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재 유통업체의 문제점은 차별화가 없다는 점이다. 적당한 공급부족을 만들어준 메이커 덕분이다. 중국산 저가 공세와 메이커의 유통정책 혼선으로 지금 국내 철강재 유통시장은 한마디로 변화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당연히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문제가 유통업체 사장에게는 근본적인 화두(話頭)가 되었다. 현대제철 냉연판매점 대한철강(주)(대표 박종구). 지정코일센터가 아닌 순수 유통판매점으로는 월 2만톤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업체다. 일반 유통 및 가공부문에서 절대 강자로 통하는 대한철강 박종구 회장을 만나 대한철강의 숨은 힘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 보았다. [편집자주]

대한철강(주) 박종구 회장
▲ 대한철강(주) 박종구 회장
Q> 최근 당진공장에 설비 증설을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기도 광주에도 가공공장을 보유하고 계시고, 이미 국내에 가공설비가 과잉인 상황에서 당진공장에 설비 증설을 하신 배경과 의미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A> 한마디로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국내 철강재 가공설비는 과잉이 맞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비슷한 설비로 차별화가 없습니다. 저는 가공설비의 차별화란 메이커와 수요가의 중간에서 시장의 변화, 이를테면 새로운 강종의 출현이나 광폭재 수요 증가 등을 반영하여 투자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예로 메이커는 120kg급 고급강과 6폭 코일을 생산하고 있지만 기존 가공센터에서는 이를 가공할 수 있는 설비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진에 6폭 설비를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바로 직원 및 고객만족 차원입니다. 증축 후 보관능력 향상은 물론 제품과 원자재 분류가 용이해져 작업시간 및 납기 단축이 가능해졌고, 기존 2교대 작업을 1교대로 하다 보니 작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직원들의 근무환경 역시 좋아졌습니다. 대신 심야 및 주말 출하 시스템으로 고객사들에게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당진공장은 연간 20만톤 이상의 가공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두께 0.3mm~6.0mm, 폭은 8~1,850mm까지 가공이 가능하며 120kg급 초고장력 강판은 물론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까지 고객이 원하는 어떤 까다로운 조건의 가공도 가능한 상태입니다. 또한 모든 포장시스템을 구축하여, 메이커와 상사의 수출품까지 당진공장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Q> 지난 1984년 설립해 어느덧 3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31년을 돌아보며 가장 보람 있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습니까?

A>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보다 한걸음 한걸음씩 성장하던 2007년에 어렵사리 광주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2012년 당진공장까지 준공한 것입니다. 대한철강이 지난 30여 년간 다져온 노력의 결과이며 “100년 기업”을 꿈꾸는 기초를 마련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어려운 시기에 투자와 고용증대, 나눔 실천 등에 노력해 2015년도 모범중소기업인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도 큰 보람중 하나입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광주공장 공사 중 어려움이 많아 그랬는지 스트레스로 건강을 많이 잃었었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4년간 건강악화로 고생했던 기억은 많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중인 대한철강(주)의 박종구 회장
▲ 인터뷰중인 대한철강(주)의 박종구 회장
Q> 회장님은 이른 나이에 창업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업하셨을 때와 지금은 제조의 유통의 역할과 기능도 많이 달라진 듯합니다. 회장님이 생각하는 제조와 유통의 관계는 무엇입니까?

A> 지금은 예전과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지금의 유통과 메이커는 수요가가 원하는 가격, 품질, 납기를 함께 고민해가며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킬 것인지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고객만족을 위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가용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고객 만족을 위해 높은 제품 품질을 유지함과 동시에 어떻게 경쟁력 있는 납품 가격을 맞출 것인지도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결국 제조업체는 유통업체들에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유통업체 역시 납기와 가격 경쟁력 등을 확보해 고객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Q> 현대제철 코일센터와 판매점 가운데 대한철강의 실수요처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수요 거래처를 지속 발굴하고 관리하시기가 여간 만만치 않으실 텐데 그 비결은 무엇입니까?

A> 현대제철 판매점이라 함은 자동차 연계판매물량이 없이 일반수요처와 거래하는 코일센터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 대한철강은 자동차나 가전 등 연계물량이 없다보니 판매점으로써 실수요 개발 없이는 생존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같은 절실함은 결국 생존을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이어졌고 “성실·근면·정직”을 머리에 새기고 적극적인 설비투자와 효율화를 통해 모든 거래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이 실수요 거래에서의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철강 전경
▲ 대한철강 전경

Q> 수익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어느 쪽에 비중을 두고 있으며 또 수익성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A> 매출 증대와 수익성 확대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인 기업의 모습이겠지만 현재는 다양한 제품 생산과 전국적인 거래처 발굴, 그리고 공급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각종 비용절감을 위한 비효율성 제거 작업은 물론 수익 안정 및 수익원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고객사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생산 기술 개발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유통업계의 문제 가운데 하나로 인력 양성에 소홀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재’에 대한 회장님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A> 많은 수의 철강 유통업체들이 인력 양성에 다소 소홀한 느낌입니다. 철강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써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을 많이 육성하고 이를 통해 철강업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게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인재상은 뜻을 품고 “성실성과 근면성, 그리고 정직성”을 잘 접목해 발전해 나가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아직 열악한 노동현실을 개선하고자 노력중입니다. 직원에게 자율성과 함께 그에 맞는 책임을 부여하고 함께 부단히 노력해 탄탄한 기업구조를 만들고 장수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Q>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원들과 직접 면담도 이 때문에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A>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조직문화가 회사의 힘이라 판단합니다. 개별 면담은 항상 가족과 같이 생각하고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대화하기 위함입니다.

이를 통해 더 가까워지고 상호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과의 내부 소통과 신뢰 구축이 결국 탄탄한 조직과 기업문화를 만드는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한철강 임직원
▲ 대한철강 임직원

Q> 지금까지 회장님께서 역점을 두고 직원들에게 강조해온 경영철학은 무엇입니까?

A> 기회가 있을 때마다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이라는 글귀를 자주 인용합니다. 강한 정신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고취시키고 사훈인 “정직만 있으면 무엇과 싸워도 반드시 이긴다”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어떠한 어려움도 성실한 마음가짐과 근면한 태도, 정직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평소의 신념 때문입니다. 27살 어린 나이에 대한철강상사를 개업해 1인 기업에서 현재 100인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좋은 실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Q> 대한철강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입니까?

A> 대한철강의 최대 장점은 직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철강에서 자기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무엇이든 반드시 이룬다는 정신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으로 채워나갈 것이 많다는 점도 또 하나의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 20년 후 대한철강과 대한철강 임직원들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것 같습니까?

A> 20년 후 대한철강은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 유통부문을 더욱 활성화해 연간 100만톤 판매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거래처에 충실하고 미래 신규 거래선 확보에 부단히 노력한다면 결국 유통으로만 연간 100만톤 판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임직원들은 대한철강의 주주, 실질적인 주인이 돼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인재를 키우고 제조업체와의 신뢰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새로운 가공 및 사업 영역에 대한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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