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꿈은 CEO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그러한 성공신화를 거둔 사례를 많이 본다. 기보스틸 전병억 부사장. 평사원으로 출발하여 연매출 4,000억원의 국내를 대표하는 철강유통업체 부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특히 전부사장은 국내 철강 유통업계에서 손꼽히는 영업통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입지가 돋보이는 이유는 회사 창립과 함께 하면서 오늘날의 자리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평사원에서 부사장에 이르기까지, 그의 철강에 대한 애정과 철학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기보스틸(주) 부사장 전병억
▲ 기보스틸(주) 부사장 전병억
Q> 우선 부사장 승진을 축하합니다. 부사장님은 어떤 경로로 철강업을 시작하게 되셨고,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A>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음악 계통 회사였습니다. 사업에 실패를 하고 ‘잠시 쉰다’는 기분으로 입사를 한 곳이 세일철강이었습니다. 그 때가 86년 1월이었는데, 첫 업무는 경리 부서였습니다. 당시 세일철강의 영업을 총괄하던 최승옥 부장이 영업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영업을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영업에서만 31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Q> 30여년 직장생활, 그것도 영업이라는 한 분야에서만 전념을 하셨으면 에피소드도 많고 보람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A> 사실 매 순간이 보람입니다. 저희와 거래를 한 업체가 커가는 것도 보람이고, 이렇게 제가 인터뷰를 한다는 것도 보람입니다. 저는 철강영업이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위에도 철강 유통을 해보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Q> 부사장님께서는 31년을 영업에만 몸담아 오셨습니다. 나름대로 영업과 관련한 철학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영업을 잘하는 노하우가 무엇입니까?

A> 첫 번째는 사람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영업의 처음과 끝은 인간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공부하는 자세입니다. 저는 지금도 월 10권 정도의 책을 읽습니다. 영업은 종합예술입니다. 고객 성향은 천차만별이고, 갈수록 요구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고객과 호흡을 같이 하려면 한 가지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다방면에 지식이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고, 업무 진행이 쉽습니다. 지식뿐만 아니라 골프나 스포츠도 고객과 소통하는 좋은 소재입니다. 그래서 직원에게도 운동과 공부를 하라고 강조하고 있고, 회사에서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Q> 기보스틸은 99년 3월 냉연유통업체로 출발하여, 지금은 열연과 철근, 형강, 강관, 특수강 봉강까지 취급하는 종합유통업체로 성장하였습니다. 역사나 외형으로 볼 때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 및 가공업체가 되었습니다. 그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첫 번째는 동반자 관계입니다. 철강은 소재산업입니다. 나 혼자 잘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파트너십이란 메이커와 유통, 유통과 수요가뿐만 아니라 회사와 직원 간에도 적용이 됩니다.

두 번째는 긍정적인 마인드입니다. 시황이 어려운건 누구나 똑같습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더 어려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세 번째는 품목의 다변화입니다. 대게 한 품목을 오래 하다보면 그 품목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우리 중심이 아니라 수요가 중심에서 생각을 하고, 판매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직원들에게도 종합적인 판매를 하라고 합니다. 처음은 고정관념 때문에 어렵지만 결국 제품의 속성도 알게 되고, 시너지도 내게 되고, 실적도 오릅니다. 또 개인의 브랜드도 올라갑니다.

Q> 국내 유통산업이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생각입니다. 부사장님께서 보시기에 국내 철강시장의 유통구조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행각하십니까?

A> 첫 번째 이유는 유통의 난립입니다. 플레이어 숫자가 너무 많다는 얘기죠. 철은 중량물이고, 거래 단위가 높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주위를 보면 너무도 쉽게 유통에 뛰어듭니다. 환경이 문제입니다. 공급과잉 구조 속에서 메이커는 판매만을 강조하고, 업계 종사자들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1, 2차 유통점의 역할분담이 안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메이커와 유통의 역할부터 명확하게 분담이 되어야 합니다. 80~90년대에는 이러한 역할이 명확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경계선이 모호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인위적으로 조정을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메이커부터 변해야 합니다. 단기간 실적 중심에서 벗어나 철강산업 전체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 번째는 정부의 일관된 정책 부재를 꼽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철강산업 관련 부처에 전문가 역량이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산업의 쌀이라는 철강산업에 위기를 심각하게 봐야 합니다. 최근에는 철강산업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생존방안에 대한 논의 활발하지만 아직도 미흡합니다.

Q> 지난해 철강 유통업계의 평균영업이익률이 1%가 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업체가 수익성확보가 지상과제가 되고 있는데, 기보스틸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A> 제품 가격이 연초 대비 30~40%가 하락한 상황에서 1% 미만의 수익률은 정상 아닐까요? 지금 시황에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살아남는 것이 우선입니다. 근본적으로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할인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메이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격정책(할인정책)은 마케팅의 상책이자 하책이기도 합니다. 이게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기보는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품목의 다각화입니다. 종합 유통회사로서의 장점을 활용하여, 가격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틈새시장 공략입니다. 이를 위해 개인별로 50개 거래선을 만드는 운동을 펴고 있습니다. 왜 50개냐? 5개는 불가능하지만 50개는 가능합니다. 5개는 너무 쉽기 때문에 흉내만 내는데 그치지만, 50개는 최선을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시스템부터 바꿔야 가능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생산성과 원가절감 목표도 3%가 아닌 30%로 잡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생상공정에서 Loss를 최소화 하는 것입니다. 특히 열연은 아직도 여지가 많습니다. 가령 대부분 판매점들이 4피트를 주문해서 4*8로 잘라서 판매를 합니다. 그러나 수요가 입장에서 보면 모든 수요가가 4*8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네 번째는 수요가 입장에서 원가절감을 하는 것입니다. 수요가의 원가절감이 당사의 원가절감입니다. 가령 산세강판 대신 열연을 사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판매하는 사람이 차이점을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교육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기보스틸(주)의 당진공장 내부 모습
▲ 기보스틸(주)의 당진공장 내부 모습

Q> 메이커와 유통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메이커와 유통은 종속관계가 아닌 공생관계입니다. 상호간의 역할을 존중해줘야 신뢰가 나오고, 신뢰가 있어야 정책을 따릅니다. 자기 입장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역지사지 시각도 중요합니다.

Q> 중국산 저가 수입재 방어가 화두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근본적으로 수입이 왜 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가격차 때문입니다. 먹을거리가 많으니까 너도나도 달려드는 게 아닙니까? 개인적으로 수입재와 톤당 3~5만 원 정도 차이가 나면 납기와 품질, 환율 등을 감안했을 때 국내선을 쓴다고 봅니다. 그 이상 차이가 나니까 유혹이 생기는 겁니다. 두 번째는 정책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격 및 공급정책 착오입니다. 많은 양을 구매하는 고객만을 위한 정책은 철강의 시장의 왜곡과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Q> 금년도 기보스틸 목표는 무엇입니까? 또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전략을 펼 계획입니까?

A> 기보스틸은 지난해 4,08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 목표는 4,200억원입니다. 목표달성을 위한 전략은 첫 번째로 선택과 집중입니다. 지난해 현대특수강 대리점을 획득했습니다. 특수강 판매를 늘리는 것이 선택입니다.

두 번째는 핵심역량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성과중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개인별 성과에 따라 보상도 달리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수익구조의 다각화입니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업종에 편중해서는 발전이 없습니다. 올해에는 강원지역을 적극 개척할 계획입니다.


※기보스틸(주)
시화 공장 : 경기도 시흥시 협력로 248 (정왕동, 시화공단1나410호)T. 031-362-7000
시화2공장 : 경기도 시흥시 협력로 218(정왕동, 시화공단1나707-1호)T. 031-319-1310
당진 공장 : 충남 당진시 송악읍 부곡공단4길 27-31 T. 041-357-5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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