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유통업계에는 손꼽히는 장수기업이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충남철강’이다. 방황하는 철근 유통시장에서 장수기업의 발자취는 더욱 각별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32년의 세월을 철근 유통에만 매진해온 충남철강. 우직한‘신뢰’와‘원칙’을 말하는 충남철강에 시선이 모이는 이유는 당연하다. 충남철강의 새로운 출발. 2세 경영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정대식 총괄이사를 만나 철근 유통업에 대한 속 깊은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주)충남철강 총괄이사 정대식
▲ (주)충남철강 총괄이사 정대식
Q> 먼저, 독자 분들께 간략한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A> 저희 충남철강은 1984년 설립 이후 32년 동안 철근 전문 유통기업으로 자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현재는 월 2만여톤의 거래와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 외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을 비롯해 한국철강, 환영철강 등 주요 제강사의 철근을 공급받고 있으며, SK건설과 한라건설, 효성건설, 이수건설 등 중대형 실수요처와 탄탄한 거래관계를 다지고 있습니다.

충남철강은 서울 도심권에서 가장 큰 하치장을 보유한 철근 유통점입니다. 밀집 수요처들의 접근성이 뛰어나 신속한 수요대응이 가능한 것은 물론, 건축물 형태의 하치장에서 철근을 최상의 상태로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큽니다.

충남철강은 3,000톤 이상의 상시재고를 운영하고 있어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강종과 규격의 철근 공급이 가능합니다. 철근 전문 유통점으로써 실수요와 유통 수요처에 최상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 공급을 자부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Q> 변동성이 큰 철근 시장에서 30년 넘게 건실한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하다.

A> 비결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단순합니다.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소신을 지키는 것입니다. 충남철강은 1984년 설립 이후 철근 전문 유통에만 매진해오고 있습니다. 눈앞의 욕심으로 무리하게 외형을 늘리기보다, 한 땀 한 땀 정성껏 바느질을 하듯 거래처들과 신뢰를 다져왔습니다.

충남철강이 오랜 시간동안 좋은 수요처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의를 지켜온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약속을 지키려 감수했던 손해를 거래처들의 신뢰로 되돌려 받게 되는 것이죠. 안정적인 자금관리도 큰 힘이 됐습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금전적으로 이득이 없는 매출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을 위한 매출에 끌려가다보면,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되기 마련입니다.

결국엔 자금력과 수익성의 위기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남철강은 무리한 거래를 지양하고 유보금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습니다. 매출이나 수익을 위해 조급한 거래에 나서지 않고, 시황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다진 것이 비결일 수 있겠습니다.

인터뷰중인 (주)충남철강 정대식 총괄이사(좌)와 정용제 대표이사(우)
▲ 인터뷰중인 (주)충남철강 정대식 총괄이사(좌)와 정용제 대표이사(우)

Q> 충남철강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래처 구성과 이유를 듣고 싶다.

A> 포트폴리오의 구성은 대표이사이신 아버지의 오랜 철학이기도 합니다. 충남철강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철근 유통업은 절대적인 재유통 구조였습니다. 당시 시장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건설사 실수요 대응에 적극 나섰던 것이 큰 계기가 됐습니다.

물론,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편중된 구성은 좋지 않습니다. 실수요와 유통 각각의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이죠. 실수요와 유통을 보완적인 구조로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상적인 구성비율을 찾는 것입니다.

충남철강의 경우는 실수요와 유통의 비중을 7.5:2.5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 구성비율은 시황이나 가치판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이나 이익을 쫓아 회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비율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철근 유통 수익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일을 하다보면, 철근 유통업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시작할 때의 의욕과 달리, 안정감을 찾게 되는 3년은 물론 1년도 넘기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들도 많습니다.

변동성이 큰 철근 유통시장에서 다양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최적화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것에서 비롯된 문제를 많이 보게 됩니다. 좋은 롤모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와 맞는 모델을 찾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수익에 대한 앞선 욕심으로 건설사 거래에 나섰다 긴 호흡을 따라가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재유통 시장의 최저가 흐름을 쫒다가 점점 커지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또한 많습니다.

결국은 회사의 자산상태나 각 시장의 거래특성을 고려한 최적화된 구성. 호흡이 맞는 포트폴리오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찾은 이상적인 구성이 수익성이나 리스크 관리와 아주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Q> 철근 유통시장에서 상생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열악해진 수익기반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공급과잉 구조 속에서 시황악화나 수입산 잠식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철근 시장 전반의 수익성이 나빠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강사와 유통, 유통과 시장의 순환적인 이익 공유가 어렵게 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격이 너무 낮게 형성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철근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서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철근 가격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죠. 철근 업계의 고민이 ‘매출’과 ‘수익’ 모두에 있다는 측면에서, 낮은 가격도 악순환이 확대된 원인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철근 시장의 생태계가 열악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제강사와 유통이 각자의 길을 갈 순 없습니다. 제강사는 모든 판매를 직접 할 수 없으며, 유통은 직접 철근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서로의 역할과 이익을 나누는 상생의 관계를 이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다만, 힘든 상황일수록 서로가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유통점은 당장의 단가차이를 쫒기보다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지켜가야 할 것입니다. 제강사 또한 책임감 있는 태도로 유통점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다소 원론적인 얘기일 수 있겠지만, ‘상호작용’이라는 기본에서 상생의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실수요 비중이 높은 유통점들 상당수가 가공사업 진출을 고민하고 있다. 충남철강은 어떠한가?

A> 철근 유통점의 가공사업 진출은 큰 트렌드가 된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 역시 실수요 비중이 높다보니, 그동안 가공사업 진출에 대한 많은 검토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자체 가공공장을 보유하면 실수요 대응이 좀 더 원활해지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는 가공사업 진출의 효용성을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주시하는 내년 이후의 철근 수요와 시장의 판도 변화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무리한 투자나 사업 확대가 감당하기 힘든 리스크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기존의 가공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게 낫다는 판단입니다.

Q> 2세 경영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향후 경영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A> 이른 나이부터 사업을 돕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철근이라는 제품 특성상, 부가가치의 확장이 어렵다’는 생각에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리’에서 ‘영업’으로 시야를 넓히면서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영업활동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회사가 긴 시간 동안 성장해왔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영업활동의 부가가치를 깨닫고 나서부터는 의욕도 높아지고 일도 재밌어졌습니다.

향후 회사 경영의 주안점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충남철강을 지탱해온 신뢰와 약속의 철칙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유연한 사고와 복합적인 판단입니다. 철근 시장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위한 유연한 사고가 중요해졌습니다. 단편적인 판단으로는 다양한 변수가 복합된 시장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진 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직원들과의 협업과 결집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저희 충남철강은 직원들의 근속년수가 매우 높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추고 노하우를 쌓아온 직원들이 큰 자산이 된 셈이죠. 실제로, 직원들의 숙련도는 회사의 매출과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직원 1인당 매출액이 100억원에 달하는 자부심도 매우 큽니다. 자산이 된 직원들을 위한 근무환경 개선과 복지에 회사 또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갈 것입니다.

충남철강은 철근 유통시장에서 ‘100년 기업’을 그리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후대에도 당당하게 철근 유통사업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물려받고 싶은 사업, 누구든 함께 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누군가는 “철근은 사양사업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설사 그렇다 해도 시장 안에서 회사가 어떤 역할을 찾느냐에 따라 반드시 그곳에 돌파구가 있다고 믿습니다.

※충남철강
주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오목로 2
전화 : 02-2605-4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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