좋게 만들 수 있을까’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 점이 아주 중요한 경쟁력이기도 하죠.

소재대체는 경제성을 높이는 것에서 핵심적인 고민입니다만, 대체의 범위는 5% 이하가 아닐까 합니다. 제한적인 대체 가능 범위를 두고 치열하게 선택의 대안을 찾는 것입니다. 철근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로는 탄소섬유를 철근처럼 만드는 기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철근과 경합할 만한 대체재로 보긴 어렵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가장 위협적인 철근 대체재는 콘크리트입니다. 콘크리트는 품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데다, 가격 또한 경쟁력이 높아 상당히 매력적인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철골 소재인 H형강과 경합하는 대체재로는 합성보와 CFT
(Concrete Filed Steel Tubular)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들 대체재들은 원가절감이라는 매력도 높지만, 건축물의 기둥 면적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도 큽니다.

H형강은 대체재의 위협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수요 감소도 주목할 추세입니다. 철골은 주로 공장이나 플랜트, 다양한 인프라 등이 주된 시장인데, 그 시장이 축소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줄어든 시장에서 경제성을 높이려는 건설업계의 노력들이 H형강 업계가 긴장해야할 현실입니다.

인터뷰중인 신화엔지니어링 조상규 대표
▲ 인터뷰중인 신화엔지니어링 조상규 대표

Q> 철근 시장에서 가공 영역의 변화가 활발하다. 건설업계 입장에서 ‘철근 (공장)가공 확대’를 어떻게 체감하는가. 개선방향의 의견이 있는가.

A> 가공시장의 확대가 건설현장의 비용절감과 관리효율을 개선시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낮은 가공단가로 철근 가공업계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함으로 인한 문제는 결과적으로 건설업계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철근 가공 등 연관 산업의 발전이 건설시장에도 긍정적인 시너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영세한 외주방식으로 이뤄지는 샵드로잉 영역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구조설계-샵드로잉-철근 생산/가공-건설현장의 유기적인 역할과 경쟁력이 모아져야 하는데, 영세한 운영으로 품질이나 시행착오의 문제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결국, 건설업계의 손실로 돌아 올 수 밖에 없는 일이죠.

시공효율성과 경제성(로스절감 등)을 높일 수 있는 커플러 시장도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커플러 분야의 발전 또한 철근 가공업계의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한 부분으로, 함께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Q> 활발해진 철근 가공 영역에서 선조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에 비해 실행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향후 국내 건설현장에서 철근 선조립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A> 선조립의 성장 가능성은 절대적이라 확신합니다. 거듭 강조한 대로, 건설현장의 인력난과 비용절감 때문에라도 필수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 보는 것이죠. 문제는 선조립과 관련된 기술력과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선조립의 영역은 철근 가공업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적극적인 설비투자나 기술력 확보가 필요한데, 철근 가공업체들의 여력이 충분치 못한 것이 현실의 한계입니다. 자본력을 갖춘 철근 제강사나 건설업계가 선조립 설비를 구입해 가공업체들에게 임대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일입니다.

선조립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운송비 문제의 해결도 중요합니다. 선조립 된 형태 그대로의 부피로는 운반비의 부담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현장이나 인접한 곳에서 선조립 작업을 할 수 있는 이동식 선조립 설비의 도입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선진국들의 사례처럼 접이식 선조립 기술로 운송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슬라프 볼 소운반 및 설치 작업
▲ 슬라프 볼 소운반 및 설치 작업

Q> 지진 공포가 높아지면서 내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향후 내진 수요와 구조용 철강재 수요변화를 어떻게 보는가.

A> 내진은 건설 산업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만한 화두입니다. 지난번 경주 인근의 강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진이 발생하면서 내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진 게 사실입니다. 내진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입니다. 아시다시피, 건축법령 개정으로 내진설계 의무대상이 현행 3층에서 2층 이상으로 확대되고, 신축은 물론 기존 건축물의 내진 보강 또한 직접적인 수요증가 기반이 될 것입니다.

사실, 내진은 소재보다 설계의 역할이 더 큽니다. 얼마나 강하고 안전하게 건축물을 설계하느냐가 우선이고, 그에 적합한 자재를 적용하는 것이죠. 철근 등 구조용 철강재와 콘크리트의 강도 모두가 중요합니다.

내진설계가 잘 됐다면, 기존의 초고강도(SD500 이상) 철근으로도 충분히 내진 성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물론, 수요처들의 니즈에 따라 내진용 철근의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철강업체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요구하는 내진용 철강재를 얼마나 안정적인 품질로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역할이자 평가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Q> 구조용 철강재 업계와 건설업계 간 협업의 개선 방향을 듣고 싶다.

A> 강력한 협업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동안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서는 협업을 통해 시장을 견고하게 지키는 것은 물론, 수출시장 확대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줄어드는 내수와 대체재의 위협을 극복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철근이나 H형강 등 철강재 생산에만 그칠게 아니라, 시장에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건설의 시작단계인 구조설계 업계와의 협업부터가 중요합니다. 수요처가 다양한 철강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수요 트렌드를 주도하고, 기술개발 등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건축 설계의 표준화나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적용 등 다각적인 협업이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이를 통해, 구조용 철강재 수요처들을 락인(lock-in) 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죠.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건설 수요처들의 비용절감과 현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성능을 높여 수요처들의 지속적인 선택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중국산 철강재 등 수입재와 차별화의 선을 긋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건설시장 변화 흐름에서 신화엔지니어링의 경쟁력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가.

A> 전국에 구조설계 회사는 500개 정도로 아주 많습니다. 또한 변화하는 건설시장과 그 안에서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저희 회사 역시 고민이 깊은 게 사실입니다. 결국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경쟁력의 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저희 회사는 건설시장의 저탄소 녹색성장 공법에 주력해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술이 슬라프(SLAF:Super Light weight Air-balled Flat Plate) 공법입니다. 사실, 이 공법 덕분에 우리 회사가 큰 주목을 받게 된 셈이죠.

SLAF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슬래브 안에 구형 또는 타원형의 플라스틱 볼을 삽입하여 슬래브의 자중을 감소시키는 공법입니다. 지진에 의한 횡력과 중력하중을 줄이면서 콘크리트와 철근의 사용량을 감소시키는 신개념의 공법입니다. 콘크리트 내부에서 원형의 볼과 철근이 벌집처럼 이어져 콘크리트가 받는 충격과 콘크리트 자체의 분쇄력을 상쇄시킴으로써 하중에 대한 힘은 커지고 더 안전하게 하는 것입니다.

SLAF공법은 건축물의 성능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미 30개 이상의 관련특허를 취득한 상태며, 인도, 이란, 베트남, 몽골 등 다양한 국가로 수출(기술이전)도 적극 진행중입니다. 큰 성과를 내고 있는 SLAF공법을 중심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개발과 적용확대로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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