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3년 만에 굴지의 철근 유통업체로 성장한 채올스틸. 모두가 궁금해 하는 괄목할 성장의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진심을 다한 노력으로 쌓은 신뢰다. 채올스틸은 출발부터 절대적인 실수요 기반으로 성장한 유통점이라는 점에 주목할 만 하다. 실수요 집중도가 높아진 철근 시장의 트렌드에서 채올스틸의 성공비결은 비상한 관심일 수 밖에 없다. 빠른 성장에 자만하지 않는 채올스틸의 행보에 깊은 신뢰가 가는 이유기도 하다. [편집자주]

(주)채올스틸 김영 대표이사
▲ (주)채올스틸 김영 대표이사
Q> 독자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한 회사소개를 부탁한다.

A> 성남시 분당 궁내동에 위치한 채올스틸은 현대제철과 한국철강, YK스틸 등의 대리점으로 봉형강(철근·H형강)을 유통·공급하고 있습니다.

채올스틸이라는 이름은 ‘채우다’라는 순수 한글에서 따온 것입니다. 세상 살면서 조금씩 부족한 것을 채워가겠다는 생각과 고객들의 니즈를 모두 채우겠다는 의지로, ‘채우다’라는 의미의 ‘채’와 모두를 뜻하는 영어 ‘올(all)’을 조합해 ‘채올’이라는 사명을 짓게 됐습니다.

채올스틸은 지난 2013년 설립 이후 고객사들의 신뢰와 성원 덕분에 견실한 성장을 이루게 됐습니다. 현재는 월 4,000~5,000톤 규모의 봉형강 거래로 연간 20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저희는 고객감동을 목표로 고객의 만족을 높이기 위한 차별화된 기획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단순납품의 한계를 뛰어넘어 거래신뢰는 물론, 고객의 요구를 먼저 찾아 서비스하는 것이죠. 의리납품, 신뢰납품, 성실납품의 이념으로 고객에게는 최대의 만족과 감동을, 임직원에게는 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하고 있습니다.

Q> 봉형강 유통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건설사에서 철근 등 건설자재 구매직으로 근무했던 것이 인연이 됐던 것 같습니다. 20여년 간 다녔던 건설사를 그만두고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참에, 평소 알고 지낸 지인의 조언이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됐습니다. 다소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반드시 이루고 말 것이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물론, 혼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출발시점부터 주변 분들의 조언과 지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또한 진심을 다하고자 했던 의지를 거래처 분들께서 공감해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합니다.


Q> 설립 이후 빠른 성장이 큰 주목을 받을 만 하다. 변수가 많은 시장에서 빠른 위치선점과 성장을 이뤄낸 비결이 궁금하다.

A> 비결이란 말에 고민이 되네요. 제 입장에선 사력을 다했지만, 상당부분은 시장상황의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습니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나니, 그동안 제가 알고 있었던 봉형강 시장에 대한 이해는 정말 보잘 것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장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채우기 위한 공부가 절실했습니다.

아무래도, 건설사 구매담당의 실무경험이 큰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건설사 근무경험을 토대로 실수요 중심의 신규고객 확보에 집중했습니다. 구매담당자들의 고민이나 바라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실수요처들의 요구를 빠르게 맞춰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거래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빠른 판단과 즉시대응의 원칙을 갖고 움직였던 것도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고객사들의 요구를 빠르게 찾아 대응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거래처들과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당장의 이익을 늘리기보다, 고객사들이 거래의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의리의 전략’을 짜고 실행으로 옮겨가는 노력들에 집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임직원들이 내 일처럼 함께 뛰어준 열정의 힘이 컸습니다. 사업의 출발은 불확실했지만 저를 믿고 함께해준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뛰고 또 뛰었습니다. 또한 임직원들 모두가 절실한 마음을 모아 최선을 다해준 덕분에 기대 이상의 빠른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기회로, 그동안 함께 해주신 고객사분들과 회사 임직원 분들께 진심어린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Q> 회사를 끌어오면서 시행착오나 시련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경험담을 듣고 싶다.

A> 질문을 듣고 나니 떠오르는 일들이 많긴 하네요. 아무래도 사업 초기의 경험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창업을 하자마자 생긴 일인데,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건설사가 일시적인 경영악화로 철근 구매가 어려워 현장이 올스톱 된 일이 있었습니다.

불안한 소문이 돌면서 동종 철근업체들은 해당 건설사 납품을 기피하는 상황이었죠. 저희 회사 또한 그 건설사의 재무구조와 내부사정을 파악해 거래의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결론은 어렵더라도 납품을 지속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름대로는 건설사들의 사정을 잘 알고 유사한 상황도 경험해 봤지만,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 불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신속한 판단과 실행이 중요한 일이었죠.

철근 납품을 지속하면서 해당 건설사의 외상금액은 말할 수 없이 커져갔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내린 판단에 확신을 갖고 해당 건설사의 모든 현장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철근 공급을 지속했습니다. 무모할 만큼 공격적인 결정도 힘들었지만, 진행한 후에는 더더욱 힘들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예상대로 그 건설사는 1~2개월 뒤에 정상화됐고 지금까지 변함없는 신뢰로 상생의 관계를 이어오게 됐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업초기에 큰 위기가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소중한 경험이 됐던 것 같습니다.

‘결과가 좋아야 웃을 수 있다’는 것도 분명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만약 또 다시 같은 상황의 고민을 하게 된다면, 공격적인 판단보다 방어적인 결정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사업 출발부터 집중해온 ‘신뢰’라는 소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값진 경험이 됐습니다.


Q> 채올스틸은 실수요 중심의 거래가 특색으로 주목된다. 철근 유통시장에서도 중요한 관심사가 된 실수요에 대한 견해나 조언을 부탁한다.

A> 철근 실수요 시장의 발주 패러다임이 아주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기준단가 대로 발주하면 끝이었는데, 최근년도 들어서는 단순발주 형태에서 지명경쟁입찰 이나 최저가 입찰형태로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철근 실수요 시장이 이전보다 훨씬 치열한 출혈경쟁으로 흐르게 된 것이죠.

시장 환경이 빠르게 바뀌다보니, 실수요 시장은 예전처럼 ‘마냥 좋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실수요 시장의 비중이 커지긴 했지만 일반유통 또한 중요한 거래축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선은 실수요와 유통을 각각의 장점으로만 접근하기보다, 상호보완적인 시너지로 병행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수요에 대한 얘기를 좀 더 드리자면, 철근 실수요 시장은 큰 거래단위 만큼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하지만 이자비용도 안 나오는 이익률을 마주하게 되면 망연자실하게 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거래의 장점과 안정적인 물량확보 차원에서 실수요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게 사실입니다. 제가 겪어본 바로는, 기본적인 원가경쟁력과 탄탄한 재무경쟁력을 갖추어야 실수요 거래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Q> 수요처인 건설사 출신 경영자로써, 철근 시장에 대한 남다른 시각이 있을 것 같다. 양 업계 모두의 경험을 토대로 바람직한 거래(수급)관계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A> 수요처인 건설사와 공급처인 철근업계 모두 몸담은 입장이다 보니, 더 조심스럽긴 합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요·공급 관계를 이루고 있는 양 업계를 떼어놓고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자재를 구매해야 하는 건설사와 판매해야 하는 철근업계가 상반된 입장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하나의 가치로 모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안정감 있는 거래와 상호신뢰로 예상치 못한 변수나 시황악화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죠.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고 선순환의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근을 만드는 제강사는 어떤 수입산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추는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수요처인 건설사 또한 합리적인 철근 가격과 서비스의 대가를 인정하고 안정적인 거래관계의 공감대를 넓혀가야 할 것입니다. 각자의 이익만을 확대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서로의 반목만 키울 뿐입니다. 또한 그 손해는 수요처와 공급처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철근은 수요처와 공급처가 협상을 통해 기준가격을 결정하는 특별한 시장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일방적인 이익만을 욕심낸다면, 서로에게 불만스러운 구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관점을 바꾼다면, 양 거래주체가 합리적인 가격결정 공감대로 여타 철강재보다 건강한 상생의 시장을 구축할 수 있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메이커인 제강사와 유통점 간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강사와 유통점은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관계가 아닌, 역할을 나누는 상호보완의 관계일 것입니다. 시장상황에 따라, 제강사와 유통점이 ‘같은 제품으로’ ‘같은 수요처를 두고’ ‘다른 가격으로 경쟁을 벌이는’ 일은 지양돼야 할 문제입니다.

본래의 취지가 그러하듯이, 제강사와 유통점은 서로의 우산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효율성의 기준에서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나누고, 신뢰를 돈독히 하는 동반자 관계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 서로의 부담을 전가하는 그동안의 관행으로는 발전적인 생태계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Q> 향후 채올스틸 경영의 주안점을 듣고 싶다. 단기적인 계획과 중장기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A> 그동안 실수요를 기반으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향후에는 유통점 본연의 역할을 확대하는 균형감에 초점을 맞춰갈 생각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짜임새 있는 판매루트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정기신용판매로 일관하기보다, 현금판매, 소규모 건설사 판매, 개인업자 판매, 소매판매 및 유통판매 등 다양한 판매루트를 넓혀 주력해온 실수요 판매와 병행하고자 합니다. 이를 토대로, 월 1만톤 규모로의 성장을 목표 삼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철근 가공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철근 가공은 이미 포화상태로 볼 수도 있지만, 항상 사업이라는 틈새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철근 가공공장의 부실한 재무와 수주경쟁력의 한계를 벗어난다면, 충분한 성장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실수요 중심의 거래기반을 다져온 채올스틸의 수요대응력 강화 차원에서도 철근 가공업의 설득력은 높습니다. 현재는 철근 가공사업에 대한 시장조사와 검토를 지속하는 상태며, 다양한 시장 환경을 고려해 의정부 인근의 거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끝으로,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동종업계나 시장과 나누고 싶은 공감대가 있다면?

A> 치킨게임 같은 출혈경쟁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진실하게 대화하고 소통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이익이나 양보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시장의 부가가치를 공유하는 상생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여의치 않은 시장여건이지만 철근 업계 모두가 건승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저 역시 일원으로써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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