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재 유통업체는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지난 몇 년간 필자가 만났던 유통 창업주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철강재 유통이 과연 비전이 있는 사업영역인지’와 증여와 관련한 세금 폭탄 고민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확실하게 해답을 찾은 업체는 많지 않아 보인다. 지난 몇 년 간 국내 철강유통업체 CEO들은 한결같이 차별화와 고객만족, 이를 통한 부가가치 향상을 외쳤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구호에 그치고 있다. STS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품목 중 하나다. 상재스틸은 BNG스틸 코일센터다. 상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남과 다른 설비투자와 가공품질을 통해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기 때문이다. 상재는 2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박재곤 대표를 만나 상재의 성장과정과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주)상재스틸 박재곤 대표이사
▲ (주)상재스틸 박재곤 대표이사
Q> 상재스틸의 장점 세 가지만 말해 달라.

A> 우선 오랜 경험이다. 부친께서 30대 시절부터 직접 기계를 제작하셨기 때문에 투자 방향이나 설비 가동에 대해 많은 노하우가 있다.

두 번째는 장기근속자가 많아 가공 품질이 우수하다는 점이다. 회사 생산직 평균 근속연수는 10년이 넘었고, 회사 창립 때부터 같이해온 직원도 10명이 된다.

문제가 발생 시 빠른 대체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같은 메이커에서 생산한 소재를 가지고 가공을 하는데 저희 회사의 불량률은 2% 이내다. 세 번째는 직원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다. 이직률이 거의 없다. 품질향상, 나아가 수요가와의 오랜 관계 유지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상재는 동종업계보다 한발 앞선 설비투자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어떤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설비투자를 한 배경은 무엇인가?

A>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설비는 슬리터와 시어라인, 미니시어 각 1기, #4 헤어라인과 #8 헤어라인 각 1기가 있고, 1,200톤 프레스 2기와 2,000톤 프레스 1기가 있다. 시어와 슬리터는 두께 0.3~3mm 박물재와 최대 13mm 후물재, 폭 2m까지 가공이 가능하다.

상재의 설비투자 원칙은 세가지다. 첫번째는 좋은 설비가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상재는 부친(박상팔 사장) 때부터 직접 설비를 제작해왔고, 30년이 넘는 경험이 있다. 가령 전단라인에 텐션레벨러(Tension Leveller)를 설치한 것도 수요가의 평탄도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400계도 완벽한 평탄도를 자랑한다.

두번째는 수요가의 원가절감 차원이다. 표면처리기와 프레스 설비를 도입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가공은 정척보다 주문 규격이 많다. 한 곳에서 수요가가 원하는 모든 가공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수요가 입장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겠나?

세번째는 메이커-유통-수요가를 잇는 유대강화다. 메이커는 정척 사이즈 생산에 집중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가공업체는 맞춤형 가공서비스를 통해 수요가의 원가 절감에 기여한다면 서로 윈윈(Win-Win) 하는게 아니겠는가?

Q> 라이프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수요가의 구매패턴도 과거와는 크게 변한 것 같다. STS는 특히 강종변화도 심한데, 이처럼 까다로운 수요가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A> 기본적으로 가격과 납기, 품질이다. 특히 단 납기 시스템은 저희가 강조하는 사항입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또 정보전달 수단이 발달할수록 수요가나 2차 유통업체는 재고비축을 꺼리고 있다. 대신 단 납기 요구가 많다. 금융비용이라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재고비축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고, 수요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유통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격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자나 가전과 같은 업종은 안정적인 납기와 품질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장기고객이 많다. 또 수시로 미팅을 통해 고객의 니즈를 선반영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시장질서의 문제점이 자주 거론된다. 현재 시장의 혼란은 상당 부문 메이커와 유통업체간 불신이 원인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메이커와 유통은 각각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A> 제일 중요한 것이 상호간의 신뢰라고 본다. 신뢰란 서로를 인정할 때 나온다. 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 입장에서만 상대를 바라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부친께서 상재특수강을 시작했을 때 BNG 정일선 사장님과 ‘서로가 처음이니까 잘 키워보자’는 약속을 하셨다고 들었다.

그동안 수입재가 몰려오면서 유혹도 있었습니다만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것도 서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메이커와 수요가에게 믿음을 주는 유통 가공업체로 제자리를 지키고, 본분을 다하겠다.

Q> 유통업계의 어려움은 차별성이 없이 가격으로만 승부를 하려고 하는 점도 작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차별화를 하는지?

A>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유통의 핵심은 가공품질과 정확한 납기다. 경쟁사 대비 가격이 2~3%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가들이 상재를 찾는 이유는 까다로운 품질 요구에 100%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신뢰입니다. 가격이나 납기도 충분한 상의를 통해 결정을 하고, 이렇게 한 약속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킨다.

세 번째는 표면처리나 프레스 등 가공을 통해 수요가의 원가를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다. 설비는 돈만 투자하면 누구나 흉내 낼 수 있다. 그러나 고객중심의 사고는 기업 문화가 되어야 한다.

Q> 수익성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갈수록 어렵게 됐다.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는지? 또 수익성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A> 국내 철강재 유통이 단순 구매와 판매, 단순 가공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구매 외에 차별화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 한다는 것이 사실 매우 어렵다. 이러한 현실에서 유통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메이커와 좋은 유대관계를 통해 구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두 번째는 품질 결함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품질 결함은 수요업체나 우리에게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품질에 대한 전사적인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 설비가 최상의 상태여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평균 근속년수 15년이 넘는 숙련공이 많고, 또 정기 점검을 통해 설비상태를 늘 최상의 조건으로 만들고 있다.

세 번째는 가공 로스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어차피 인건비는 한 번 오르면 깎기가 어렵다. 결국 고품질의 가공과 로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고, 경쟁사와의 차별화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개인적으로 국내 철강재 유통업체의 문제점 중 하나는 인력양성을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상재는 어떤 방식으로 인재를 키우고 있는가? 또 인재양성을 위해 어떤 투자를 하고 있는지?

A> 상재의 인재에 대한 원칙은 외부 영입보다 자체 양성이다. 우리는 별도의 영업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모든 영업직원은 일정기간 반드시 현장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현장을 알아야 기술영업이 가능하고, 수요가와의 협상 시 까다로운 요구에도 즉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고객만족을 실현할 수 있다. 이러한 인력 배치는 생산과 영업 간 반목을 없애는 효과도 있다. 앞으로는 무역부문을 강화할 생각이다. 또 직원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시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든다는 생각이다.

Q> 지금까지 STS 업계에 몸담으시면서 보람을 느낀 것은 무엇인가? 또 뉴 리더로써 이런 관행만큼은 상재가 앞장서서 고쳐야겠다고 느낀 것이 있는지?

A> 회사 설립부터 지금까지 세 번 공장을 이전했는데, 특히 부산에서 현 위치인 장유로 이전을 했을 때 직원의 절반 정도는 장유에서 새로 뽑을 각오를 했는데, 모든 직원이 군말 없이 장유로 따라 왔다.

물론 부친께서 그만큼 신뢰를 주었다는 반증이겠지만 너무도 고마웠다. 그래서 그 해에 50% 상여금을 준적이 있다. 우리가 앞서 관행을 고친다는 것은 과대평가고, 부친부터 이어온 직원을 가족처럼 아끼는 정신, 수요가에서 먼저 다가가고 그들의 작은 요구사항 하나라도 귀담아 듣는 자세는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Q> 앞으로 10년 후 상재스틸은 어떤 모습이라 생각하는가?

A> 지난 10년 동안의 성장은 시장 환경 덕이 컸다. 그러나 앞으로 10년은 전혀 다른 환경이 될 것으로 본다.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지금과 똑같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유통은 메이커보다 몸집이 가볍다.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구체적인 실행 방향은 무역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인력 충원을 마친 상태이고, 러시아와 전자부품(가공) 수출을 추진 중에 있다. 향후 설비투자도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2차 가공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외형보다 중요한 것이 내적성장이라고 본다. 10년 후 상재는 외형적으로 커진 것 이상으로 작지만 고부가가치를 내는 강소 복합가공업체가 되어 있지 않을까?

Q> 장시간 솔직한 얘기 감사하다. 상재가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STS 가공 무역업체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A> 감사하다. 변화의 시기에 언론으로서 소금의 역할을 다 해주기를 기대한다.



<상재특수강/상재스틸 연혁>
- 1982년 상재금속 설립
- 2001년 상재특수강(주) 법인 전환
- 2004년 부산 학장동으로 본사 이전 및 현대BNG스틸 코일센터 지정
- 2005년 자본증자(20억)
- 2010년 상재스틸 설립
- 2013년 상재스틸 공장 준공


※(주)상재스틸
주소 : 경상남도 김해시 유하로 87
전화 : 055-723-2224 팩스 : 055-723-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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